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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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렸을 때 독서가 취미였고 늘 도서관에 가는게 행복했다.

하지만 한번도 글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나에게는 백일장이나 글쓰기로 상을 탄 경험이 없어서 그럴까? 

오히려 어렸을 때 그림으로 상을 탄 적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펴 그림책을 그리고 스토리를 지어냈던 기억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저자처럼 책을 사랑해서 편집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왠지 책을 좋아해도 편집자가 되면 내가 원하지 않은 책도 만들어야할 것 같고, 이상한 작가들도 많이 만날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지금 도서관에서 일하는데 참 좋다.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서를 될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우리 나라는 신기하게도 서점 주인, 출판사 직원이 사서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사서의 이미지가 너무 정적이라 그럴까? 

저자는 8년 차 편집자로 주로 작은 출판사에 일했다고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싶다. 직장 생활, 사회 생활은 어디나 똑같나 보다. 그나마 난 이상한 상사를 만났지만, 나의 시간과 돈을 착취하는 상사는 다행히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장에 있어보지도 않았다.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내가 그만큼 일욕심이 없었던 건지.... 아마 후자일 것 같다. 내 주변에는 워커홀릭들이 참 많다. 난 오히려 신입 때부터 칼퇴근을 했다. 야근하면 그렇게 속이 안좋고 토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는 워라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렇다고 내가 내 일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꽤 일도 잘했고 인정도 받았다. 어린 나이에 팀장도 빨리 달아서 매우 불편한 경험이 있다. 

요즘은 20대부터 팀장이니 이사장이니 직함을 잘 다는 것 같다. 


책을 사랑하지만 일에 치여 '책이 싫어증' '책태기' 직업병도 걸리고, 다행히 독립출판물을 만나면서 다시 동기부여가 된 저자. 

저자를 보며 책을 정말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신의 경험을 독립출판으로 내고 상업출판까지 이어졌다.

나도 어느 순간 글을 쓸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았다. 뭔가 글로 정리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상쾌하다.

나도 언젠가 작가로 불리울 수 있을까?


책이 싫어증 : 너무 책을 열심히 만드는 바람에 질려버려서 여가 시간에는 책을 거들떠보기도 싫다. 책은 더 이상 쉼의 도구가 아니라서 개인적 취향의 독서 및 대형 서점을 멀리하게 된다.
책태기: 출판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마음이 들고 책을 만드는 일이 지루해진다. 그냥 주어진 일이라 간신히 하는 것뿐, 특별한 열의 없이 그저 평소 따르던 루틴대로 형식적인 편집과 제작을 한다.
책이라는 것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구나. 매일 책을 만지고, 읽고, 만들면서도 책의 가치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그 두근거림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이토록 행복한 행위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내마음은, 이 불행한 마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인세는 대부분 정가의 10퍼센트. 초판 3000부. 450만원
글빚

출판사에서 일하면 사람들이 다 멋있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전혀 멋있지 않지만), 일한 결과물이 분명히 나오느지라 보람돠 있다(뽀람 없는 책도 많지만) 학창시절부터 존경하던 작가님을 직접 만날 기회도 있다(그 작가님조차 원고를 제때 안 주시지만), 오래 일할수록 경험이 쌓여 인정을 받는다(오래 일하고 싶지 않은 게 문제지만), 상황에 따라 프리랜서로도 전향하기가 쉽다(프리랜서가 이미 차고 넘치지만).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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