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내내 거의 방콕한 나머지,

테레비에서 무릎팍도사에 나온 문희준의 변을 나름 마음을 열고 들어보았다.

원래는 문희준이 나온다고 해서 안 보려고 했던 회였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나올 때만 봤었다) 무심코 틀었을 때 살이 쏙 빠지고 또릿또릿해보이는 얼굴이 왠지 마음을 끌어서 쭉 보게 되었다.

이런거다, 세상이란.

한번 아니다 싶으면, 그것이 나와 직접 상관된 일이 아니면, 재차 검토해볼 요량이란 안 생기는 것.

그러다가도, 누군가 슬쩍 미끼를 던져주면 또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

이런거다, 대중이란.

문희준에 대한 수많은 루머가 오보에서 나왔는지 아닌지 살펴볼 염도 들지 않은 채 많은 세월을 보내고 그동안 누구 하나가 군대에서 절치부심하고 있었는지 알게 뭐냐 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대 이야기를 들어보고 아 아니었구나 하는 거다.

이렇든 저렇든간에 알지도 못하고 누구를 폄하하는 일은 , 나쁘다.

그래서 미안하다. 나도 그랬으니까. 술자리에서, 혹은 누군가와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우스개 안주로 문희준을 거론한 적, 나도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안됐지만, 그래도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

아니 본인인지 그를 마케팅 했던 기획 쪽의 잘못인지, 그것도 불투명하지만, 이왕지사 연예인 세계라는 오해받기 쉬운 세계에 들어선 이상, 최대한 똑바로 알리는 마케팅, 했어야 했다.

에초티라는 그룹이 가졌던 아이돌 이미지를 확 뒤엎어버리고 새롭게 락커의 길로 나서려는 문희준에 대한 인식 바꾸기, 라는 대작업에 대해 너무 준비없이, 안이하게 덤빈 것 아닌가 하는거다.

잘못, 이라기보다는 요령이 없었다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생뚱맞지만, 새해의 나름 결심은, 모르고 아무나 쳐죽이는데 가세하지 말자는 거다. 비단 문희준씨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여기 알라딘에서도.

그리고 누가 혹시 나를 그렇게 만들려고 하면,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는 거다. 내 의도야, 나나 알지, 알려주지 않으면 남들은 모르는게 당연지사. 침묵은 이럴 때 능사가 아니다. 열심히 아니라고 했는데도 알아주지 않고 지 생각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들이야, 무시해주는 것이 정신 건강 상 좋다. 정말 의도가 좋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면야, 그 정도는 건너뛰면 되는 것이다. 그리구나서 죽자고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는데, 아직도 문희준씨가 한다는 락 음악, 안들어봤다. 아직 안 땡긴다. 찾아듣지 않다가 어느날 문득 내 귀에 어느날 꽂혔는데, 어 이거 누구야 문희준? 진짜 음악 좋네, 이럴 날 오면 , 그때 된 거다. 아직 갈 길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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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1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1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1-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의 나름 결심이 인상적입니다 치니님 ^^
가끔 사람들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저도 참 가끔 잔인해지고요
하지만 문군의 롹은 저도 안땡깁니다 -_-

치니 2008-01-01 17:48   좋아요 0 | URL
사실, 새해에 거창한 결심 하는 걸 중학교 때부터 의식적으로 비웃어 왔었어요. 새해래봐야, 사실은 전년도에 이어진 하루가 아니냐, 면서.
이제 그런 저를 스스로 약간 비웃게 됩니다.
하루 아니라 한 시간이라도 뭔가 잘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어보는게 ,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웬디양님과는 인연이 얼마 안되었지만, 08년에도 잘 지내보아요. ^-^


비로그인 2008-01-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문희준의 여동생은 좀 슬펐달까요, 어이없었달까요.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꿈이 가정주부였다니, 라고 말할 때의 문희준의 표정은 아버지 같았어요.

