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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살곳미로 -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 수상작 ㅣ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9
이병승 지음, 이지선 그림 / 살림어린이 / 2013년 2월
평점 :
오랜만에 제대로 된 모험 동화를 발견했다.
메시지도 분명하다. 적재적소의 소재와 인물을 사용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참 따뜻하다.
욕망 : 동길이는 비겁하다. 불의를 봐도 참고, 잘 안 나선다. 학교에서 창기가 선생님에게 욕하자 선생님이 창기의 뺨을 때렸다.선생님이 잘릴지도 몰라 은비가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길이는 동참하지 않는다.
"어둠은 항상 빛을 이겼어. 빛은 그냥 버텨 왔을 뿐이지."
"다들 적당히 좀 하지. 싸우는 척,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척...그냥 척만 하면 되잖아? 뭐 잘났다고 다들 진심으로 그러는 거야." (78쪽)
사건 : 동길이는 잠이 안 와 밤에 산책하다가 여자아이를 만난다. 뭉크는 산곳미로에서 왔다. 위기에 처한 산곳미로를 구할 수 있는 건 동길이(레오) 뿐. 레오를 데려가기 위해 나타났다. 산곳미로에는 어둠의 괴물 야킬이 지배하고 있다. 레오는 어쩔 수 없이 야킬과 대적하기 위해 모험에 나서지만, 그러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어렸을 적 기억을 되찾는다.
절정 : 드디어 야킬과 대적한다. 아르뫼 수호신이 준 미러-터치 공감각 칼을 이용해 길동은 자신을 희생하며 야킬을 무찌른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동길은 엄마도 살곳미로의 전사인걸 알게 된다. 그리고 사실 뭉크가 엄마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동길도 동참하고, 창기의 마음도 보듬아준다.
레오가 모험에서 만난 사람들과 괴물들은 모두 인간세상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또는 '패배적인' 마음이다.
어덕서니는 버려진 아이고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은 아이다.
"내가 바라봐 줄게. 내가 바라봐 준다고, 네 눈! 넌 지금보다 원래 더 예버. 누가 안 봐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그러니까 사랑 같은 거 구걸하지 마. 너 혼자 씩씩하게 살아. 내가 봐줄게. 끝까지."
견록은 사슴이 되고 픈 개다. 레오와 뭉크를 배신하지만 뭉크가 견록을 용서한다고 하자 마음이 녹는다.
우아한 사슴? 겉모습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비열하고 얍삽한 사슴이 되는 거야. 진짜 우아하고 멋있는 건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다들 결과만 봐. 모두가 겉모습만 본다고.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경쟁을 한다고!"
"자기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도 용기야. 아주 멋진 거라고."
"솔직히 웃겨! 근데 함부로 웃지는 못하겠다.
너 지금...좀 멋있어!"
회색 늑대는 버림받은 동물들을 대표한다. 덫에 걸려 죽은 너구리, 폐유에 범법이 되어 숨이 막혀 죽은 물새, 밀렵꾼에게 죽임을 당한 오소리와 곰, 도살된 소와 돼지 그리고 양계장의 닭. 하지만 회색 늑대는 뭉크가 기른 아름이였다. 결국 아름은 자신을 희생해서 뭉크를 돕는다.
무영은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다가 그림자가 없어졌다. 그림자가 없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 동길이 왜 직접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냐고 묻자 뜨끔한다. 결국 무영은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떠나고 달팽이로 변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한손이는 계속 시험 문제를 푼다. 끝까지 풀어야 엄청난 보석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동길이는 낭떠러지에 떨어지려고 하는 뭉크와 견록을 구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한 손으로 한손이를 꼭 안아준다.
깡마른 체구의 소년이 100미터 달리기를 하다 멈춘 자세로 서있다. 뒤로발이 생긴 동길이는 뛸 수록 먹어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어서 결승선을 통과한다.
"뒤로발, 넌 안 된다는 생각으로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쪽을 택했지.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지냈어. 이젠 꼼짝도 못하게 몸이 굳어져 버린 거야."
손해 안 보고 이익만 잘 찾아서 다니는 게 어른은 아니지.
노을은 밝은 낮의 하늘도 아라고 캄캄한 어둔의 하늘도 알아. 하지만 결코 어둠에 물들지 않지. 그러면서 자기만의 주홍빛 색깔을 지켜. 하루 중에 아주 짧은 순간일 뿐이지만 자기를 포기하지 않아.(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