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선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1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산업학명 이래 새로운 잉여 창출의 원천과 축적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자본의 움직임은 매우 적극적이고 활발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재생산이라는 불변의 구조적인 활동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재구조화를 추진해왔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느 체제보다 유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주의가 70년 만에 붕괴한 반면 자본주의는 여전히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본이 맺고 있는 관계의 범위가 전지구로 확장됐을 뿐만 아니라 경제변동의 중심축도 함께 변했다.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초국가적 기업의 전지구적 이동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의 전지구적 이동의 시대로 넘어왔다. 무역과 자본이동의 자유화, 탈규제, 민영화, 개방화를 골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최대의 화두이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등극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맑스주의자들은 맑스의 공리에 따라 가장 산업화된 자본주의 국가는 세계를 사회주의로 인도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모델로 불리는 미국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힘을 얻어야 하는 것이 이론에 맞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자들이 미국에서 생존 가능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맑스주의 이론의 현실적 모순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많은 유럽 나라들은 사회주의 대신 제3의 길이라 하여 종래의 복지국가에서 시장 경제에 더 친숙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산업 노동자와 빈민의 구성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중간층은 점점 더 많아지는 현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탈산업사회에서 새로이 나타나는 계층은 대학, 과학 기술적 영역, 컴퓨터 산업, 전문적 영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독특한 가치를 발전시켰다. 오늘날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시민들은 점차 비경제적 혹은 사회적 이슈에 점차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령 환경, 인권, 건강, 문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평등, 성적 행위 등 소위 소프트 파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부르주아지에 대항하여 서로 동맹 관계를 맺어 임금을 고수하기 위해 상설 연합체를 결성하여 혁명적으로 단결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경제적 신분에 따라 정당의 특성이 뚜렷했지만 오늘날 사회계층적 간격과 정당의 이념적 위치는 이제 그리 큰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개인과 집단들은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서가 아니라 도덕, 낙태, 가족의 가치, 다원적 문화, 대외정책, 그리고 초국가적 공동체 등과 같은 이슈들에 의해서 움직인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것이고, 또한 종교 및 교육과 상호 관련을 맺고 있다. 좌든 우든 지금 보여주고 있는 기본적인 추세는 사회와 정치를 급격하게 변화시킴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집단 간의 이념이 퇴색하고 다원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마르크스의 이론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우 유용하다. 1848년에 존재했던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국가들 간의 불균등 양상을 더욱 강화시키며, 내적인 사회 통합을 완전히 허물어 버리고 동시에 모든 나라에 획일성을 강요하는 대단히 비현실적인 처방이다. 시장의 일방성은 사회적 약자의 약화, 사회통합의 붕괴, 불균등 발전의 심화로 이어진다. 서구 자본주의의 풍요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이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은 정보기술혁신의 시기에는 앞으로 그 차이가 더 증가할 것이다. 세계화된 자본주의는 고삐가 풀려 날뛰기 시작해 급기야 9․11테러를 기점으로 21세기의 전쟁양상도 변화시켰다. 21세기 첫 전쟁은 ‘비대칭의 전쟁’으로 시작되었다. 즉 군사력이 열세인 테러조직이 비군사적 수단과 전략을 동원해 초강대국 미국에 대해 전쟁을 걸어올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마르크스의 저서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안목을 제공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