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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어떤 작품보다도 이 시집 한 권으로 박경리 선생님의 인품과 인생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시 한편에 그 분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 삶을 바라보는 시각, 나이 들어 눈이 안보여서 느끼는 절망감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시를 쓰고 싶다.
그 어떤 수단보다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와 함께 곁들인 그림도 너무 잘 어울린다.
<천성> 이란 시가 오늘 유독 더 다가온다.
만약에 내가
천성을 바꾸어
남이 싫어하는 것도 하고
내가 싫은 일도 하고
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삶은 훨씬 더 고달팠을 것이며
지레 지쳐서 명줄이 줄었을 것이다
....
외로움에도 이력이 나서 견딜 만하다
그러다 내 삶이
내 탓만은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어쩌다가 글 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와도 같고 암실과도 같은 공간
그곳이 길이 되어 주었고
스승이 되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나를 지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