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나 말거나 자미두수

아침부터 웬디양님 페파에 탄력 받아서 해봤는데, 허허, 이것만 보면 아주 그냥 딱 부러지는 사람이구만요. 외쿡 관련 직업 이야기만 빼고 그닥 맞추는 건 없다는. ㅋ 

이 사람은 원만하면서도 인자하고 활동력이 강한 사람으로 완벽하고 개성이 강한 성격이 많고 남에게 구애받는 것을 싫어하여 자기 주관대로 움직이는 타입이다. 대개 맏이나 막내에서 많이 보는데 중간이라도 맏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고 밖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서 말을 잘 안하고 혼자 해결하는 형으로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사람이다. 자신이 말 한 것은 꼭 실천을 하는 사람이며 실천 못할 말은 함부로 하지도 않고 거절할 때도 확실하게 말하는 편으로 손해보는 일은 안하고 큰 것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눈물도 별로 없어서 아무리 슬픈 일에도 울지 않는 타입이고 큰일이 갑자기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인데 화가 나도 겉으로 내색을 안하고 고난을 극복하는 힘도 강하다. 또한 자유스럽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여 외국생활도 잘 맞는 사람으로 기회와 때를 잘 만나면 크게 성공도 할 수 있고 많은 부하도 거느리는 사주로 초반에 고생해도 후반에는 자수성가로 대기 만성하는 사람이다.
대화를 할 때도 자기 속말은 잘 안하고 남의 말을 주로 듣는 편이며 어리석게 보이기도 하지만 볼수록 깊이가 있고 알 수가 없는 성격으로 잘 하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일면이 있다. 즉 이런 사람은 착실하고 양보도 잘 하는 편이나 어느 시점에선 아주 냉정하게 행동하는 편이고 남을 이해도 잘 하지만 한번 틀어지면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고집이나 자존심 때문에 득보다 손해를 볼 때도 많고 성격에 양면성이 있어 어딘가 모르게 비밀도 많으며 분수 밖의 것은 바라지도 않고 자기가 노력한 대가를 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고 대를 위해서는 안면몰수도 할 수 있는 성격이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하는 일은 안 하는 편이고 아무리 누가 아부를 하더라도 할말 못할 말 가려가면서 한다. 매사 자기 주관을 제일 중요시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굽힘없이 후회가 없으며 대충 넘어가는 것 같이 보여도 속으론 실속이 꽉 찬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아무 일이나 적응을 잘하고 능력도 발휘하는 타입으로 일을 할 때도 상당히 꼼꼼하고 정확하여 시간은 걸려도 마무리가 깔끔하고 뒤끝이 깨끗하다. 또한 살아가는데 학벌보다 능력이 더 필요한 사람이지만 가급적 대학은 나와야 하고 유학까지도 갔다오면 자신의 역량을 크게 발휘하는 사람으로 학창시절 공부할 때도 스스로 계획을 짜고 진로를 잡으며 알아서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대학은 국립대를 위주로 고려대, 홍대, 성균관대, 한양대, 건대, 세종대, 단대, 이대, 숙대, 성신대 등과 지방대나 전문대만 나와도 상관없으며 전공은 행정, 정치외교, 컴퓨터, 전산, 금융, 무역, 법률 등 특수한 분야가 좋고 외국어는 기본으로 익혀두면 나중에 크게 유용하게 써먹는다.
보통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는 않지만 남의 밑에서 시키는 일이나 할 사람은 아니고 일반 월급 생활도 적성에 안 맞으며 자영업을 하거나 특수 공직, 혹은 자율성이 있는 전문직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직업은 국가 관직, 외교관, 검찰, 군인, 경찰, 의사, 교수, 금융인, 무역이나 바이어, 외국인 회사 등과 보험이나 영업직도 잘 맞고 외국과 관련된 것이나 특수 계통에 있으면 빛을 발하는 사람이다.
결혼은 서기로 홀수 년에 만나서 홀수 년에 하는 것이 좋은데 연애는 실패가 많고 보통 중매나 소개로 만나 궁합을 잘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이 사람들은 부모가 반대를 하면 결혼이 어렵고 또한 혼전에 성관계를 하게 되면 결혼이 잘 안되니 주의해야 하는데 특이한 것은 평소에는 이성과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정작 연인관계로 발전하면 속을 잘 안주고 서로 파악을 못하는 편이라 연애로 결혼하기는 힘들다. 상대는 인물이나 학벌을 따지지 말고 사람 됨됨이와 능력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대개 맏이나 막내에서 많이 만나는데 부모를 모시는 효자효녀이며 나이 차가 많거나 연상연하의 커플도 잘 맞는다. 이 사람들은 일단 결혼해서 애를 낳게되면 힘들어도 이혼이 별로 없는 편이며 상대는 속이 깊고 예의가 있으며 예술성도 뛰어난 사람인데 속정이 많고 자상한 성격으로 가정적인 면이 강하여 서로 궁합만 잘 맞으면 협력하여 부와 명성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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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3-1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은 딱 부러지는 동시에 말랑거리는 분! ㅎㅎ

