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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와집 - 일본군 위안부가 된 한국 여성 이야기
가와다 후미코 지음, 오근영 옮김 / 평화를품은책(꿈교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겨우 100년 전 일어난 이야기인데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위안부'에 대한 책과 영화 등을 웬만하면 다 읽는다. 죄책감 때문이다.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사과는 없고 국민들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빨간 기와집>은 오키나와 도카시키 섬의 위안소에 끌려간 배봉기 할머니 이야기다.
우선 일본에 위안소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주로 중국, 미얀마 등 해외에 있다고만 알았지 일본 본토에도 위안소를 설치한 것은 충격이다.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라는 생각이 적어서였을까? 지인이 도카시키 섬에 헬프 엑스로 여행을 간다고 해서 함께 빨간 기와집을 읽었다.
배봉기 할머니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배봉기 할머니는 1914년 일본 강점기에 태어났고 어린 봉기에게는 조국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라면 마땅히 국민을 보호해야하는데 그 당시 우리는 국가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6살 때부터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봉기. 뿌리 없이 정처없이 떠돌던 삶이었다. 결혼을 두 번했지만 의지가 되지 않았다. 서른 살에 흥남으로 흘러간 봉기는 여자 소개꾼을 만나 지상 낙원에 가서 일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오키나와 '위안부'로 살게 된다.
해방이 되었지만 고향은 있지만 조국이 없던 배봉기 할머니는 계속 오키나와에 남는다. 그렇게 '재일' 한국인이 된 것이다.
1910년 배봉기 할머니는 연명했다.
배봉기 할머니는 '위안부' 최초의 증언자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 땅으로 복귀되자 배봉기 할머니는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아 강제 퇴거 대상이 되었다. 3년의 유예기간 안에 신청하면 특별 체류 허가를 내준다는 조치가 취해져 배봉기 할머니는 신청하게 된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관의 취조 과정에서 배봉기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왔다는 사살이 밝혀진다. 특별 체류 허가를 받는 대가로 '전 위안부'의 증언자로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 증언을 했다.
저자는 1977년 처음 봉기 씨를 만난다. 그리고 그 처절한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오키나와에 자행되었던 만행, 위안소 이야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집필을 준비했다. 이 이야기를 집필한 저자에게 감사하다. '위안부'의 문제는 국가를 초월한 인간으로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걸 이 책에서 담담하게 서술한다.
위안부 할머니 한 명이라도 살아 계실 때 하루 빨리 일본의 사죄가 있기를 바란다.
봉기 씨가 본 ‘나라‘는 늘 이방의 국가였다. 봉기 씨가 태어났을 때 한국은 이미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었다. 미군 지배하의 오키나와에 살던 전후 시절에도 그랬고,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뒤에도 봉기 씨에게 ‘나라‘는 이방의 국가였다. 봉기 씨가 ‘나라‘라고 할 때 그것은 늘 고향을 의미했을 뿐 국가를 상기시키는 경우는 없었다. 봉기 씨는 ‘나라‘를 넘어 이 계곡에서 죽어 간 사람의 영령을 향해 합장했을지도 모른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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