치니 2008-01-02 08:54   좋아요 0 | URL
Jude님, 네 얼핏 그렇게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문희준씨 입장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우리는 그 여동생분의 생각이 어찌하여 그리 변했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디자이너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이건 정말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있었을 수도 있고, 가정주부에 더욱 소질이 있다 생각했을 수도...^-^ 아버지 같은 오빠를 꾹 믿는 것 같기도 하고.

프레이야 2008-01-0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칠공주의 대빵 치니님^^ 저도 이렇게 불러보니까 왠지 저도 칠공주 중의
멤버로 들어가고픈 생각이 불끈 일어나요. 잘 모르고 아무나 쳐죽이자고 가세하지
말기.. 입다물고 있지 말기.. 이거 저도 할래요^^
새해 복 잔뜩 받으세요^^

치니 2008-01-02 13:12   좋아요 0 | URL
아 ~ 이제 알았다! "아무나 쳐죽이자고" 이런 말투가 과격해서 그런거였군요. ㅋㅋㅋ
혜경님 덕분에 저도 모르던 칠공주 대빵 성향을 이제사 이해했습니다.
앞으로 고운 말 써야겠습니다.
혜경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세요 ~

이게다예요 2008-01-0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하거나 잘 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안 하려고 드는 게 제 습성인데, 그런 면에서 문희준은 칭찬받을 만한 거 같아요. 저평가 받으면서도 락을 고집하니까요. 그의 음악에 대해선 앞으로도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쀇과 오이, 그리고 10만 안티설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 가끔 궁금했는데 듣고 보니 좀 웃기더라구요. ^^

치니 2008-01-07 20:13   좋아요 0 | URL
불편하거나 잘 할 자신 없어도,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한 요점이었는데요...사실 그말이 그대로 믿기지는 않는 대목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 믿어주기로 하고.
좋아서 하드라도 잘 해야만 대중이 지지해준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를 나인 지난 거 같고.
저로 말하자면(묻지도 않았는데 ㅋㅋ) 불편한 건 당근 안하고, 잘 할 자신 없는것은 가끔 하기도 해요. 누가 이걸 니가 해야 하느니라, 그러면 하는 수동형. -_-; 앞으론 이렇게 안 살려구요.
 
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 황인숙의 엉뚱한 책읽기
황인숙 지음 / 이다미디어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여름휴가를 다 쓰지 못하고 일을 했었던 지난 날에 대한 나만의 보상으로, 눈치가 뵈던 말던, 오늘과 내일은 휴가를 내버렸다.

막상, 휴가를 내서 따로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진장 피로해서 쉬고 싶은 것도 아니었건만, 벌써 그 중 하루가 다하고 있으니,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는데,

바로 이 책 덕분에 홀가분하고도 든든하게 휴가의 하루를 마감하는 마음이 된다.

침대에서 딩굴거리며, 무덤덤한듯 그러나 정성을 담아 자신이 읽은 책들의 진가를 설파하려는 인숙씨의 그 마음들을 들여다보는 것과 동시에, 알라딘을 켜놓고 하나하나 보관리스트에 책들을 담고나자, 머리는 좀 지끈하나 그 많은 책들이 벌써 내 안에 들어온 것처럼 뿌듯한 것이다. 읽기 전에도 미루어 짐작했듯, 황인숙씨는 꽤 다양하고 폭넓은 책 읽기 경력을 소유한 것 같아서, 그 중 나름 엄선했을 이 책의 리스트 중 90%는 신뢰가 간다. 딴에는 나도 책 좀 읽는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이 책에 나온 책들 중 읽은 책이라곤 달랑 서너권인 걸 보니.

특별히 잘 하는 것이라곤 별로 없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낫다고 자부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소위 멀티형이라는 거다.

사실, 멀티형이라 함은, 다른 건 다 못보고 한 가지에만 강력 몰입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우수한 결과물을 낼 수는 없는 형이라는 약점도 가지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그래도 도움이 된다.

즉, 이 책에 나온 작가의 리뷰를 읽고 마음이 동할 때마다 바로 옆에 눠있는 놋북으로 가 알라딘 보관리스트를 만들면서, 절판된 책은 신청도 하면서, 다른 이들이 쓴 리뷰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대목을 살짝 접어놓으면서, 믹서기를 꺼내 딸기 쉐이크를 만들어 먹으면서, 3시간을 자알 놀았다는 거다. 헤헤.

