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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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작가는 연륜이 들수록 글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생각의 깊이도 명료해지고, 문장력도 쫄깃쫄깃한게 순식간에 읽힌다. 

동년배라 그런지 비슷한 고민과 생각들이 엿보인다. 

제목도 어찌나 잘 지었는지 <조상 혐오를 멈춰주세요>에서 제사에 대한 정의가 어쩜 그리 정확한지. 제사는 "(남자네 집안)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의 집 여자들이 동원되어 고생해서 만든) 음식을 (해봐야 전 부치는 걸 거드는 게 전부인 남자들이)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남녀차별 집약적) 의식"인 것이다. 

얼마전 뉴스에서 오히려 우리나라는 코로나 기간 중에 이혼율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 이유가 바로 집안 행사, 제사 등이 줄어서 부부간 갈등이 줄었다는 것. 우리나라 가족들은 왜 제사와 같이 쓸데없는 걸로 싸우는 지 모르겠다. 저자가 말했듯이 제사를 안 지냈다고 후손들이 망하라고 저주하고 복수를 계획하는 조상이 정말 있을까? 무엇보다 후손에게 복과 재앙을 골라서 내릴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으면서 밥 한 끼를 알아서 먹지 못해 배고프다고 꿈에까지 찾아오다니 정말 독특한 영혼이 아닐 수 없다. (84)


<축구와 집주인>편을 읽고 집주인과 싸우는 이야기를 읽고, 나도 태권도나 주짓수와 같은 운동을 올해 시작해볼까?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어렸을 때 몸 쓰는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우리 엄마는 절대 몸 쓰는 운동을 싫어하신다.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고;;) 못해서 두구두구 열받았다. 40대 되서 '몸쓰는 운동 좀 해볼까'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갑자기 들게 되었다. 저질 체력이겠지만 하다보면 '내 나이 돼 봐. 그럼 이렇게 할 수 있다니까?'라고 말하는 50대 언니가 되고 싶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참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구나. 물론 이상한 사람도 많이 만났겠지만 그런 추억들을 잊지 않고 기록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리에게도 그런 다정한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안 좋은 일들만 먼저 기억하지 말고, 고마웠던 일, 감동받은 일을 기록하고 글로 남기면 훨씬 살만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축구, 축제, 술, 다정에 이어서 저자의 다음 책은 어떤 주제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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