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샹들리에 ㅣ 창비청소년문학 73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평점 :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이어폰>은 단편이라기보다는 중편에 가깝다.
가장 기억에 남은 단편은 <아는 사람>. 과외선생님과 학생에게 성폭행 당하는 이야기다. 정말 끔찍하다. 이걸 쓰는 작가도 힘들었을 것 같다.
원래 5명(여자 4, 남자 1)이 함께 과외를 했는데, 어느날 주인공 나 빼고 여자들이 다 나가버렸다. 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두 명만 과외를 받아서 더 자세히 물어볼 수 있어 좋아했다. 어느 날 과외선생님이 휴가가고, 주인공과 남자애만 오피스텔에서 모이게 되었는데, 남자는 약을 타고 강간을 했다. 알고 보니 과외 선생과 모의해서 앞의 3명의 여자아이들에게도 똑같은 짓을 했다. 동영상 촬영하고 협박하고 주인공을 풀어준다. 주인공은 나오자마자 엄마에게 전화해 경찰에 신고한다. 힘들고 괴로운 내용을 담담하게 끌고 나간다.
너는 끝났지? 나는 시작이다.
<이어폰>은 엄마의 죽음을 옆에서 겪고도 이어폰 때문에 전혀 듣지 못해 구하지 못한 아들 이야기다. 힘든 상황을 할머니와 고모가 옆에서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설정이 감동적이다. 철이 없는 아빠의 트라우마도 쉽게 풀리진 않겠지만, 짊어 지고 살아야할 무게다.
<고드름>은 서술 방식이 특이하다. 따옴표 없이 쭉 서술한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다. 세 명의 친구가 가상으로 살인을 모의하는데, 이걸 옆에서 들은 아저씨가 진짜인 줄 알고 신고하는 내용이다.
<그녀>는 남학생 나의 입장에서 할아버지 장례시에 갔다가 만나게 된 같은 반 여학생(유급해서 누나) '그녀' 관찰기다. 돼지를 키운 농가에서 머물기 때문에 돼지할머니와 둘이서 산다. 미진이는 어떤 사연으로 시골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할말 하고 쓸데없이 참견하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이 시원하다.
<미진이>는 <그녀>에나온 그녀다. 어떻게 해서 미진이가 할머니와 살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와 힘들어하는 아빠를 피해 할머니댁으로 온 것이다. 자신에게 모진 말을 하는 엄마 때문에 가출했지만 의지할 친구 한 명도 없는 미진. 학교 그만둔다고 해도 말리지 않는 아빠. 엄마 아빠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낀 미진.
결과적으로 완성된 사람들 겉으로 흉내만 냈지. 그들이 병신같이 몰두하는 과정은 병신처럼 무시하고. 그런데 넌, 병신처럼 몰두해도 안 돼. 그냥 평범한 애거든. 너 전혀 특별한 사람 아니야. 명심해.
<만두>는 만두가게를 하는 ㅇ머마와 딸 이야기다. 엄마와 하반신 마지된 아저씨를 불쌍히 여기는 지난가는 손님의 말을 듣고 열받아 접시를 던진다.
<파란 아이>는 죽은 누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중학생 황선우 이야기다. 누나가 아기일 때 목욕탕에서 익사한다. 동생 선우는 신기하게 입술이 파랗다. 그래서 '파란 아이'라고 불린다. 누나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된 선우는 대신 은우라는 이름을 스스로 정한다. 방학 때는 할머니가 있는 시골에 왔다가, 친구 동아가 놀러오면서 친구의 다른 면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