아무튼 책 한권으로 님도 보고 뽕도 딴 휴일, 만족.  내일은 머리 하러 가야겠다. 그래도 새해가 곧 다가오는데, 기념으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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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r 2007-12-2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즈음에 리류를 올리셨음 얼마나 좋았을까요. 꼭 책을 주문하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의 리뷰가 뜬다니까요. 감기 앓고 있어요. 지뢰 자꾸 밟으면 감기가 와요. 휴일 잘 보내세요. 머리도 멋지게 ^^

치니 2007-12-26 21:56   좋아요 0 | URL
^-^ 저도 그런 적이 꽤 되요, 제가 막 주문을 마친 시점에서 꼭 사고픈 책이 발견되곤 하드라구요.
레이니어님은 이 책에 나온 책들 중 몇 권이나 보셨을까 궁금해지네요.
저보단 많을거에요. 후후.
그나저나 감기, 에구, 후딱 나으셔요.
새해에 마음과 몸이 모두 아주 평안하고 맑아지시길.

깐따삐야 2007-12-2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어떻게 하실 거에요? 사진 올려주시는 거죠? 궁금+기대+호응 ^^

치니 2007-12-27 10:33   좋아요 0 | URL
머리 하러 갈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가서 쌤이 해주는대로 하고 오는게 보통인데, 깐따삐야님 댓글을 보니 이번엔 배두나 사진 들구 갈깡, 그런 생각이 드네요. 히히, 실은 그 머리 하고 싶은데, 그게 머릿결도 따라줘야 하고, 스타일도 따라줘야 하고...암턴 해달라고 한다고 그 삘이 나오는게 아니더라구요.
사진은 쑥스러워서, ^-^;; 패스.

깐따삐야 2007-12-27 21:38   좋아요 0 | URL
칠공주 대빵께서 쑥스러워 하신다니 말도 안돼.
공개하라! 공개하라! 공개하라! 사진을 공개하라! 흐흐흐.

치니 2007-12-28 14:39   좋아요 0 | URL
ㅋㅋ 이러실 줄 알고 사진 안 찍었어용.

chaire 2007-12-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쯤 전에 70년대 파마를 했지요. 주변에선 왜 했냐, 는 사람도 있고, 이쁜지 안 이쁜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고, 뭐 봐줄 만하다는 사람도 있기는 했는데, 언제나 '머리'란 걸 미용실 가서 하고 나오면 당사자는 기분이 살짝 요상해지더라구요. 스스로가 이방인 같기도 하고. 아마 그 기분을 즐기고 싶어서 '머리'란 걸 또 하게 되는가 보긴 한데, 어쨌든, 제 댓글의 요지는 한달 전에 한 그 뽀글머리가 벌써 지겨워져서 싹뚝 잘라버리고 싶다는. 근데 그게 또 왜 이리 쉽지 않은지(본전 생각도 나고.. ㅋㅋ) 님은 어떤 스타일로 하실 건가요?

앗, 글고 저도 그제 성탄절날 오후에 황인숙의 오래전 산문집을 뒤적이며 미소지었더랬죠. 근데 저의 황인숙보다 님의 황인숙이 더 행복했을 듯해요. 좋은 오후였겠다 싶어요. :)

치니 2007-12-27 16:17   좋아요 0 | URL
오, 뽀글이 파마 아무나 하는게 아닌데, 분명 얼굴에 자신 있는 사람만 하는 파마로 알고 있기에...chaire님의 미모가 출중하실 거라 믿어집니다. ^-^
전 뭐, 해도 그다지 큰 변화가 없어요. (다음에는 혁신적으로 해보리, 불끈)

황인숙 작가는, 기대를 잔뜩 하고 사서 읽자면 좀 시시한가 싶다가도 새 책이 눈에 띠면 꼭 사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글을 쓰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크리스마스랑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후후.
 
