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퇴사하겠습니다>를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속편은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읽으면서 많이 실망했다.

우선 <퇴사하겠습니다>의 내용과 많이 겹친다. 솔직히 둘 중에 하나만 읽기를 권하고 싶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의 무소유 행적을 매우 상세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만약 그런 삶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퇴사하겠습니다> 수준으로 만족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안과 밖'을 나누는 사고방식을 바꾸면 세상이 재미있게 달라 보인다는 내용이다.

현대 사회는 '공유' 보다는 '소유'로 변화하는 과정이고, 그것이 얼마나 편협된 사고인지 매우 합리적이고 명쾌하게 저자는 피력한다.

원전 사고도 그런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풍요로움'에 대한 경쟁의 끝이 원전 사고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이루어지는 '풍요로움'


전기화 주택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인구증가와 세대 증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면서 전력회사와 가스회사가 한정된 파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공급되었다고 한다. 전력회사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바로 전기화 주택(111쪽)이었다.


나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 '소유'에 대한 욕망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전자레인지가 없다. 냉장고도 원래 필요 없는데 어쩔 수 없이 들여놓고 있다. 그리고 중고 서점, 중고 가게 등을 많이 쓴다. 저자처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고 한다.


저자의 다음 책은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 아니면 더 이상 이 작가 책은 안 볼 것 같다.


나는 인생의 ‘언젠가‘, 다시 말해 인생의 가능성을 버리는 중이었다. 내 의지로 그런 짓을 저지를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계속해서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야말로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지름길이라고 믿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진정한 풍요로움일까. 가능성을 넓힌다는 명목 하에, 욕망을 폭주시키고 불만을 등에 없고 살아왔던 건 아닐까. 가능성을 닫고 산다. 나는 그 가능성에 내 인생을 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 P142

절전이든 인생이든 끝이 없는 벽과의 싸움이다. 벽은 너무나 높으니, 그 높이에만 집중하다보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사소한 것이라도 몇 번이든 도전하겠다고 결심하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래,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야. 아마도...
- P174

내 ‘커다란 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욕탕집 사람과 중고 책방 사람과 중고 옷가게 사람과 카페 사람들이 다 건강히 잘 살아 주어야 한다. 자연히 ‘타인에게 좋은 일은 나에게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게 된다. 그곳에 열심히 다니고, 말을 건네고, 친분을 쌓는다. ‘우리 집‘ (다시 말해 세상)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 P198

지금까지 ‘같은 물건이면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싸게 사면, 나는 이득을 보지만 상대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득을 보았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손해를 보고 얼굴이 어두워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게 된다. 친구 없는 세상을 살아가게 됟다. 그렇게 살면서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내게 무언가를 제공해주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내 쪽에서 더 많은 것을 지불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일종의 ‘응원 티켓‘으로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만들겠다고 생각하면, ‘지불하는 것‘은 돈이 아니어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때로는 웃음이거나, 때로는 고맙다는 인사이거나, 약간의 나눔이거나. 그렇게 하다보면 결국엔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점점 더 기운을 내게 된다. 그러면 나 역시 풍요로워진다. 그것이 이득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 P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