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가입니다 - 딴 세상 사람의 이 세상 이야기
배명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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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글쓰기를 사랑한다는 저자. 정치외교학과 석사를 나왔지만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2017년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SF작가연대)를 만들었고 부대표로 지냈다. 정소연, 김초엽 등과 함께 한다. 공상과학은 일본에서 유래된 말로 과학소설 또는 SF로 지칭해야한다고 한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공상과학이라고 많이 부른다고 한다. 심지어 출판업계 사람도. 

개인적으로 판타지, SF 모두 좋아하지만 한국 SF소설은 많이 접하지 못한 것 같다. 솔직히 배명훈 작가의 책도 읽어보지 못했다. 


창작자는 기가 막힌 질문을 도출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 멋진 말이다. 답보다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SF는 수많은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특히 지구라는 공간적 배경을 빼면 인간의 본질, 철학적 질문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SF는 제국의 장르라고 말하는 작가의 주장이 꽤 설득력이 있다. 특히 우리는 미국 SF에 익숙해져 있다. 국제정치학을 배우며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배웠다고 한다.


오랜만에 미래창조부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 그 당시에도 창조 경제가 뭔지 가이드를 달라고 했지만, 정부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저자는 당시 정보통신연구원의 미래(융합)전략연구실에서 근무중이었다고한다. 과학소설계에도 융합을 강요했다는 말이 재밌었다. 그 당시 미래부가 있었다는 것도 참 조지 오웰에 나올 법한 소재다. 2005년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9년에 비로소 배명훈 작가는 자신이 드디어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첫 단행본인 <타워>가 출간되고 프로 작가가 되었다고 느꼈다.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배명훈 작가의 답이 명쾌하다. 작가란 다음 글을 쓸 계기가 충분히 모여 있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계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현실적으로 약간의 돈과 사람들의 인정 정도면 이 일을 이어가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 두 가지는 일반적으로 지면 근처에 응축되어 있다.좋은 상을 받는 것이 작가가 되는 지름길인 첫번째 이유는 좋은 편집자를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그야말로 계기 덩어리다. 기능적으로 작가의 파트너가 될 사람이고, 이러어리한 글을 써보라고 직접적인 게기를 제공할 사람이며, 업계에서 청탁서와 계약서를 내미는 역할을 담당하는 바로 그 사람이기도 하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 혹은 도저히 쓰지 않을 수 없는 심리 상태 같은 내면의 동기도 대단히 중요하다. 작가는 돈을 주면 의뢰인이 원하는 글을 찍어내는 직업이 아니다. 어떤 글을 쓸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방 식으로 대답할지 스스로 알아서 정해야 하는 직업이므로 내적인 동기 없이 지면을 채워나가기는 어렵다. 질문이 없는 글은 재미없다. 자기 질문이 아닌 질문에 답하고 있는 글도 마찬가지다. (200쪽)


작가에게 소설은 사고 실험의 도구라는 말에 공감한다.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소설이기 때문이다. 

성직자를 꿈꾸다 SF 작가가 된 배명훈 작가의 에세이는 재미있다.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소설을 쓰는 게 참 반갑다. 배명훈 작가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사회적 책무도 이와 관련이 있다. 사회는 작가에게 통제나 예측 같은 멋진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작가에게 바라는 것은 상상이다.
나중에 환금하면 된다. 작가에게 환금은 위로다.

그런데 그 무렵의 나는 내가 드디어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데뷔 후 몇 년 동안 이어진 당혹스러운 기간과 달리, ‘사실상 등단‘ 자격을 갓 얻은 2009년 무렵의 나는 누가 등단으로 쳐주든 그렇지 않든 스스로 확고하게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시스템이 필요 없었다. 물론 글을 발표하려면 매번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어떤 제도가 나에게 한시적으로 열어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는 일 따위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다. 그 기회가 물거품이 되고 내 경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두렵지도 않았다.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누가 어떻게 방해하든 내가 그때까지 쌓아놓은 것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 P200

창작자는 늘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감상자의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있기로 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작가와 독자 사이를 가르는 그 선을 존중하는 일은 해가 갈수록 더 귀한 예의범절이 될 것이다. - P163

조미니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브라흐마: 무에서 유를 창조. 글쓰기의 괴로움. 첫 문장.
비슈누:유지.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서 외부 자극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바 : 파괴. 삭제, 퇴고. - P142

첫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 가장 괴로운 순간.
자기 주도 창작. 청탁 주도 창작.
자기 이름으로 된 작가의 첫 단행본을 박사 학위 논문에 비유. 작가는 편집자와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맨 처음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 일 자체는 사실 큰 의미가 없고, 결국은 좋은 작가로 성장하고 살아남는 것만이 유의미하다.
가내 등단: 가족들에게 작가로 인정받기. 신문에 인터뷰 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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