오만한 CEO 비틀스 - 그들은 왜 아직도 돈을 벌고 있는가?
래리 레인지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성공이라는 단어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을 때나 먹고 싶지 않은 것을 꾸역꾸역 삼킬 때 느끼는 거부감과 열패감을 주는 쪽의 상징이었다.
말하자면 성공 울렁증이라고 해야할까.
어리석게도 나는 인생에서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돈이나 왕창 벌고 사람들이 우러러보기를 바라는 삐뚤어진 야욕과 동일시 했던 것.

비틀스는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오만하게.
비틀스의 성공은 돈과 명성 뿐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여전한 사랑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폴 매카트니와 아마도 60년 정도 차이 나는 세대인 내 아들의 현재 스코어 가장 큰 꿈은,
바로 폴의 공연 현장에 가서 싸인을 받고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이다.

나도 이제 성공하고 싶다.(이런 문장을 쓰게 되다니!)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돈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
내 일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는 각성이 들자,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정신 차리고 평상심을 갖자.
그러면 다 잘 될 것이다.(이런 자신감을 갖게 되다니!)

사실 책은 좀 어설프고 번역은 좀 거슬리고 래리 레인지라는 사람의 글은 재미가 없게 씌여진 편이다.
그런데도 비틀스라서 행간이 읽힌다.
눈앞에 존이나 폴이 나타나서 미소 짓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마구 두근거린다.
처세술이나 경영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맥이 빠지곤 했던 나로서는 이런 감흥 자체가 경이롭다.
매 단락에서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나 가사의 배경을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야금야금 너무 흥미로워서,  책의 부족한 완성도는 덮어두게 된다.

2008, 나는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가 된다.
마흔이 넘으면 모든 것이 시들할 줄 알았는데 하나도 그렇지 않다.
서른이 넘었다고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들으며 서글퍼할 알라디너들이여, 걱정 붙들어매시라.
장담하건대, 세상은 보려고만 하면 재미있는 것들 투성이, 하려고만 하면 할 일 투성이, 느끼려고만 하면 느낄 것 투성이, 먹으려고 하면 먹을 것....투성이 투성이다.
그깟 나이 때문에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건 너무 바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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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틀즈 좋아해요. Across the universe 같은 노래는 지금 들어도 아련해져요. 마지막 단락 넘흐 좋은걸요. 역시 치니 언니는 참말로 멋지시다는.^^

치니 2007-12-26 16:28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그 궁금했던 "자이 구루 데브"(Across the universe에 나오는)의 유래를 알았어요.
그리고 그 뒷이야기까지도. ㅎㅎ 이런 쏠쏠한 재미가 이 책을 읽는 재미의 90%인 것 같아요.
멋지긴요, 저렇게 써놓고, 완존 오바네 그랬는데요.ㅋㅋ 그래도 지금 막 마지막 장을 덮고난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 그냥 적었죠,뭐.

깐따삐야 2007-12-26 22:39   좋아요 0 | URL
"자이 구르 데브"의 유래가 궁금해요.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었는데 까먹었어요.-_-
저도 치니 언니처럼 리뷰를 쓰고 싶어요. 일필휘지루다가 내려꽂는!

치니 2007-12-27 10:37   좋아요 0 | URL
존레논이 명상에 흠뻑 빠져서 스승이 있었는데, 그 스승에게 드리는 기도문 같은거래요. 나는 구르 데브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는 ... 그런데 웃긴 건, 훗날 그 스승이랑 결별해서 당시 경험을 빈정댄 노래도 만들었다지 뭐에요.
이런 이야길 들으면 왠지 대가의 쫀쫀함 같은 걸 알고 혼자 고소한 기분이 되는거, 이게 이런 책의 맛. ㅋㅋ

깐따삐야 2007-12-27 21:40   좋아요 0 | URL
으음... 그렇군요.
굉장히 아련하고 아름답게 들렸는데 끝이 안좋았군요.
(그나저나 고소하다뉘. 치니 언니는 역시 칠공주 대빵이시라는. =333)

치니 2007-12-28 14:38   좋아요 0 | URL
그런 사연을 들어도 굉장히 아름다운 노래인 거는 변함이 없어요, 그쵸? ^-^
고소하다기보다는, 그런 뒷 이야기에 제가 재미나 한다는 정도에용, 아이 ~

