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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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의 SF 단편 모음집은 처음 읽은 것 같다.

SF라 하지만,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이 많다.

오히려 SF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과 마음을 더 잘 포착할 수 있는 면이 많다.

6개의 단편은 모두 작가가 다른 곳에 실었던 거를 한 데 모았다.

그래서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마지막 단편,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는 앞선 다른 단편에서 언급한 상황들의 로드맵 같은 느낌마저 든다.


1. 살아 있는 조산님들의 밤 : 황금가지 작가 프로젝트 공모전 당선작, 온라인 플랫폼 브릿G 2019 올해의 SF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수록작 (황금가지, 2021)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다. 이경희 작가의 사진이 없었다면 작가는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사를 없애자고 상상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다.

제사 없애기 본부도 신박하고, 잔소리 조상들을 퇴치하기 방법으로 더 먼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상상력도 좋다.

결국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인류의 종말이 오고, 이건 모두 오지랖 때문이라는 것.

극단적이긴 하지만 정말 제사라는 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만약 공약으로 이걸 내세우면 굉장한 사회적 쟁점이 될 것 같다.

올해 흥미로운 통계 중에, 코로나로 한국의 이혼율이 줄었다는 거다. 반대로 외국의 이혼율을 증가했다고.

한국의 감소율은 제사가 큰 것 같다. 명절 때 친척을 안 보니 싸울 일이 줄었다고.

정말 웃픈 현실이다. 이렇게 우리 사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사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제사가 조상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2. 우리가 멈추면 : 웹진 거울 2020년 1월호

최초 우주 파업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여섯 작품 중 이 단편을 가장 이른 시기인 2019년 봄에 썼다고 한다. 2014년 KTX 민영화 저지 투쟁과 2018년 파리바게트 제빵기사들의 투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미래를 얘기하고 있지만 결코 미래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더 파편화되고 교류가 어려운 우주의 비정규직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그 연대의 고리를 블록체인 같은 걸로 메워질 수 있지만 결코는 교류도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멀리 떨어져도 연대의 표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 바로 붉은색 조명을 통해서.

3.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 끝내 비명은 (아작, 2021) 수록작

욕망구현장치.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지 상상한 단편. 결국 욕망은 끝은 파멸인가?

새로운 욕망 하나에 코인 하나. 그 코인을 갖기 위해 파멸을 자행한다.

작가는 꿈을 꾼 줄거리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4. 바벨의 도서관 : 책에 갇히다 (구피, 2021) 수록작\

AI의 끝은 결국 인류 파멸.

마지막 반전에 스카이파이어가 알파라는 걸, 그리고 스카이파이어의 마지막 메시지가 흥미롭다.

자유의지라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절대적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혼란이다.

그래도 나는 자유가 좋다. 자유를 위해서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 비록 노예가 될 자유를 누군가는 선택하더라도.


전쟁은 끝났어

이제 너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222쪽)


5.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 : 웹진 거울 2020년 4월호

우리 주변의 또라이들이 외계인이라는 설정은 재미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도저히 인간이 저런 행동과 말을 하는 건 견디기 힘드니까.

신흥종교와 외계인을 엮은 발상도 흥미롭다. 저자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던 2020년 봄에 썼다고 한다.


6.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 어션 테일즈 The Earthian Tales 2021년 창간호

1조 2222억 년 후의 세계라. 절대 상상할 수 없다.

저자가 상상하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더 다정한 우주를 꿈꾸는 작가. '노골적인 댈 충족 소설'이라고 작가는 적었다.


다산책방의 다른 시리즈도 궁금해졌다.

<오늘의 젊은 문학 시리즈>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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