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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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간제 교사, 베트남 전쟁, 정의구현사제단, 해외봉사 등등

요즘 세대에게 익숙한 화제다. 글로벌 한 현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모든 단편이 다 너무 좋았다. 필사하고 싶을 정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서로 정리하자면...


1. 한지와 영주 : 대학원을 휴학하고 장기적으로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 봉사하러 간 영주. 케냐에서 온 한지와 무한 공감대를 느끼지만 자신이 없어 고백도 못하고, 한지의 차가운 태도 때문에 풀지도 못하고 엄청 찝찝하게 헤어진다는 내용이다.

무지 답답하지만 20대의 나였으면, 아니면 자존감이 낮은 상태였다면 충분히 그렇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20대 때 그렇게 보낸 인연들이 얼마나 될까?


2.쇼코의 미소 : 할아버지가 병치레를 하면서 나와 엄마왕 할아버지는 조금 가까워지고, 고등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온 쇼코와 할아버지의 묘한 인연으로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에 대해 더 알게 된다. 어쩜 가족이란 타인보다 더 모르는 존재가 아닐까? 그저 연민과 상처로 얽힌 관계라고나 할까...


3. 신짜오, 신짜오 : 독일에서 친하게 지낸 베트남 가족과 한국의 베트남 참전으로 무차별적으로 살생한 사실을 알게 되며 소원해진다는 내용...그 계기가 내가 잘난척 하려고 한 이야기가 발단이었다는 것....아이의 잔인한 순진함이로고나 할까?


4.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 : 어렸을 적 감정이 나이들면서 그대로 유지될 수 없을 때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지....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잰지 마주치는 순간이 너무 괴롭다...하지만 어쩔 수 없다...


5. 비밀 : 할머니와 손주의 이야기. 손녀는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임용고사는 떨어지고...중국에서 선생님 하고...

왜 이렇게 취직이 힘든건지....


6. 미카엘라 : 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어머니, 우연히 찜질방에서 만난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 손녀딸이 세월호 피해자라니....


7. 먼 곳에서 온 노래 : 노래패 동아리 선후배의 인연. 러시아로 유학간 선배의 갑작스러운 죽음...나도 이런 선배가 있었으면....

 


 

이십대 초반의 엄마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인연들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대할 수 있는 얼굴들이 아직도 엄마의 인생에 많이 남아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그리고 그 빗장 바깥에서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물 살 때로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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