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 


책 내용도 단숨에 읽었지만 서유미 작가의 인터뷰도 재미있었다. 

우선 정세랑 작가가 원래 동화작가가 꿈이었고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고 어린이책을 만들고 싶어 출판사에 입사한 것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어린이책이 아닌 소설과 시집을 만들게 되었고, 주말과 휴가 때마다 시간을 내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쓴 소설들이 '장르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설상 공모전의 최종심에서 아홉번이나 떨어졌다니!!! (상금이 무려 2억 5천만원!)그래도 역시 낙천적인 작가님은  "도장이 아홉개라는 건 한번만 더 찍으면 보너스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 생각을 하니까 괜찮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최종심에 오른다는 것은 문장력이나 구성 등은 이미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무지 부럽다. 

그래서 아예 장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을 발표한 곳이 장르문학을 다루는 잡지 <판타스틱>이었다. 이후 패션잡지, 남성 잡지, 아트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나갔다. 


작가님의 업무 패턴도 흥미로웠다. 아침형 인간이고 하루 종일 글을 쓰지 않고 두 시간 정도만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디어를 사냥하듯 돌아다니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재미있게 논다. 버스를 타고 다닐 때나 악몽을 꿀 때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주로 재봉틀을 하거나 캘리그래피를 하거나 공예에 몰두한다. 헬스도 열심히 한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가자면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파주와 일산은 어렸을 때 작가가 실제로 살았던 곳이다.

<이만큼 가까이>는 주인공 나의 첫사랑 주완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나와 파주에서 학교 다닌 절친 5명에 대한 이야기다. 뜨개질을 잘하는 패셔니스타 송이, 외삼촌과 할머니의 폭행에 시달리는 수미, 과수원 집 아들 민웅, 모범생 찬겸, 인도에서 귀국한 주연. 주완이는 주연의 오빠다. 하지만 어느 날 수미의 초등학교 동생 수호는 탈영병의 총을 발견하게 되고, 그 총으로 주완이를 쏜다. 그 사건 이후로 망가져버린 나. 하지만 친구들과 가족의 도움으로 서서히 극복해 나간다. 학교 졸업하고 영화미술을 업으로 하고, 주연이는 출판계에서 기획 협동조합까지, 송이는 스튜어디스에서 뉴욕의 공방 근무하기, 민웅이는 조경관련 일, 찬겸이는 치과의사, 수미는 사회복지사가 된다. (개인적으로 찬겸이의 역할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인생의 폭력성, 상실, 우정, 치유 등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들 - 열악한 노동환경, 가정 폭력, 14세 미만 범죄, 무장 탈영, 개성공단 -을 적절히 소설에 녹여내고 있다.


삼십대라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잘 풀어내고 있다. 

40대의 정세랑 작가는 어떤 글을 쓸지 기대된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어폰에서 새어나오는 듣기 싫은 음악들만 서로 섞였다.
돌아오는 곳이 아니라 들르는 곳.
영화에 집중하지 않는 친구들을 거슬려한다.
갯벌의 게처럼 거품을 끼고 살기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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