치니 2009-03-12 09:36   좋아요 0 | URL
^-^;; 양면성이 있군요!

니나 2009-03-12 11:05   좋아요 0 | URL
양면성 없는 사람 세상에서 젤 재미없잖애요 쿡쿡

웽스북스 2009-03-12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치니님이 아니다! 에 나도 한표
안면몰수라니, 목적을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니..

혹시 치니님도 아프님처럼 양력 생일을 넣으신 건 아니죠?

치니 2009-03-12 09:3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양력 생일 넣었어요!
그런데 지금 음력으로 해봐도 안 맞는 건 뭐 마찬가지.
맞고 안 맞고야 둘째고 웬디양님 덕분에 재미있는 놀이 한 거죠. ㅎㅎ
 
미스터 몬스터 - 초특가판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미셀 블랑 외 출연 / 네오센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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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youtube.com/watch 

위 영상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했던 로베르토 베니니의 수상 소감 영상이다.  

영상을 보면서 나는, 

소피아 로렌의 '로베르토'라는 외침에 눈물이 왈칵 하다가  

관객들의 의자 머리를 폴폴 딛고 뛰어나오는 로베르토를 보면서 미소 짓고,  

재치 있는 소감에 하하 소리 내어 웃다가,  

마지막에 항상 자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내에게 바치는 소감을 보면서 부러워서 한숨을 쉰다. 

여러번 말했지만, 분명코 로베르토 베니니는 현재에 살아있는 나의 이상형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임자가 있다. 그것도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다니는 연기자인 아내라는 임자가. 모를 일이다. 그가 독신이었다면 저 멀리 이태리까지라도 날아가서 만나자고 했을 지. 

어떤 이는 그를 두고 현대의 찰리 채플린이라고 한다지만, 내게는 그 이상인 것이 바로 이런 이성적인 호감도 때문이다. 채플린의 위대함은 알고 있지만 그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면서 사적인 감정을 키우지는 않았다.  

이 영화 <몬스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코메디라는 쟝르의 원칙에 충실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는 것과 같은 괴물 스러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그저 인간 로베르토와 그와 그의 아내가 빚어내는 사랑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은 어찌 보았을까 몰라도 <인생은 아름다워>나 <호랑이와 눈> 역시 인류가 치루는 혹독한 전쟁과 고문 등은 배경으로 해두고 그와 그의 아내 사랑 이야기를 정수로 보게 된다.  

물론, 여기서 그와 그의 아내 사랑이 인류 전체에 대한 휴머니즘으로 확산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의도했건 아니건, 그의 뛰어난 연출력이 빚어내는 당연한 결과이므로. 

베니니의 영화를 보는 것은 그래서 축복이다. 지친 사람들에게는 생명수이다. 정신없이 쏟아내는 그의 말들을 듣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그의 몸짓을 보다보면 힘든 일들은 어느새 무의식의 저 편으로 사라진다. 그럼에도 도피하고 있다는 찝찝한 느낌을 받는 대신, 힘든 일들로 돌아가도 이제는 조금 더 씩씩하고 의연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받는다. 그래, 인생은 아름답다구, 못할게 뭐 있어, 마음이 중요하지, 사랑하면 되는 거야, 웃으면 되는 거야, 이런 식의 의연함.  

