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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평점 :
유은실 작가의 최신작. 역시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딱 그런 스토리다.
순례 주택은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안식처다.
구별짓기를 밥먹듯이 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일침을 놓는 수작.
주인공 오수림은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순례 씨에 의해 키워졌다. 친 가족보다 순례 주택의 식구들을 더 식구처럼 생각한다.
부모와 언니(오미림)가 있지만 생각이 너무 다르다. 1군이라 불리는 가족.
수림은 늘 가족한테 '모지리'라 구박받는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빚을 지자 수림이 가족은 살던 원더 그랜디움 아파트를 처분해야한다.
고모들도 돈을 주지 않자 아빠는 집을 알아본다. 하지만 거북동에 보증금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고시원뿐이었다.
월세를 올리지 않는 순례 주택에 최측근 수림이 덕분에 들어가게 된 1군.
수림이는 어떻게든 가족이 개과천선하고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가족이 되길 바란다.
솔직히 가족에게 복수하고픈 마음도 있다. 수림이 가족은 계속 순례 주택 입주민들과 섞이지 못하고 작은 마찰들을 일으킨다.옥상의 공유공간을 점유하고 갔다 놓은 음식을 다 먹는다.(채우지 않고)
더 이상 수림이 가족의 행태를 보고 있을 수 없었던 길동 씨는 엄마를 불러 할머니 건물을 아들이 상속하지 않는다고 귀뜸해준다.
부모님은 수림이가 순례 씨의 건물을 상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자 할머니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한다.
아빠는 아침에 건물 청소를 하고 알바를 하고, 엄마는 새벽 김밥에 알바를 나간다. 40년 인생 처음으로 자기 손으로 돈을 번 엄마는 조금씩 변한다.
'솔직히 말해서'를 입에 달고 사는 엄마지만, 학력과 직업으로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가 조금은 눈치를 보게 된다.
엄마의 언행으로 빌라촌 사람들에게 준 상처를 그대로 겪게 하고픈 수림.
어느 날 순례 씨가 옥상에서 미끄러진다. 그 계기로 수림이와 길동 씨가 부모님을 속인 걸 알게 된다. 순례 씨는 자신이 죽으면 건물을 '국경없는 의사회'에 기부한다고 밝힌다. 수림이는 엄마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성한다. 수림은 주말 알바를 시작한다. 엄마도 계속 새벽 알바를 나간다. 착한 말도 할줄 안다. (아드님이 솜씨도 좋고, 인상도 좋네요.) 아빠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십칠 년 만에 첫 부부싸움을 했다.타인이 아닌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엄마 아빠가 반가운 수림.
책을 덮고 한동안 여운이 남았다. 순례 주택의 길동씨 부부, 박사님, 원장님, 진하, 병하, 모두 멋진 이웃이다.
저 혼자 고상한 척하더니. 건물주 상속녀라고 갑질해 정신이 번쩍 났다. 엄마 아빠보다 오미림이 지조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속녀 따위 신경 끄고 자기 캐릭터를 꿋꿋이 밀고 나가는. - P223
수림아 이 지구에 내 최측근이 딱 한 명 있는데 누구지? - P99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
이 지경이 되어도 끈끈한 그들이 기괴해서, 나는 멀찍이 서 있었다. - P51
나는 내 인생의 순례자니까. 관광객이 아니라.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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