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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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부터 즐겨 읽던 박노자 교수의 책들.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강연도 신청했었는데 말보다는 글을 훨씬 잘 쓰는 사람이었다.

귀화를 해서 한국인이지만, 아마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아무도 한국인으로 대해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차별이 덜한 북유럽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학력사회에 대한 고민도 동감한다. 학력이 곧 서열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는 미국과 참 닮아 있다. 이 학력 차별이 완화되지 않고서는 행복한 사회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이 출산률이 세계 최저인데, 그 원인을 제대로 위정자들이 파악하고 있을까? 저자는 오히려 반여성적 환경에도 아직까지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것, 즉 출산율이 아예 0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희망을 느껴야 출산도 하지, 아직 희망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한국사회에 남아 있나 보다. 

한국 사회는 탈학벌에 계속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45퍼센트, 문재인 정부 때는 42퍼센트가 정부 고위직 서울대 출신 비율이다. 오히려 육사 출신 비율이 높았던 박근혜 정부 때는 33퍼센트. 

앞으로 1인 가구가 대세일 것이다. 덴마크의 1인 가구 비율은 37퍼센트, 노르웨이는 41퍼센다. 한국은 2019년 통계에 의하면 30퍼센트가 1인 가구다. 39세가 되어도 미혼 또는 비혼인 여성은 20퍼센트, 남성은 33퍼센트. 남자가 더 높다는 게 의외였다. 주변에 결혼 안 한 여성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한국 남성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명쾌하다. 가부장제는 빨리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할 역사의 유물인데 한국 남자들은 아직 이 유물을 붙잡고 있다. 본래 한국 남성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군인도 있고, 국민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다. 문제는 이 '남ㅈ마의 기초적 조건'은 갈수록 수많은 젊은 남성이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청년층과 노년청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외국어 연수와 대학원이라는 성지순례까지 모두 마쳐도 서른이 되도록 계속 '자리'를 잡지 못하는 단기 비정규직, 심지어'알바' 자리를 전전하는 젊은 남성들이 수두룩하다.  '모범적인 30대 초반의 한국형 남성'은 가면 갈수록 '예외'가 되어간다. 상위 20~25퍼센트를 제외하면 그런 사람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낟. 그렇게 '그들'이 얻은 것ㅇ느 가나마 나름의 '지위 향상'을 경험한 여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다.

그렇다면 왜 신자유주의를 욕해야지 약자인 여성에게 분풀이를 하는걸까? 한국의 '페니스 파시즘'은 미국의 백인 특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당장에 '상실'될 일이 없는데도 그들은 그 특권이 약화되는 '경향' 에 위기감을 느끼고 극우화하는 것이다.(83면)

또한 자기계발서에 대해서 명쾌하게 저자는 정의한다. 자기계발서의 세계에서는 만인이 만인의 경쟁자이다. 이런 경쟁 구도에서 최고의 무기는 속 생각의 은페와 위선 그리고 관계 관리와 타자의 도구화. 최종 목표는 부자 되세요다.

한국 사상사는 고조선 시대에 유교와 도교의 근본이 유입된 이후 약 2100~22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리사욕이 개인 삶의 유일무이한 목표가 되고 교언영색이 성공을 향한 경쟁에서 당연하고 합법적인 무기가 되어버린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일이다. 2000년이 넘는 역사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다.

약자에 대한 차별, 1년에 약 1800-2000명의 노동자를 죽이는 최악의 산재 사망률, 만연되어 있는 과로사, 14퍼센트 이상의 직장 여성들이 당하는 성추행.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신자유주의 하에서 연대 의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공동체의식, 연대, 공감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재들이 필요하다.


각자가 스스로에게 ‘나의 생각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는 것은 아마도 현재로서 가장 혁명적인 질문일 것입니다. 500여 년 전 동양철학사상 가장 급진적이며 개성적인 사상가라고 할 이지(이탁오, 1527-1602)는 동신, 즉 주류의 의식이 ‘나‘에게 주입되기 전에 본래 진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오늘날 이 외침은 더 절실하게 들립니다. - P12

공부에 진정한 흥미를 느끼는 사람 역시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그렇게 소수인 것이 정상이죠. 사회를 유지시키는 것은 소수의 ‘재능‘보다는 다수의 ‘노동‘이니까요. 한국을 오늘날처럼 부자 나라로 만든 것은 ‘교수님‘들의 그 잘난 ‘영어 논문‘이 아니라 조립 라인에서 나사를 돌리는 노동자들의 손이었습니다. 그런데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고학력 인력이 존중받는 가운데,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저주처럼 들리는 이 괴이한 ‘학력 우대 사회‘에서 부모들이 굳이 원하지도 않는 아이들에게까지 마지막 돈을 투자해서 공부를 시키고 유학을 보냅니다. - P59

루마니아 주택 소유율 96퍼센트, 러시아 84, 노르웨이 82, 한국 53, 일본 61.
후지이 다케시 선생의 글
민영휘 손자 민병도 - 이승만 시절 한국은행 총재,
조병갑 - 조기숙 교수 증손녀,
일본은 통합은 되었지만 통일은 되지 않음.

2007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외국인 보호소, 즉 가난한 나라 출신의 입국자들을 집어넣는 시설에 큰 불이 났다. 외국인 수인들이 살려달라고, 문을 열어달라고 필사적으로 절규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당연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도주 우려‘가 있었기 때문. 중국 동포나 스리랑카, 파키스탄 노도자가 불길 속에서 타 죽는 것이 도망가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 결국 열 명의 외노들이 불길 속에서 죽었따. 한국 정부는 1인당 1억 원을 주는 유가족들과 합의했다. 국가적 사과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도 없었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나 애도도 없었다. 애도하기에는 급이 너무 없는 사람들 - P97

안산은 외국인 인구 대비 비율이 국내 지자체 중 최고인 1@퍼센트, 8만 6천 명. 안산은 외국인에게 국내인의 70퍼센트 수준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 외국인은 국내인보다 반찬을 덜 먹나요? 옷을 덜 입나요? 아파트 관리비를 덜 내나요?

냉소주의 사막에서 빠져나가 좌파 진보적 입장에서 공익의 논리를 다시 재건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우선 인간적 타자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지구 환경까지도 배려와 동감 그리고 연대의 대상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과거 ‘공익‘ 이데올로기들의 인권 침해적 권력 남용을 허용했던 요소들도 철저하게 반성, 성찰해야 한다. 출세와 소비 욕망을 유일한 가치로 설정한 가치관이 결국 개인은 물론 인류 전체를 파멸의 문으로 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 P123

전향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하나의 주요 코드다. 그만큼 끝까지 전향하지 않고 지금도 ‘계급‘과 같은 화두를 놓지 않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비록 소수라고 해도 그들이 있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명문대 출신 소유자에겐 솔직히 모든 것을 벌리 각오로 이 가시밭길을 걷기가 쉽지 않겠죠? - P129

과반수의 한국 노동자들은 의식주보다, 성욕보다, 어쩌면 목숨보다 더 귀중할 수도 있는 ‘자존심‘을 포기하면서 밥벌이를 해야 한다는 것. 직장 생활 중에 폭언을 한두 번 들은 사람은 열 명 중 아홉 명이고, 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2~17퍼센트.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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