감사합니다, 베니니씨. 또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주세요. 적어도 100살까지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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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3-0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아름다워>는 말할 것도 없고 <호랑이와 눈>도 입꼬리가 주~욱 귀끝까지 올라갈 만한 어여쁜 영화였죠. 호랭이와 눈 팜플렛은 꽤 오래 책상위에 붙여놨었던 기억이 나네요. 요고, <몬스터> 개봉 안할까요? 음냐~

암튼 치니님의설마우상이누굴까 했는데 완전 인정합니다!!! ㅋㅋㅋ

치니 2009-03-10 08:53   좋아요 0 | URL
니나님도 <호랑이와 눈>을 보셨구나 ~ 그 영화 너무 조용히 올라왔다 내려가서 본 사람들 그닥 없더라구요. 안타깝게스리. ㅎㅎ
<몬스터>는 1995년 작품이고 베니니 작품 중에서도 별로 안 유명한 축이라 개봉 안할 거 같아요.
우상은 무슨, 사람 다 거기서 거기지 이러구 살고 싶었는데, 결국 하나 생긴 모양입니다. ㅋㅋ

네꼬 2009-03-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 영화 감독에게 '사적인 감정을 키우는' 치니님이 나는 너무 좋아요. @_@
저는 위대한 영화를 잘 못 봐서(-_-) 살짝 어려워하고 있었는데, 나도 이거 살래요. 저 지금 생명수가 완전 필요하거든요. 추천도 땡스투도 여기 고양이가 했습니다요.

치니 2009-03-10 10:13   좋아요 0 | URL
으흐흐, 응큼한 치니를 좋아하시는군요.
추천도 땡스투도 고마와요 ~
그런데 이거 보시고나서 다른 베니니 영화도 보시길 바래요, 왜냐믄 이거는 정말 정통 코메디에 가깝지만 다른 영화는 꼭 그렇지도 않거든요. 위대한 영화, 그런 거랑 상관 없어요. 꼭 보세요 ~ ^-^ (마구 강요하는 치니, 완전 편애주의자 ㅋㅋ)
 
몽타주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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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고 철이 없던 한 때(이렇게 썼다고 해서 지금은 안 무지하고 철이 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때는 지금보다 그 정도가 더했다는 뜻), 나는 진지한 삶 따위는 나에게 맞지도 않고 그런 식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촌스럽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성찰은 골치가 아팠고 음습한 내면은 들여다보기 싫었으며 진지하게 그런 것들에 대해 떠들어 대는 사람들은 가볍게 팔랑이는 사람들보다 더 대책이 없는 부류라고 생각했었다. 문학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어설픈 취향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는데, 잘은 몰라도 문학에 있어서 진정성이라던지 진지함이 결여된 표현을 마주하자면 왠지 작가보다 내가 더 굴욕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게 세태에 대한 한탄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문학을 다른 예술에 비해 우월하게 대하는 것도 내키지는 않는 태도인지라, 역시 나에게 진지함이란 사족일 뿐, 이라고 편의적으로 생각해버렸다. 사는 건 농담 같은 거지 뭘 그러면서. 그런데 조금씩, 내가 매료될 수 있는 진짜 농담은 말 장난에 불과한 유희로써의 농담이 아니라, 기실 대단히 엄격하고 고집스러운 사람이 투철하게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수없는 고민 끝에 나온 절제된 표현으로서의 농담, 철딱서니 없는 내 머리를 조용히 숙이게 하는 맛이 있는 그런 농담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본인은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음식 하나 없으면서, 입맛만 고급이 된 허영심 많은 주부인 것이다. 최수철의 몽타쥬를 읽으면서 줄곧 머릿속이 묵직했고 시대에 걸맞는(?) 명랑함이나 산뜻한 가벼움은 완전히 배제된 이 책이 불편하지만 부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내가 그나마 진지함에 대한 생각을 바꾼 뒤라 가능했을 것이다. 우습지만,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청춘의 소치라고 우길만한 자신도 없고, 나도 생각 좀 하고 살자 라는 홍상수 영화 속의 김상경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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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3-0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하고, 흐흐흐.

