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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그 마음들을 - 황인숙의 엉뚱한 책읽기
황인숙 지음 / 이다미디어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여름휴가를 다 쓰지 못하고 일을 했었던 지난 날에 대한 나만의 보상으로, 눈치가 뵈던 말던, 오늘과 내일은 휴가를 내버렸다.
막상, 휴가를 내서 따로 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진장 피로해서 쉬고 싶은 것도 아니었건만, 벌써 그 중 하루가 다하고 있으니,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는데,
바로 이 책 덕분에 홀가분하고도 든든하게 휴가의 하루를 마감하는 마음이 된다.
침대에서 딩굴거리며, 무덤덤한듯 그러나 정성을 담아 자신이 읽은 책들의 진가를 설파하려는 인숙씨의 그 마음들을 들여다보는 것과 동시에, 알라딘을 켜놓고 하나하나 보관리스트에 책들을 담고나자, 머리는 좀 지끈하나 그 많은 책들이 벌써 내 안에 들어온 것처럼 뿌듯한 것이다. 읽기 전에도 미루어 짐작했듯, 황인숙씨는 꽤 다양하고 폭넓은 책 읽기 경력을 소유한 것 같아서, 그 중 나름 엄선했을 이 책의 리스트 중 90%는 신뢰가 간다. 딴에는 나도 책 좀 읽는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이 책에 나온 책들 중 읽은 책이라곤 달랑 서너권인 걸 보니.
특별히 잘 하는 것이라곤 별로 없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낫다고 자부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소위 멀티형이라는 거다.
사실, 멀티형이라 함은, 다른 건 다 못보고 한 가지에만 강력 몰입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우수한 결과물을 낼 수는 없는 형이라는 약점도 가지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그래도 도움이 된다.
즉, 이 책에 나온 작가의 리뷰를 읽고 마음이 동할 때마다 바로 옆에 눠있는 놋북으로 가 알라딘 보관리스트를 만들면서, 절판된 책은 신청도 하면서, 다른 이들이 쓴 리뷰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대목을 살짝 접어놓으면서, 믹서기를 꺼내 딸기 쉐이크를 만들어 먹으면서, 3시간을 자알 놀았다는 거다. 헤헤.
아무튼 책 한권으로 님도 보고 뽕도 딴 휴일, 만족. 내일은 머리 하러 가야겠다. 그래도 새해가 곧 다가오는데, 기념으로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