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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 표백일까 궁금해했었는데....젊은이들의 좌절과 무력감을 참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같다.
나도 공무원에 목매는 젊은이들을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7 급공무원을 준비하는 주인공 '적그리스도'를 통해 요즘 젊은이들의 피폐한 삶과 희망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청년 수당 등은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큰 꿈이 없는 세대...사람은 적수가 누구인지 알 때만 자신이 누군지알게 된다(새뮤얼 헌팅턴)라는 말..그만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세상에서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는 없지만(남자 시각에서 여성을 묘사하는게 좀 유치함) 보내는 메시지는 공감할 수 있다. 주인공이 7급 공무원을 준비하겠다고 익산시청 7 급 공무원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좀더 큰 꿈을 꾸라는 아버지(행정고시나 사업 등)와 안전한 직장을 구해 여유시간을 갖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아들....자신들의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드라마틱하게 그 시대적 사명을 이뤄낸 세대가 현 세대를 우습게 보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거나 '분노할 줄 모른다'고 비아냥거리는 것(190쪽)에 대한 젊은이들의 고민 등등
표백 세대가 완성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순응, 타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이라고 한다.(200쪽) 나는 소극적 저항에 속한다. 실제적으로 이 네 집단의 비율을 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알파고가 도래되는 사회에 사는 우리 세대들이 한번 쯤은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밨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엑 지배 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잇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한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료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192쪽
이런 한계속에서 표백 세대의 내면은 추하게 일그러진다. 그들은 자신의 역사적인 위치나 사명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이 없으므로 역사 의식이 희박해지며 민족주의처럼 그들의 자존감을 손쉽게 높여줄 수 있는 불합리하고 값싼 이데올로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긴다. 박탈감과 좌절감은 뿌리 깊이 박혀 있지만 이런 좌절감은 집단적인 분노로 발전하지 못한다. 투쟁은 손해 보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 다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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