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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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축산인이다. 2014년에 귀촌해 대안축산연구회 소속이다. 소는 키운 적 있지만 돼지는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다. 축산인은 축산업의 말단에 위치한다. 

축산인이 농촌의 현실을 알려주니 더 와 닿는다. 

제목에 속았다.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키우던 돼지를 도축하지 않을 줄 알았다. 

물론 저자는 이후에 채식주의자가 된다. 

어찌 보면 생태계와 왜곡된 축산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채식이 제일 쉬울 수도 있다. 안 먹으면 덜 죽일 테니까.

인간이라면 누구도 생명의 고통을 마주치지 않고 싶어 한다. 

옛날부터 도살을 하는 직업을 천시했고, 지금도 가장 취약계층, 외국인 노동자들이 축산식 공장에서 일한다. 

저자는 해외 취업으로 도살장 공고를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건강한' 돼지를 원하지 않는다. '더 빨리, 더 많은' 돼지 사육을 목표로 한다. 오히려 무항생제가 동물복지에 반한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돼지를 그저 풀떼기로 보는 이러한 시선은 정말 천박하고 무섭다.


결국 우리는 싼 고기를 먹고 있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싼 가격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이다. 

싼 가격은 고기를 많이 먹는다는 걸 전제로 설정된다. 적정량의 고기를 먹는다면 전체 비용은 오르지 않을 것 같다. 가축 전염병 발생으로 인한 매몰비용과 보상금, 지나친 육류 섭취로 인류가 겪고 있는 각종 질병을 생각하다면 무엇이 저렴한 것인지 고심해보아야 한다. (181쪽)

 

마블링이니, 육즙이 어떻니, 금겹살 등의 단어가 사라진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소는 옥수수 알곡을 먹어야 한다. 근육에까지 지방이 있다는 것은 소가 고통스럽게 성장했다는 뜻이다.(162쪽) 우리는 고기들의 고통을 먹는 것이다. 그렇게 먹은 고기가 어떻게 인간에게 이로울 것인가? 곡물로 인해 소의 위도 인간의 위와 비슷한 산성이 되었고 '햄버거병'이 증가했다.

돼지도 특정 부위만 인간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돼지를 키워야 한다. 뒷다리살까지 먹는다면 돼지 전체의 사육 마릿수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보기 싫다고 해서 공장식 축산을 방치할 순 없다. 동물계의 홀로코스트 아닐까? 

인간이 불편하게 여기는 사육과 도살을 대행해주는 게 공장식 축산이다.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저자가 직접 돼지를 도살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직접 눈으로 손으로 한 행위는 잊혀지지 않으니까. 

 정치인들, 시민들, 모두 이 책을 읽고 우리 농가의 현실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공장식 축산을 지원하지 않고,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냈으면 좋겠다.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을 파괴하는 나쁜 시스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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