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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버지니아 울프 전집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3개월에 걸쳐서 낭독한 책이다. 항상 읽고 싶은 책 상위권에 들었지만, 선뜻 다른 책들에 밀려 읽혀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20세기 이전의 책들은 고리타분하고 말투도 어색해서 그런 것 같다.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 대학교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수정해서 내놓은 책이다. 그래서 낭독하기 좋다.
"연 오백 파운드와 자신의 방을 가지면, 우리가 자유의 습관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써 내려가는 용기를 가진다면....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그렇게 자주 내던졌던 육체를 입게 될 것입니다."(214쪽)
연 오백 파운드와 자신의 방이 워낙 강렬해서,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생각되는 책이다. 여성도 독립적인 경제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 그리고 자신만의 방이란 자기가 사유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찬양하는 제인 오스턴은 자기만의 방도, 오백파운드도 없었다. 결국 두려움이나 분노 없이 자신을 표현해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여성이 각성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도 완전한 여성해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울프가 살던 20세기는 얼마나 더 암울했을까? 그나마 여성 칼리지가 두 개 있고, 여성 재산권과 투표권이 주어진 사회였다. 대부분의 전문 직업이 여성에게 개방된 지도 십 년이 되었고, 일 년에 오백 파운드를 벌어들이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여성들이 기회와 돈과 훈련이 부족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울프는 주장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조금 난해하다.
울프가 가상의 인물들을 배치하고 있고, 우리와 익숙하지 않는 영국의 문호들과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1장 : 울프는 남자 대학에서의 성대한 오찬과 여성 대학에서의 초라한 정찬을 대비한다. 그리고 여성은 왜 가난하며 여성 작가의 마음에 가난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장 : 우월성을 느끼는 남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여성이 어떻게 그런 남자들을 대할지도 보여준다.
3장 : 역사에서의 여자의 부재를 상상력으로 메우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누이동생을 가상한다.
4장 : 17세기 이후 글을 쓰기 시작한 여성 작가들을 살펴본다. 특히 제인 오스틴과 샬롯 브론테를 대비시켜 여성 작가들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문장과 여성 문학 전통의 부재라고 말한다.
5장 : 20세기 초 여성의 글쓰기를 다루고 여성이라는 자의식을 놓고 글을 쓸 때에만 참다운 시인이 될 것임으로 역설한다.
6장 : 양성성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여성들이 글쓰기를 하라고 주장한다.
쉽지 않은 글이지만 함께 읽으면 좋은 밑거름이 되는 책이다.
여성 독서 모임에서 무조건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