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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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소설보다 작가의 말이 더 공감이 됐다.

이스터에그 설명도 좋았고, 일 다니며 몰래 소설을 쓴 작가의 고백도 신선했다.

작가는 직장 생활을 10년 했다고 한다. 어쩐지 글을 읽으며 내공이 느껴졌다.

소설을 쓰는 일, 그건 내 오래고 오랜 비밀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이상하게 부끄러웠따. 절친한 친구나 가족에게조차,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꼭꼭 숨겨왔다.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내게는 너무나 중요한 나의 일부를 이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내가 자초한 일이면서도 한없이 외로웠다.

소설가로 데뷔하고 나서 가장 신기했던 일은, 더 이상 혼자 쓰고 혼자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단 한명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가닿는다는 것이었다. 무섭기도 하지만, 오래 바라왔던 일이다.”

장류진 작가의 첫 단편집은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1.     잘 살겠습니다 :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빛나 언니와 주인공 같은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개인 메일을 써야 하는데 전체 메일로 회신해서 낭패 본 이야기, 청첩장을 받고도 오지 않아 서운한 이야기, 계산적으로 결혼식 선물을 고르는 마음, 진부한 마음으로 선물 했는데 상대방은 감격해서 프로필에 올린 이야기 등등 너무 익숙해서 놀랍다. 아마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사람들도 공감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     일의 기쁨과 슬픔: 중고마켓(우동마켓)이라는 소재와 또라이 상사를 정말 잘 접목했다.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공간, 거북이알의 사연, 또라이 상사, 감정 티 내는 천재앱 개발자, 월급을 포인트로 주는 또라이 회사(분명 노동청에 신고하면 걸릴 텐데). 분명 법이 없었으면 이렇게 행동할 상사들이 얼마나 많을까? 갑질의 끝판왕.

3.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가장 공감이 안 갔던 단편이다. 썸을 탔던 회사 동료, 여자가 사별하자 일본으로 이사 가고, 그 여자를 만나러 가는 옛 직장 동료의 이야기

4.      다소 낮음: 냉장고송과 유튜브 스타를 교묘하게 접목했다. 결국 위로 받은 존재가 반려견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5.     도움의 손길: 가사도우미 아줌마를 부르는 신혼 부부의 이야기. 실제로 내 주변에서도 앱으로 청소 도우미를 부르는 사례들이 많아 공감이 더 갔다. 시각의 차이 때문인지, 입장의 차이 때문인지 두 여성의 상황이 다 공감이 갔다.

6.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출근하기 전 몇 시간을 참 박진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7.     새벽의 방문자들: 오페스텔에 성매매에 대해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작가는 거기에 착안한 모양이다. 주인공과 헤어졌던 엑스가 성매매하러 오는 손님이었다는 설정은 조금 진부했지만 건너편 동으로 찾아가는 설정은 신선했다.

8.     탐페레 공항: 여행지에서 우연히 스친 사람과의 인연. 누구나 있을 것 같다. 가끔 생각나는 사람. 연락을 주저하는 사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보고 싶은 사람은 먼저 연락하라는 것을 잘 말해주는 단편이다. 정말 시간은 상대적이다. 10년이 1년보다 짧게 느껴지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일의 기쁨과 슬픔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당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부럽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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