시골에 다녀왔다.
팔순이 다 돼 가는 시아버지는 여전히 편찮으시고,(7년째 뇌경색으로 기력이 없다),
언제나 종종걸음의 어머니는 안스럽다. 스스로 아플 수도 없다고 다짐하신다. 그 깡마른 몸으로 어디서 그런 기력을 내는지...
올해부터 시아버지는 서서 소변을 보는 것도 힘들어, 방에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계신다. 가끔 실수도 해서, 어머니는 같이 죽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가끔 찾아오는 아들에게 어머니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올 여름 넘기기 힘들 것 같다." 는 말도 오갔다.
자려고 하는데, 문득 은수는 무심코 "엄마,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할머니 되면..." 그러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그 어린것에게도 늙음과 죽음은 무서운 것이리라.
"엄마, 할머니 되면, 그 다음에는 죽는거야?" 또 물어왔다.
그러다 또 울먹 울먹...
나 역시 순간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한 공포, 늙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지만,
"엄마는 멋진 할머니 될꺼야" 달래보았고,
"그 다음에는?"....
"하늘나라에서 만나 오손도손 살거야"
은수는 긴가 민가... 그래도 닭똥같은 눈물이 주룩 주룩...
은수는 잠이 들었지만, 새삼 몰려드는 생각. 죽음에 대한 생각, 늙음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은수야 나도 너 처럼 엉엉~~ 울 수 있었음 좋겠다 싶었다.
'존재'의 허무함.
얼마나 살 인생이라고....
이렇게 아웅다웅....
서울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은수는 또 물었다.
"엄마, 내가 할머니 되면, 엄마는 어떻게 돼? 그리고 할머니는?"
....
어떻게 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