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 내내 거의 방콕한 나머지,

테레비에서 무릎팍도사에 나온 문희준의 변을 나름 마음을 열고 들어보았다.

원래는 문희준이 나온다고 해서 안 보려고 했던 회였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나올 때만 봤었다) 무심코 틀었을 때 살이 쏙 빠지고 또릿또릿해보이는 얼굴이 왠지 마음을 끌어서 쭉 보게 되었다.

이런거다, 세상이란.

한번 아니다 싶으면, 그것이 나와 직접 상관된 일이 아니면, 재차 검토해볼 요량이란 안 생기는 것.

그러다가도, 누군가 슬쩍 미끼를 던져주면 또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

이런거다, 대중이란.

문희준에 대한 수많은 루머가 오보에서 나왔는지 아닌지 살펴볼 염도 들지 않은 채 많은 세월을 보내고 그동안 누구 하나가 군대에서 절치부심하고 있었는지 알게 뭐냐 하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대 이야기를 들어보고 아 아니었구나 하는 거다.

이렇든 저렇든간에 알지도 못하고 누구를 폄하하는 일은 , 나쁘다.

그래서 미안하다. 나도 그랬으니까. 술자리에서, 혹은 누군가와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우스개 안주로 문희준을 거론한 적, 나도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안됐지만, 그래도 본인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

아니 본인인지 그를 마케팅 했던 기획 쪽의 잘못인지, 그것도 불투명하지만, 이왕지사 연예인 세계라는 오해받기 쉬운 세계에 들어선 이상, 최대한 똑바로 알리는 마케팅, 했어야 했다.

에초티라는 그룹이 가졌던 아이돌 이미지를 확 뒤엎어버리고 새롭게 락커의 길로 나서려는 문희준에 대한 인식 바꾸기, 라는 대작업에 대해 너무 준비없이, 안이하게 덤빈 것 아닌가 하는거다.

잘못, 이라기보다는 요령이 없었다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생뚱맞지만, 새해의 나름 결심은, 모르고 아무나 쳐죽이는데 가세하지 말자는 거다. 비단 문희준씨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여기 알라딘에서도.

그리고 누가 혹시 나를 그렇게 만들려고 하면,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는 거다. 내 의도야, 나나 알지, 알려주지 않으면 남들은 모르는게 당연지사. 침묵은 이럴 때 능사가 아니다. 열심히 아니라고 했는데도 알아주지 않고 지 생각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들이야, 무시해주는 것이 정신 건강 상 좋다. 정말 의도가 좋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면야, 그 정도는 건너뛰면 되는 것이다. 그리구나서 죽자고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는데, 아직도 문희준씨가 한다는 락 음악, 안들어봤다. 아직 안 땡긴다. 찾아듣지 않다가 어느날 문득 내 귀에 어느날 꽂혔는데, 어 이거 누구야 문희준? 진짜 음악 좋네, 이럴 날 오면 , 그때 된 거다. 아직 갈 길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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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1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1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1-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의 나름 결심이 인상적입니다 치니님 ^^
가끔 사람들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저도 참 가끔 잔인해지고요
하지만 문군의 롹은 저도 안땡깁니다 -_-

치니 2008-01-01 17:48   좋아요 0 | URL
사실, 새해에 거창한 결심 하는 걸 중학교 때부터 의식적으로 비웃어 왔었어요. 새해래봐야, 사실은 전년도에 이어진 하루가 아니냐, 면서.
이제 그런 저를 스스로 약간 비웃게 됩니다.
하루 아니라 한 시간이라도 뭔가 잘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어보는게 ,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웬디양님과는 인연이 얼마 안되었지만, 08년에도 잘 지내보아요. ^-^


비로그인 2008-01-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문희준의 여동생은 좀 슬펐달까요, 어이없었달까요.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꿈이 가정주부였다니, 라고 말할 때의 문희준의 표정은 아버지 같았어요.

치니 2008-01-02 08:54   좋아요 0 | URL
Jude님, 네 얼핏 그렇게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문희준씨 입장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우리는 그 여동생분의 생각이 어찌하여 그리 변했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디자이너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이건 정말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있었을 수도 있고, 가정주부에 더욱 소질이 있다 생각했을 수도...^-^ 아버지 같은 오빠를 꾹 믿는 것 같기도 하고.

프레이야 2008-01-0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칠공주의 대빵 치니님^^ 저도 이렇게 불러보니까 왠지 저도 칠공주 중의
멤버로 들어가고픈 생각이 불끈 일어나요. 잘 모르고 아무나 쳐죽이자고 가세하지
말기.. 입다물고 있지 말기.. 이거 저도 할래요^^
새해 복 잔뜩 받으세요^^

치니 2008-01-02 13:12   좋아요 0 | URL
아 ~ 이제 알았다! "아무나 쳐죽이자고" 이런 말투가 과격해서 그런거였군요. ㅋㅋㅋ
혜경님 덕분에 저도 모르던 칠공주 대빵 성향을 이제사 이해했습니다.
앞으로 고운 말 써야겠습니다.
혜경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세요 ~

이게다예요 2008-01-0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하거나 잘 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안 하려고 드는 게 제 습성인데, 그런 면에서 문희준은 칭찬받을 만한 거 같아요. 저평가 받으면서도 락을 고집하니까요. 그의 음악에 대해선 앞으로도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쀇과 오이, 그리고 10만 안티설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 가끔 궁금했는데 듣고 보니 좀 웃기더라구요. ^^

치니 2008-01-07 20:13   좋아요 0 | URL
불편하거나 잘 할 자신 없어도,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한 요점이었는데요...사실 그말이 그대로 믿기지는 않는 대목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 믿어주기로 하고.
좋아서 하드라도 잘 해야만 대중이 지지해준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를 나인 지난 거 같고.
저로 말하자면(묻지도 않았는데 ㅋㅋ) 불편한 건 당근 안하고, 잘 할 자신 없는것은 가끔 하기도 해요. 누가 이걸 니가 해야 하느니라, 그러면 하는 수동형. -_-; 앞으론 이렇게 안 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