치니 2009-03-02 09:17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어떤 면에서는 자의식 과잉처럼 보여서 아슬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긍이 가는 글들이었어요. 아마 니나님이 저보다 이해를 잘 하실 거라는 추측은 왜 드는 걸까요. ^-^;;

토니 2009-10-1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파크 중고서점에서 드뎌 구입했어요. 사실 제목만 보고 범죄심리소설 정도로 생각했는데 ㅋㅋ (SVU, CSI 광팬이라.. 한심하죠? 전 늘 제목으로 책을 판단한답니다.) 초현실적이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한 글들이네요. 무겁긴한데 대부분 수긍이 가요. 신기하게. 어떤 부분은 제 삶을 엿보는 것처럼 정확하기도 하구요. 저도 일종의 강박증 같은게 있어서요. ^^ 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훗.

치니 2009-10-15 17:59   좋아요 0 | URL
네, 많이 무겁죠? 휴, 저는 지하철 타고 오가면서 읽느라 꽤 고생했던 기억이. ^-^;;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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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의 개에 관한 이야기로 유명세를 떨친 책은 이미 <말리와 나>가 있고, 애견 키우기에 대한 정보 관련 책들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와 있는데, 나는 그 많은 책들 중에 역시 <말리와 나>를 읽었고 정보 서적으로는 지금은 제목도 기억 나지 않는 만화 같은 형식의 책 한 권을 읽은 것이 전부다. 이 책은 그 두 책 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를 모티브로 한 책과 분명히 차별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볼만한 책이자 관계에 대한 성찰, 나아가 그 관계들을 어떻게 영위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역시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써놓고 보니 마치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 예의 말리와 같은 종이다 - 우리 '두리'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지극하다고 자부하면서도 막상 개에 대한 애착이 지나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은연 중에 싫어했던 것이 틀림 없다. 또 어느샌가 자신을 무엇에도 깊이 빠지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개에 대한 관심 역시 그래주길 바랬을 지도 모른다. 그래야 편하니까. 빠지면 힘들어지니까.

책을 읽어가면서, 나 역시 작가 캐롤라인 냅처럼 인간에게 지나친 애착심을 표현했을 때, 분명히 넘어가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넘어간 경계선의 뒤를 밟아 버렸을 때, 그 결과가 꽤나 처참했던 기억들이 무의식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당당하지 못하게 내 개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구나 라는 자각이 드니 슬쩍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모두, 그랬다. 거의 모든 인간과의 사랑이 말이다. 

처음에는 분명히 서로가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고 둘만의 각별함을 둘만이 안다고 생각하여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물리적인 상황이 바뀜에 따라, 혹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찬란하던 색깔은 흐려지고 바래지고, 매일이다시피 만나야만 풀렸던 초반의 그리운 감정을 미련하게 오래 전달하면 '부담을 느낀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그런 부담이 생기지 않는 유일한 관계는 소위 '장애'가 있어서 포기할까 싶다가도 그 장애 덕분에 자꾸만 꺼져가는 불씨라도 활활 태우게 되는 관계 뿐이었다. 오래 사귄 친구 역시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면 견딜 수 없어 했고 나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애착이 싹 터 오르는 순간을 즐기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커진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하면 어줍잖은 자존심을 챙기기 바빴고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 지, 구차하지는 않은 지만 따지느라 정작 사랑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어떤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내 사랑을 마음껏 표현한다는 건 , 인간사에서 불가능해보였다. 남과의 관계 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조차 , 우리 인간들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두리'를 만났다. 

