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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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0년 전의 일인데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불합리한 현실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현실. 그저 남보다 조금더 빨리 알았을 뿐인대.....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고 무섭기도 하고 위안받기도 하고 희망을 갖기도 했다.

영초언니에 등장한 모든 사람들의 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어쩜 독립운동이나 학생운동 했던 분들 중에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30년 뒤에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대단한 것이지 현실 때문에 상황이 바껴서 변절하고 타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하소설이나 고전에 나오는 인간 유형들이 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라 오히려 디즈니 식 해피엔딩이야 말로 환타지고 왜곡되었다는 것을 더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왜 그런 환상을 어린아이들에게 심어주려고 하지? 그게 과연 건강한 일인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그렇다고 변한 사람들이 나쁘거나 우리가 욕할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비겁하게 폭력을 쓰고 밥벌이기 때문에 고문하고 괴롭히는 사람들까지 이해해야 되는것은 아니다. 분명히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니까. 그런 최소한의 양심을 어렸을 때 가르켜야 하지 않을까?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양보하고 공감하고 협조하는 것을 우리가 지켜야하는 가치가 아닐까?


이 책은 현재 정치계나 시민운동을 계속 하는 사람들이 언급외어 있어서 더 재밌게 읽었다.(이해찬, 유시민, 심재철 등등) 상대적으로 여성의 이야기는 무시되고 생략되는 것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 때문이겠지만 작가 서명숙의 담담한 자기 고백, 수감생활과 고문 이후의 본인에게 어떤 트라우마와 변화가 있었는지, 영초언니의 세속화되는 모습에서 느낀 실망감, 가정을 이루고 영초언니와 거리를 두고 싶었던 솔직한 마음, 그런 마음을 후회하는 모습 등 너무나도 공감가고 이해가는 대목이었다.


치열하게 싸웠기 떄문에 그 인생이 더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일 것이다.

결국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자연으로부터 치유하는 것인가?

더 많은 사람들이 '영초언니'를 읽었으면 좋겠다. '82년생 김지영'이 아닌 '60년대생 천영초(고대 신방학과 72학번)'도 우리 사회의 단면이니까.



우리는 지난 겨울의 매서운 밤추위를 무릅쓰며 1700만 개의 촛불을 밝혀 끝내 민주시민혁명을 이룩해냈다. 그 줄기찬 협동과 용기와 인내는 어디서 온 것인가. 그 뿌리는 바로 유신독재 투쟁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가 더 온전한 ‘민주세상‘을 갈망한다면 필히 이 영초언니를 읽어야 한다. 영초언니의 희생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역사에 대해 책임지는 마음으로. 조정래

법은 법치주의는 그 숱한 오류와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과 목숨을 담보로 조금 씩 정당해지고 단단해져왔던 것. 이땅의 법치주의는 그렇게 한발 한발 더딘 걸음을 걸어왔습니다. 43년 전 긴급조치라는 이름으로 법 위에 군림했던 통치자의 2세가 긴 세월을 돌아 결국 법에 의해 탄핵되면서 비로서 박정희 시대가 마감되었다는 지금....손석회

2013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1, 2,9호에 대해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마디로 ‘위헌적이며 초법적인 조치‘였다는 것이 대한민국 최고법원의 결론이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순간, 뭐라 형용하기 힘든 비참한 심경이 들더라고. 우리가 그토록 목숨 걸고 맞서 싸웠던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가 그 의 딸을 다시 대통령으로 만들다니. 우리가 젊은 날 한 그 모든 일들이 역사로부터 국민들로부터 모욕당하고 조롱받는 느낌이랄까. .....지난해 촛불집회를 지켜보면서 그때 내가 역사와 우리 국민들을 너무나도 성급하게 재단했구나, 하고 반성했어. 사필귀정이 뒤늦게나마 이뤄지는 걸 보면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난생처음 행복하다‘는 말을 했던 영초언니 아닌가. ‘행복‘은 언니의 일생에 단 일주일만 허락되는 단어였단 말인가. ....두눈이 안보이고 아무 말도 못하는 상태. 그것이 과연 죽음보다 나은 것일까. 오히려 더 비참한 생존은 아닐까. 영초언니를 쫓는 형사가 내가 살던 아파트를 급습한 날 이후 언니와 다시는 엮이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게 후회됐다. 다단계 사건 이후 언니를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게 가슴 아팠다.

2006년 시사저널에서 삼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싣지 못하게 한 경영진과 그에 저항하는 후배 기자들이 첨예한갈등을 빚을 무렵....23년간 몸담았던 언록사 그만두고 산티에고 순례길 갔다옴.
주둔군 이론 : 군인이 전투를 하다가 밀릴 때 통상 가장 어려운 전투를 치렀던 고지로 후퇴하는 건 그곳에 가장 많은 주둔군을 두고 왔기 때문. 인생에서도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는 반드시 그곳에 심리적 주둔군을 많이 남겨두게 되고 다시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 사람들이 진심으로 그리워하는 건 따뜻한 볕이 들던 시절이 아니라 바람이 몹시 불던 어떤 날일는지도 모른다고....2002년 영초언니는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함. 오마이뉴스 영초언니 글 연재.

순간 40여 년 전, 호송차에서 내리면서 ‘민주주의 쟁취, 독재 타도!‘를 외치고는 곧장 교도관에게 입이 틀어막혀 발버둥치던 한 여자의 모습이 어버랩되었다. 천영초가 외치는 민주주의, 최순실이 외치는 민주주의! 4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똑같이 수의를 입은 그러나 너무도 다른 생을 살았던 두 여자가 ‘민주주의‘라는 같은 단어를 외치는 풍경이 지독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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