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서유미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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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선물로 읽게 된 책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라 첫 단편 <에트르>를 읽고 참 날카롭고 '암울한' 작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총6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트르>(2017)는 두 자매 이야기다. 언니는 에트르라는 고급 빵집에서 알바하고 , 동생도 이것저것 알바를 한다. 집 주인이 월세를 올리거나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한다. 막막한 이들에게, 서울 생활을 포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과 맘껏 먹고 놀고 살기에는 각박한 공간이다. 에트르에서 밤에 팔다 남은 케잌, 빵을 싸게 가져가는 것이 일종의 행복인 이들. 어쩜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한 해 마지막날 새집을 보러 갔다가 세입자가 야근 때문에 펑크를 내자, 주인공은 '마지막 날 야근을 시키는 회사와 해가 바뀌면 집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과 장갑을 챙기지 않은 나의 부주의가 다 못마땅'하다. 그리고 애지중지 블루베리 케이크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하지만 케이크 상자를 품에 꼭 안고 집에 귀가한다.


<개의 나날>(2014)은 여기 수록된 단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 우선 성매매 알선 삐끼의 삶을 어떻게 작가가 이렇게 잘 알까 의아해 하면서,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반 두려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며 읽었다. 주인공 나는 이런 자신의 생활에 환멸을 느끼지만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날 어렸을 적 유일하게 '아빠'라고 부른 '조 아저씨'가 돌아간 후 남긴 일기장과 용돈을 받으며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만 같다. 


<휴가>(2016)는 이렇게 평범한 얘기를 박진감 있게 묘사할 수 있구나 감탄한 작품이다. 부부는 휴일에 휴가를 내고 멋진 계획을 세우지만 낮잠을 자는 바람에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하루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콕하며 지낸다. 하지만 남편 은호는 몰래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에 나갔다가, 조는? 경비아저씨, 벤치에 곯아 떨어진 남자, 벤츠 차, 옥상의 남자 등을 보며 온갖 상상을 한다. 이들이 살았을까, 자살하려는 건 아닐까. 그리고 결국 계획대로 휴가를 보내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


<뒷모습의 발견>(2013)는 가장 비현실적인 소재다. 부부는 10주년 결혼기념일 때 설악산에 놀러간다. 하지만 다음날 설악산 등산을 간 남편은 사라지고 안 돌아온다. 부인은 경찰에 신고도 해보고, 직장 동료도 만나고, 지인도 만나지만 남편의 행방은 알 수 없이 끝난다.


<이후의 삶>(2014)은 사우나라는 한국의 독특한 공간을 소재로, 가족과 단절되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얘기한다. 처음 주인공은 부부싸움 할 때만 사우나에 갔다. 하지만 이혼 후 집이 팔리지 않자, 고시텔에 있다가 답답해 아예 한달 장기 이용권을 끊어 사우나로 이사한다. 거기서 만난 이백, 오, 구, 삼 등과 면을 트고 자신의 열쇠를 찾아준 상조 회사 직원 대머리독수리를 알게 되며 동질감을 느낀다. 결국 한 달의 '공동' 생활을 청산하고 주인공은 팔린 집으로 받은 돈으로 새로운 곳을 찾아나선다.


<변해가네>(2014)는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이혼한 여성의 이야기. 딸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치매 걸린 엄마와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독서라는 것을 통해 주인공은 해방을 느낀다. 이게 작가의 경험에서 오는 걸까?  '읽고 싶은 책을 샀고 눈치 보거나 방해받지 않고 아무 때나 펼쳐서 읽었다. 뜨거운 차를 마시며 책을 더듬더듬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그었다. 그럴 때문 찰나지만 이 생활이 충분하고 완벽에 가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본인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 아닐까? 


나의 취향보다는 조금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저자의 날카롭고 독특한 시각은 마음에 들었다.

다름 작품도 읽어볼 것 같다.


10년이란 세월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긴 시간이지만 뒤돌아보면 몇 개의 장면만 기억나는 꿈과 같았다. - P119

원래도 말이 많고 꼬장꼬장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화가 더 늘었고 좋은 일을 두고도 단점을 찾아내 험담하는 걸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엄마의 불평과 잔소리라면 다들 넌더리가 난 상태였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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