이쯤에서 나는 작가가 자신의 개 루씰에 대해 표현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내용의 이야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두리는 따지지 않았다. 두리는 어디로도 가버리지 않았다. 두리는 내가 너무 지나치다 싶은 애정을 주어도 귀찮아하기는 커녕 더욱 더 나를 따랐다. 두리는 내가 바쁘고 기분이 안 좋아서 애정을 주지 않고 내버려둬도 잠깐 나를 귀찮게 할 망정 비난하지 않았다. 두리는 나를 판단하지 않았다. 외모로도 판단하지 않았고, 지성을 가늠하려 하지도 않았고, 성격이 좋네 나쁘네 라고 평가하지도 않았다. 두리는 그냥, 나를 좋아하고 내가 자신을 그냥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에 나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을 선사 받는다. 우리 둘의 포근한 교감을 훼손할 나쁜 생각이나 골치 아픈 생각 따위는 그 순간 만큼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도 매번! 이것을 경험한 이상, 개를 키우는 행위가 '외로움에 대한 대안' 정도로 요약 되기에는 또 다르게 표현되어야 할 - 딱히 표현할 길이 마땅치 않은, 그러나 이 작가는 그 표현들을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어서 신기한 - 정서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를 안 키우는 사람들이 그 부분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책을 읽고 무한 공감을 하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섣불리 두리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만, 사진 한 장 올리고픈 마음은 억제하기 어렵다. ^-^; 



  눈이 펑펑 온 날에 신나게 뛰어 다니고 눈 뭉치를 먹던 두리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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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4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4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5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i 2009-02-2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태그는 대G군, H군 보신용이군요...ㅎㅎ
두리는 겨울이 좀 행복해보여요. 털이 있어서 따뜻해도 보이고요. ^^ 사진 귀여워요.

치니 2009-02-25 19:18   좋아요 0 | URL
저 털이 사람에게는 옷 같은 작용을 하는지, 더워진다 싶으면 털 갈이를 해서 털을 숭숭 뽑아내요. 그게 옆에 있는 우리에겐 죽을 맛이지만 개 입장에서는 옷 갈아 입는 거죠. ㅎㅎ
태그가 그렇게도 읽히겠구나, 후후, 안 그래도 G군이 이 책의 제목에 아주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죠. ㅋㅋ

2009-02-25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5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3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3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롬이 2009-12-2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글 보고 마음에 남아 인사남기고 갑니다.
두리 예뻐요. ^-^

치니 2009-12-26 10:54   좋아요 0 | URL
새롬이님, 반갑습니다. ^-^
두리 예쁘죠 ~ 헤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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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에게는 굳이 표현하자면, 락 스피릿이 있는 모양이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가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가만 듣고 있자니 어느덧 숨이 조여져 오는 것 같았으니. 어쩌면 마음이 먼저 답답해 있으니 노래가 괜히 말썽이었을 거다. 미세한 바람에 파르르 떠는 작은 잎 같다가 폭풍우를 만나면 우어어 하고 있는 힘껏 목청을 돋우는 식의 노래들이었는데, 그 가사들이 시처럼 다가와야 좋을 시점에 영 다른 메마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서, 첫 감흥은 물 건너 가버렸다. 음악에 있어서는 아직도 소녀인 양,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곡이 하나라도 나타나면 성마르게 도리도리를 해버리는 습관이 있는지라, 이 작가가 올린 리스트에 그런 음악이 끼어 있을까봐 괜히 조마조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태춘 박은옥이 들어가 있다. 그 꼭지를 읽고나니, 예의 답답한 듯 숨이 조여오는 노래의 느낌이 어디서 나왔는가 스스로는 알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나는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이미지만으로 정태춘이 대국민(특히 대학생들) 상대로 거의 사기를 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기억이 가물하지만 오래전 대학 시절에 그와 그의 부인인 박은옥씨를 축제에 불렀을 때 당연히 무료에 가까운 봉사를 해줄 것으로 착각하고 그들이 달라고 당당히 말했던 기백만원에 놀라 자빠졌던 경험 때문일 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가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일거다. 송창식의 비슷한 가사들에는 마음이 끌렸는데 이들의 노골적인 사랑 노래에는 왜 그리 인색해지기만 했던지. 아마 대놓고 상업주의는 하지 않으면서 뒤로는 충분히 상업적이었다고 느껴지는 - 대중가수가 상업적이면 뭐가 어때서! - 분위기와, 당시 사회 상황에서 그들이 실제 한 것에 비해 지나치게 추앙 받는다는 느낌 따위에 편견으로 똘똘 뭉친 내가 어느새 낙인을 찍어버린 것임에 틀림없다. 이야기가 한참 삼천포로 샜다. 산문집을 먼저 읽고 본 작품을 나중에 읽는 두번째 작가가 될 한강 - 첫번째는 황인숙이었다 -, 에세이로만 보자면 그녀에겐 너무 유머가 없고 너무 진지하다. 자못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비교적 담백하게 적은 것 뿐인데도, 다 읽고난 느낌은 오래 앓는 친구를 지켜본 것처럼 무겁고 산뜻하지가 못했다. 아마 내게, 유머 강박증이나 진지함 거부증 같은게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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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9-02-10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일빠! 혹시 나는 누군가와 경쟁을? ㅋ, 제가 이시간에 이러고 있는 이유는 어제는 좀 락스피릿 풍으로 술을 마셨다고 할 수 있고 어찌되었든 가만가만 마시질 못했고 그래서 새벽이 되자 뱃속이 상업주의적 반란을 일으켰는데... 아흑!ㅋ,

