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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ㅣ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황정은 작가의 소설은 <연년세세>밖에 안 읽었지만 매우 독특하고 문체도 특이했다.
작가가 매우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일 거라 생각했지만 <책읽아웃>에서 들어 보면 꼭 그렇진 않았다.
역시 책과 말은 다른가 보다.
<일기>에서 황정은 작가의 관심과 성격을 조금 엿보았다.
사회과학 책들을 즐겨 읽는 것을 알았고, 몸이 두 번 매우 아팠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허리 운동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을 잃어본 사람만이 건강의 중요성을 안다고 생각한다. 나도 가족 중에 큰 수술을 두 번을 한 적이 있어서 간접적으로 건강을 챙기게 되었다. 자신의 건강을 믿고 다른 사람에게 훈계를 하는 사람을 제일 이해할 수 없다. 정신력으로 버티라느니 막 먹으라느니, 공감 능력도 없고 매우 폭력적이라 생각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기는 목포행과 흔이었다.
작년에 목포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세월호 목포신항만거치안내가 있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었을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흔>은 쉽지 않을 어렸을 적 성폭행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친족간 성폭행. 나도 주변에 들은 적이 있지만,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작가의 고백이 더 고마웠다. 미투가 우리 사회를 일부 정화했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여성 억압적이고 차별적이다. 특히 성폭력에 대해서 여전히 남성/가해자 편이다.
<연년세세>에서 한세진이 뉴욕에 간 이야기가,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치열하게 쓰는 원고 노동자의 글은 독자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작가의 다른 에세이도 기대된다.
아파서 병원을 오래 다닌 적이 두번 있다. 한번은 영양실조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고 다른 한번은 디스크 문제였다. 첫번째 질병의 증상이 내 경우엔 주로 무기력이었는데 두번재 질병의 증상은 도대체 설명하기가 어려운 고통이었다.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어 진통제를 먹으며 가만히 서 있거나 걸으며 지냈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로 동거인과 내가 옥탑에 살던 때였고 읽고 쓰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고 5년쯤 지난 해였다. 난방과 냉방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주거 환경에서 나쁜 자세로 소설작업을 했고 그 와중에 재판정으로 취재를 다녔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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