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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CEO 비틀스 - 그들은 왜 아직도 돈을 벌고 있는가?
래리 레인지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성공이라는 단어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을 때나 먹고 싶지 않은 것을 꾸역꾸역 삼킬 때 느끼는 거부감과 열패감을 주는 쪽의 상징이었다.
말하자면 성공 울렁증이라고 해야할까.
어리석게도 나는 인생에서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돈이나 왕창 벌고 사람들이 우러러보기를 바라는 삐뚤어진 야욕과 동일시 했던 것.
비틀스는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오만하게.
비틀스의 성공은 돈과 명성 뿐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여전한 사랑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폴 매카트니와 아마도 60년 정도 차이 나는 세대인 내 아들의 현재 스코어 가장 큰 꿈은,
바로 폴의 공연 현장에 가서 싸인을 받고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이다.
나도 이제 성공하고 싶다.(이런 문장을 쓰게 되다니!)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돈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
내 일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는 각성이 들자,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정신 차리고 평상심을 갖자.
그러면 다 잘 될 것이다.(이런 자신감을 갖게 되다니!)
사실 책은 좀 어설프고 번역은 좀 거슬리고 래리 레인지라는 사람의 글은 재미가 없게 씌여진 편이다.
그런데도 비틀스라서 행간이 읽힌다.
눈앞에 존이나 폴이 나타나서 미소 짓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마구 두근거린다.
처세술이나 경영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맥이 빠지곤 했던 나로서는 이런 감흥 자체가 경이롭다.
매 단락에서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나 가사의 배경을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야금야금 너무 흥미로워서, 책의 부족한 완성도는 덮어두게 된다.
2008, 나는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가 된다.
마흔이 넘으면 모든 것이 시들할 줄 알았는데 하나도 그렇지 않다.
서른이 넘었다고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들으며 서글퍼할 알라디너들이여, 걱정 붙들어매시라.
장담하건대, 세상은 보려고만 하면 재미있는 것들 투성이, 하려고만 하면 할 일 투성이, 느끼려고만 하면 느낄 것 투성이, 먹으려고 하면 먹을 것....투성이 투성이다.
그깟 나이 때문에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건 너무 바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