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둘째 주는 ‘노벨상 시즌’이다. 이 기간에 노벨상 6개 부문 중 5개 부문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되기 때문이다. 문학상만은 둘째 주에 구애받지 않고 목요일에 수상자를 발표한다. 야간에 수상자가 발표되므로 각 언론사는 사전에 후보자들을 예상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한국에서 유독 극진한 대접을 받는 문학상의 경우 문화부 기자 4, 5명이 달려들어 발표 내용과 작품세계 및 작가연보 등을 준비한다. 예상했던 후보가 선정될 경우 별 문제가 없지만 의외의 인물이거나 국내에 번역된 작품이 하나도 없을 경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올 노벨상은 10일 평화상 발표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부문에 걸쳐 시상해 왔다.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상식을 갖는데,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한다. 상금은 최초에는 15만800크로나(약 4만2000달러)였으나 최근 1000만크로나(약 94만달러)로 늘었다. 공동수상인 경우는 똑같이 나눠 지급한다.
▷미국의 한 과학유머 잡지는 매년 ‘이그노벨(IgNobel)’상을 시상한다. ‘이그’는 ‘이그노블(Ignoble)’의 약자로 ‘고상하지 않은 노벨상’ 또는 ‘기상천외 노벨상’ 정도가 된다. 올 이그노벨 문학상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빨간불에 정확히 정지하지 않는 이유’ 등에 관한 논문을 쓴 미국인 교수, 평화상은 1976년 정부의 오류로 법적 사망선고를 받은 뒤 18년 동안 자신의 생존을 입증하기 위해 애쓴 인도인이 수상했다. 의학상은 런던 택시 운전사들의 뇌가 보통시민보다 훨씬 더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런던대 연구팀, 공학상은 ‘머피의 법칙’을 창시한 미 공군대위와 군의관에게 돌아갔다.
▷희한한 일이 많이 벌어지는 한국에서는 ‘패러디 노벨상’을 제정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패러디 노벨 언론상은 ‘공영방송의 특정신문 공격하기’, 교육상은 ‘원정출산’, 인사관리상은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 부동산상은 ‘강남집값’, 코미디상은 ‘전직 대통령 가재도구 경매’, 역효과상은 ‘비 맞는 장군님 사진 떼 간 북한 미녀응원단’, 튀어보기상은 ‘최낙정 전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강력한 후보일 게다. 봉사상은 ‘고3 엄마’와 ‘기러기 아빠’가 공동수상할 가능성이 높고, 오락가락상은 북의 ‘김철수 동지’와 남의 ‘송두율 교수’가 경쟁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단연 유력하지 않을까.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