한강은 채식주의자 봤는데 소설도 좀 오래 앓는 친구느낌이 나긴 해요. 읽을만 하지만 보호본능을 일으키려는 혹은 일어나는 일어나야하는 진지함에는 발이 멈칫거려진다?


치니 2009-02-10 09:42   좋아요 0 | URL
^-^ 귀여운 니나님, 아직 숙취의 여운이 느껴지는데요. 요즘 술 못 마시게 되었다고 하시더니, 어제는 괜찮았던 거에요? 아무튼 술은 가만가만으로 시작하려다가도 대개 락 스피릿으로 끝나드라구요. ㅋㅋ
<채식주의자>가 <몽고반점>보다는 더 끌리는 편이라 다음 책은 그걸 볼까 하고 있어요. 음 근데 보호본능을 일으킨다는 말씀에 좀...

프레이야 2009-02-10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의 만남도 타이밍이 맞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전 이 책을 딱 그렇게 만났던 셈이에요. 좀 가뿐하지 못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서서히 다독여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치니님 좋은아침 선물로 추천^^

치니 2009-02-10 09:44   좋아요 0 | URL
네, 정말요, 타이밍이 꽤 중요하게 작용해요.
마음이 너무 스산하고 짜증이 밀려오는데 억지로 읽은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그러니 괜히 책이 답답하고 가뿐하지 못하다고 더 투정을 한 셈이죠. 그런 상태가 아니었음 말씀대로 은근히 서서히 다독여지는, 그런 느낌 충분히 있었을 건데 아까워요.
아침부터 선물 받으니 기분 좋아요 ~ 헤.

이게다예요 2009-02-1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앓는 친구... 에서 웃을까 말까, 했어요. ^^
꽤 심통사나운 말이면서도 절묘한!!
아기가 자고 있는 아침, 너무 상쾌하네요. ㅋㅋ

치니 2009-02-11 11:05   좋아요 0 | URL
^-^;; 네 제가 적고도 심통사납다고 생각했으나, 그 느낌이 자꾸 들어서...
아기 치고는 늦잠 자는 아기군요, ㅎㅎ 보통 잠 습관은 엄마를 닮던데.
이렇게 다예요님 댓글 보니 저도 상쾌한 아침입니다 ~

이게다예요 2009-02-11 11:19   좋아요 0 | URL
늦잠이라니요,
새벽녁에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거예요.
제가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
지금은 제 무릎 위에 앉아서 마우스를 만지작 만지작. ㅋㅋ

치니 2009-02-11 16:28   좋아요 0 | URL
하하 역시, 아직은 그럴 때군요.
아기가 잘 때 잠시 짬이 나면 하고싶은 것들이 많아도 우선 같이 쪽잠부터 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많이 컸겠어요. 시간 되실 때 사진도 보여주세요 ~

2009-02-20 1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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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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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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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2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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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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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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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1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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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2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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