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삶 문학동네 청소년 45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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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 작가, 이금이 선생님. 그 누구보다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주인공의 감정이 이입이 돼서 내가 상만이 되었다가 허구가 되었다가 한다.

작가는 대비되는 두 인물을 설정하기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상만과 허구. 둘은 정 반대의 삶을 산 것 같다. 상만은 고아다. 어머니가 연탄가스 사고로 죽자, 상만은 외삼촌의 집에 얹혀 살게 된다. 구박과 눈치를 보며 사는 상만은, 방앗간 배달과 일을 하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반대로 허구는 외동아들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부러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두 사람이 친구가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허구가 제천으로 이사를 온다. 우연히 허구의 집에 쌀 배달을 갔다가 허구의 집에 매주 놀러가게 된다.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했던 상만. 반대로 허구는 그 어떤 것도 애정이 없어 보인다.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고 여행가를 꿈꾼다. 그의 사정을 우리는 나중에, 그의 장례식에서 알게 된다.

알고 보니 허구는 5살 때 유괴되었던 것이다. 돈을 받고 그의 친 아버지는 그를 지금의 양부모에게 넘겼다. 

그런 사실을 알고도 제 정신으로 살 수 있었을까? 아마 허구는 그렇게 껍데기로만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눈먼 이기심과 욕심에 존재를 부정당한 채 평생을 살아야 했던 허구, 어린시절을 이해받거나 위로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상만, 허구의 상황을 바로잡아 줄 어른이 있었다면, 상만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일은 어른인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내 부끄럽고 미안했다.

작가는 이기적이고 부족한 어른의 모습을 상만과 허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뭔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누르는 기분이 든다. 얼마나 이 둘의 인생이 외롭고 힘들었을지. 만약 좀더 빨리 서로에게 솔직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연이란 진짜 존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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