누에 2007-12-27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하셔서 맛있는 거 사주세요~

치니 2007-12-27 10:39   좋아요 0 | URL
이야, 누에님이다! 너무 뜸하셨어요, 히잉.
잘 지내시는거죠?
성공만 하믄야, 제가 뱅기타고 날아가서 맛난거 사드립니다.
(음 아니다, 한국음식이 더 먹구 싶으시려나 ㅋㅋ 그럼 맛난 한국음식 싸갑니다)

토니 2007-12-2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록 금전적으로 채워지는 일은 아니지만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전 어느 정도 성공한거네요. ㅎㅎ (하지만 가끔은 금전적인 보상없는 성공은 앙꼬없는 찐빵 같은, 뭐랄까 한 5% 부족한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한마디로 아직 사람이 덜된거죠.^^) 언니의 리뷰가 책에 대한 제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참 며칠 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Across the Universe 라는 비틀즈 영화를 소개해줬는데 화면처리도 그렇고 참 독특하더라고요. 국내에선 아직 개봉 전인데 책 먼저 읽고 영화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내용은 서로 다르겠지만. 전 요즘 존 스타인백의 “불만의 겨울”을 읽고 있어요. 10년 전 길거리에서 30센트 주고 산 책인데 그 동안 책꽂이에서 조용히 늙어가는 그를 보고 늘 맘에 걸렸거든요. 인간의 나약함과 어두운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낸 소설이에요. 아직 전이라면 한번 읽어보세요.

치니 2007-12-27 15:23   좋아요 0 | URL
오, 비틀스 영화! 국내 개봉할까요? 완전 궁금!

금전적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길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에게 폐가 되지 않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곤 해요. 특히 나이 많이 들어 자식에게 기대야 할 정도가 된다면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그러지 않으려면 꾸준히 일하는 수 밖에 없겠죠. 토니님의 사랑하는 일은, 참 위대해보이는 일입니다. ^-^
"불만의 겨울" 보관함에 우선 담을게요.
 
<마테오 팔코네> 서평단 알림
마테오 팔코네 - 메리메 단편선
프로스페르 메리메 지음, 정장진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단 도서입니다.

우선 불만 아닌 불만 하나.
도무지 제목이 외워지지가 않는다.
누군가는, 네 머리 탓을 해야지 왜 제목 탓이냐고 하겠지만,
진짜다. 제목이 영 안 외워진다.
마리오팔코네였는지, 마코네팔테오였는지, 마티니팔… 으아앙. 막 뒤죽박죽이 되는 철자들이란 말이다.
작가는 아무튼 이름을 책 제목으로 쓰길 좋아했나보다.
<카르멘>의 저자이고, 이 작은 단편집에 있는 세 개의 단편도 <마테오 팔코네>를 비롯해, <타망고>, <일르의 비너스>이니.
아, 이렇게 시시콜콜한 말을 늘어놓는게 리뷰는 아닌데. 쩝. 다시 시작하자.

<마테오 팔코네>
아들을 과감하게 죽여버리기까지 할 정도로 의리에 목숨을 걸며, 배신을 증오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그런데, 당시에는 그런 일이 가능할 정도의 분위기였나 몰라도 현대의 우리들의 뇌는 인간의 존엄성에 너무 세뇌되어 있는지라 좀 어리둥절하다.
진짜 사나이가 지켜야 하는 의리가 뭔지 알기에는 너무 어린 소년이, 잠시 자신의 욕망에 눈이 어두워지는 것이 더 당연해보이고, 아버지가 지키려 하는 것은 의리라기보다는 의리 있는 사람이라는 명목인 것만 같아 보이니.

<타망고>
이건 좀 이해가 간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선악에 대한 판단, 검둥이와 흰둥이, 모두 모두 눈앞에 절대절명의 목숨을 건 상황이 펼쳐지면, 다 사라지고 그저 동물적인 행동이 나온다는 걸 어떤 한 편에 서지 않고 냉엄하고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인간이란게, 어차피 원래 좋거나 원래 나쁜 사람이 없는 것이고, 원래 내 편도 원래 니 편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버려, 좀 허망하지만.

