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 박현욱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8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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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시즌은 요즘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제 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이어서 벌써 초판이 나오고 16년이나 흘렀다. 

지금도 파격적인 내용인데 그 당시에는 더 파격적이었을 것 같다. 지금 읽어도 전혀 고리타분하거나 시대 정신이 어긋나다는 생각이 안 든다. 


박현욱 작가는 2013년 이후 작품 활동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 책을 내는 것보다 글을 꾸준히 쓰는 게 진정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못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줄거리

주인공 나 이덕훈은 사무직이다. 프로그램 프리랜서인 아내 인아를 직장에서 만났다. 계기는 축구. FC 바르셀로나 팬인 아내와 레알 마드리드 팬인 나. 처음으로 100점에 도달한 여성을 만났다. 처음부터 100점은 아니었지만 만날 수록 호감이 생겼고 그녀만한 애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한 단점은 그녀는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 애인은 사귈 때도 다른 남자들과 만났다. 괴로워서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하지만 도저히 헤어질 수 없어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가 바뀌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물론 그녀는 계속 거절하지만 2002년 월드컵 덕분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그녀는 모수족을 동경했다.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윈난성에 있는 루구라는 호수 부근에 사는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는 민족이다. 

그렇게 결혼하고 한동안 행복했다. 아내가 경주로 일 때문에 주말 부부가 되기 전까지. 아내는 경주에서 한재경이라는 남자를 사귀었고 결혼을 원한다고 했다. 덕훈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지만 그녀와 헤어지는 것이 더 괴로웠다. 결국 주중에는 아내는 경주에 주말에는 서울에 두 집 살림을 차렸다. 덕훈은 이 관계를 괴로워하면서 방황을 한다. 다른 여자와도 총각 행세를 하며 사귀어 본다. 인아가 임신을 했을 때 아내보다 아이가 더 소중해졌다. 아내는 절대 아이 아빠가 누군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아이니까. 아이가 태어나고 커가면 한국에서 두 아빠가 있다는 걸 설명하기 더 어려워진다. 결국 아내는 뉴질랜드로 이민갈 생각을 한다. 나도 그녀를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매 장마다 나타나는 축구 에피소드와 덕훈 인생과의 연결 고리다. 중간중간 나오는 잡다한 상식들 가령 폴리아모리,  폴리가미스트, 폴리안드리스트(일처 다부제)에 대한 지식을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인아의 입을 통해서 알려주는 일부일처제의 문제점도 흥미롭다. 


왜 처음부터 덕훈과 인아는 결혼했을까부터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아가 끝까지 결혼을 승락하지 말지. 덕훈의 논리는 분명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겨우 만났고 그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덕훈은 고립되고 외로운 남자 같았다. 한재경도 마찬가지고. 서로의 관계 외에 의지할 사람들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중 결혼 때문에 더 사람들과 고립되어 갔다. 

화자가 남성이라 남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화자가 철저히 을의 입장에서, 그것도 냉소적이고 유머를 잃지 않고 서술해 나가는 방식이 돋보인다. 덕훈을 비난하고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 이해가 가는 인물이다.  


축구 팬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도 좋아할 것 같다. 축구와 연애를 엮느라 고생했을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에겐 항상 축구가 있다. (바티스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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