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은 없다
조일훈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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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기업에 대한 추상적인 사실들은 알고 있지만 그 내부의 운영기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기자답게 파헤치는 성격이 언뜻 엿보이고...그리고 1장은 금산법 등 삼성이 처한 문제를 심도있게 다룸으로써 약간 이해하기 힘든 면이 없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1장 빼고 삼성의 인재관리 시스템을 설명하는 2장, 이건희의 개인사를 다루는 3장, 삼성CEO의 이력을 제공하는 4장이 모두 흥미로웠다.

1. 인재경영

특히 상무보-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그리고 상무보에서 상무로 올라가는 인원은 40%도 안된다고 한다. 전무로 승진하게 되면 구조조정본부가 직접 챙긴다고 한다. 미래이 CEO 후보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 인사의 차별화 포인트는 핵심인재를 인재경영의 중추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109쪽) 핵심인력은 삼성 전체 인력의 3% 정도, S(super), A(ace), H(high potential) 의 3등급으로 분류돼 특별 관리를 받는다.

2. 이건희 회장은 누구?

요즘 리더십이 화두다. 우리나라에서 이건희 만큼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리더도 없을 것이다. 이회장이 언론에 잘 나오지 않는 점이 궁금했었는데, 책에서 속시원하게 대답해주고있다. 그 이유인 즉슨 이회장의 거침없는 답변 때문이라고 한다. 1995년 베이징 발언이후 이회장의 공식적 인터뷰는 사라졌다고 한다. 베이징 발언의 요지는.."우리나라는 21세기 준비가 미흡하고 국제수준과 격차가 너무 크다. 정치인은 4류, 관료행정은 3류, 기업은 2류급이다. ..."이건희의 성격이 참 독특하다. 말수도 적고 생각이 깊고, 저녁에 일을 하며, 몸소 실천하고, 결단력도 있고, 선견지명까지...아무튼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흔한 유형은 아닌 것 같다. 독특한 철학도 눈에 띈다. 이건희는 우리나라 '2만 달러론'을 주창하면서 국내경제의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삼성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회장은 하루 정보량이 300쪽 정도 된다고 한다. 역시 기업총수의 책임과 부담감은 만만치 않구나. 게다가 새벽 4-5시까지 업무를 보는 일은 허다하다고 한다. 그는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범인들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운 깊은 생각과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 여기에 경제 사회 공동체와 한국의 미래에 대한 강함 소명의식과 책임감 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196쪽)

이회장은 1994년부터 입버릇처럼 "5년, 10년 후에 먹고 살거리를 찾아라"고 지시했다.  1993년 신경열을 선포했다.  이회장은 이때 "변화"와 "파괴"를 들고 나왔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를 모토로 걸었다.(199쪽) 그는 자신의 몸을 상대로 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봤다. 먼저 2년에 걸쳐 밥을 하루에 한끼만 먹었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체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1년만에 20킬로를 감량했다고 한다. 나아가 왼손으로만 살아보기로 작정했다. 6개월 동안 지속했지만 개인의 생활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거대기업 삼성의 체질을 변화시킨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61세의 나이에 스키를 처음 배웠다고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하지 못할 일은 없다. 꺽이지 않겠다는 도전정신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기업가란 항상 비관적이다. 모든 것을 비관적 바탕 위에 놓고 긍정적 결과를 바라는 게 기업이다. 내가 비관적이라고 하는 것은 대전제가 있다. 21세기 전에 세계에서 일류국가로 들어서야 한다는 대전제 때문에 비관적인 것이다. 의식주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훨씬 더 좋아져야 한다. 그래서 비관적인 것이다"(202쪽)

이 회장은 항상 비관적이기에 현상을 끊임없이 파괴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생활은 너무 나태하지 않나 반성하게 된다. 하루 300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분야에서만이라도 매일매일 학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그것마저 귀찮아한다니....참 부끄럽고 또한 다시한번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3. CEO 총정리

  • 이학수 - 삼성구조조정본부장. 부산상고. 고려대 상학과. 1971년 공채 1기. 첫근무지는 제일모직 대구 공장 경리과. 지방 공장근무를 지원. 특히 숙직을 하면 업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야근을 자청. 입사 3년만에 '공정별 품종별 원단위 등가계수' 개발.
  • 윤종용 - 서울대 전자공학과. 1966년 삼성전자에 입사 . VCR사업본부장을 맡아 비디오 사업을 단숨에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림.
  • 이기티 -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인하대 전기공학과.  1973년 삼성전자 라디오과에 입사
  • 황창규 - 세계 최강 반도체 사업조직 구축. 부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학 박사학위. 1980년대 후반 인텔사의 자문역 맡음.

하나같이 삼성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독보적인 전문 분야를 확보했다는 점.  또한 남들보다 배를 노력하는 끈기와 열정. 이학수 본부장은 야근과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일한 이유는 일정량의 업무를 소화하는 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치밀한 준비와 성실한 노력의 결과라는 것. 윤종용 부회장은 최첨단 기술이었던 VCR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영하 10도가 넘는 곳에서 밤을 새워 혹한 실험을 했으며, 단 한쪽의 기술정보라도 얻기 위해 수없이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영어에 능숙하지 못해 3년동안 하루종일 CNN 켜놓고 개인영오교사를 채용해 시간 날때마다 불러 실전 회화를 익혔다. 최지성 디지털 미디어 총괄사장 같은 경우도 인문계 출신이라 이공계 분야의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 위해 1000쪽이 넘는 반도체 이론서를 달달 외우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을 들 수 있다.

4. 삼성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철저한 감사, 권력집중을 막는 제반장치, 인재를 핵심경쟁력으로 보는 마인드, 위기의식 등이 삼성의 장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어느정도 인정해주는 시스템, 최고의 대우, 국정원 못지 않는 정보력 등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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