<일르의 비너스>
이건 아무리 봐도 문화재청장인가 뭔가 공직에 계셨다는 작가의 전력으로 나온 산물인 것 같다.
조금은 미스터리하기도 한 것이, 끝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공력을 갖고 있기는 하다만, 읽고나서는 그 비너스의 영물 같은 제스처가 빚어낸 해프닝이 (비극을 불러 일으켰는데도)약간 우습기도 하고 그렇다.

구구절절 설명이 많지 않으나, 약간은 아리송한 이 단편집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설의 개연성 같은 건 중요시 되지 않은 것 같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아리송함 속에서 당사자가 되어보면서 이 사람이 대체 왜 이런 짓을 할까, 하는 생각을 무심히 하게 하는 거다.
시대상을 몰라서 이런 소릴 하는지도 모르겠고, 작가의 숨겨진 위력을 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 작가의 책이라고는 요 한편만 읽었을 뿐이니, (사실 카르멘도 제대로 본적이 없고)다른 책이 구해지면 좀 더 읽어보고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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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7-12-2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꽤나 아리송한 소설인가 봐요. ㅎㅎ.. (갑자기 아리송이 불어 같다는 ㅋㅋ)

그나저나 클수마수라네요. 클수마수 같은 건 왜 안 없어지나 모르겠어요.
그래도 메리 클수마수예요, 치니 님.
즐거운 연말 되세요 :)

치니 2007-12-24 17:18   좋아요 0 | URL
^-^ chaire님도 메리 메리 클수마수입니다.
워낙 대선이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이다, 어수선해선지 분위기는 전혀 안나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나 아리송한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저 글을 쓸 때의 심정은 또 그랬네요. ㅋㅋ 변덕.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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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탐독했다.

탐독 [耽讀]
[명사]
1 어떤 글이나 책 따위를 열중하여 읽음.
2 어떤 글이나 책 따위를 유달리 즐겨 읽음.

시집도 아니고, 공부할 책도 아닌데, 나름 탐독을 하게 된 이 소설이 무지하게 반갑다.
박완서.
이름 석자만 보아도 마음이 든든하다.
단지 탐독의 기쁨을 선사해주어서 든든할 뿐 아니라, 이 작가의 건재가 반가운 것이다.

젊은 작가들의 치열함이나 신선함을 그대로 간직하되, 자신의 나이에 걸맞는 연륜과 지혜를 명징하고 발랄한 표현으로 쏟아놓은 데다,
가볍게 뿌리는 위트 속에 진중하게 살아 숨쉬는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 그런데도 끈적하거나 늘어지지 않는 문장이랑,
무엇보다도 그 특유의 천연덕스러움!
얼핏 천연덕스러운 것이 능글능글 하기도 하련만,
이 작가의 천연덕스러움은 그저 자연스럽고 순리에 따르는 글맵시와 삶을 바라보는 넉넉함에서 비롯되는지라, 보는 사람의 찌푸린 이맛살도 저절로 풀리게 한다.
그렇게 넉넉하게 웃음을 조금 머금고 이 편 저 편 아껴 먹고 싶은 맛난 간식 같은 단편들을 읽고 있노라면, 갑자기 내 안의 위선과 허위를 문득 깨닫게 하는 유연한 채찍질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이 더욱 무서운 것이라는 것도 저절로 덤처럼 따라오는 각성이다.
각성 덕분에 살짝 주눅이 들어 계속 읽다보면, 오 이런. 그런 나를 슬쩍 감싸주면서, 누구나 다 그런 것이며, 그것이 때로는 삶의 필요악이며 윤활유까지 될 수도 있으니 너무 심려 말라고 해준다.
오히려 그런 정도 위선의 가면도 쓰지 못하는 순진한 사람이 이 사회에서는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진정 ‘살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런데도 그런 위로가, 불쾌한 자기합리화의 뒤끝을 남기지 않고 명쾌하니, 이건 또 글 속에 대체 어떤 비결을 숨겨 놓으신 건지.

보험 하나 들어놓지 않고, 이 나이에도 아무 준비 없이 혼자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책은 보약이며 수시로 들춰볼 수 있는 보험 증서다.
이제 나도 그까짓 노년, 그래도 해피엔드 겠지 냥냥거리며 조금 더 편안해질 것 같은 마음이니, 언젠가 또 세상이 나를 속일 어느 시절이 오면 무연히 이 책을 들춰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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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1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있는데. 레포트 빨리 끝내고 소설책 읽고파요. 훙훙~

치니 2007-12-12 14:42   좋아요 0 | URL
레포트 쓸 때 더욱 더 읽고 싶어지는 게 소설책 아니등가요? ㅋㅋ

푸하 2007-12-12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찬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할 말 다하면서도 균형잡힌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가의 소설집 한 권 다 끝내 읽지 못했는데 치니님의 말씀에 탄력받고 갑니다.

치니 2007-12-12 17:32   좋아요 0 | URL
찬사죠? ㅎㅎ
제 생각에도 이번엔 타이밍 덕분에 더 착착 감겨서 그랬던 것 같아요, 실제 작품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이렇게 위로 받고 싶었거든요, 무척... ^-^

로드무비 2007-12-1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작가의 건재함이 반갑죠.
이 나이에도 벌써 세상 다 산 것 같은 피곤이 몰려드는데.^^


치니 2007-12-12 17:32   좋아요 0 | URL
책을 읽고나서 다시 로드무비님 리뷰를 읽어봤는데, 유후 ~ 리뷰도 책만큼이나 잘 쓰셨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이 본다면, 수제자로 삼으실 지도 몰라요.

2007-12-13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3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ire 2007-12-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나이까지 보험 하나 없는 사람으로서, 꼭 읽어야 할 책이군요.
박완서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 넘버 원이에요.
굳이 누군가 우리나랄 대표해서 노벨상 후보가 되어야 한다면
고* 님이 아니라, 이 분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전.
아니면 아예 박상륭 같은 분이거나.. ㅋㄷㅋㄷ
(그나저나 어쩜 이렇게 사족 하나 없는 알맹이 리뷰를 쓰시는지..!)

치니 2007-12-15 14:07   좋아요 0 | URL
chaire님도 없으시군요! 으흐, 그럼 우리 모두 책에 보험을 들기로.
고*님은 수상한다 어쩐다 풍문만 들었는데 정말 타신건가요?
사실 박완서 작가의 책을 그다지 많이 읽어본 편은 못되는데, 어려서는 너무 뻔하다고 생각해서 괜한 멋 부리느라 집어들지 않았던 거 같아요.
이제야 그 맛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토니 2007-12-1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그 남자네 집"을 읽고 박완서씨께 완전 반해버렸습니다.
모든 걸 다 갖춘 책이랄까 뭐 그런 느낌.
복희씨는 삶이 고단할 때 읽을려고 아껴두었습니다.
참, 내일 헬렌 니어링 책 회사로 보냅니다.

치니 2007-12-17 13:15   좋아요 0 | URL
네, 이 단편집 중 가장 서정적인 작품이 '그 남자네 집'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옛날 우리가 조금 더 낭만적이었을 시절을, 그 시절에 살아보지 않은 저 같은 사람도 어렴풋하게나마 공감하게 하는 유연한 글 솜씨가 그만이었던 것 같아요.
헬렌 니어링, 아흐 감사합니다. 아마 출장 다녀와서 받게 되겠네요.
책상 위에서 얌전히 기다려줄 선물에 마음이 푸근합니다.

2007-12-18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12-19 23:5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택배 아저씨 엄청 무뚝뚝해서 ㅋㅋ), 그래도 잘 찾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읽고나서 재미나면 꼭 알려주세요, 저도 읽어보고 싶지만 너무 어려울까봐 지레 겁 먹었어요. ㅎㅎ
나어릴때님의 선물에 비하면 너무 약소한걸요, 에헤.

2007-12-19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9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0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2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