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의 개에 관한 이야기로 유명세를 떨친 책은 이미 <말리와 나>가 있고, 애견 키우기에 대한 정보 관련 책들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와 있는데, 나는 그 많은 책들 중에 역시 <말리와 나>를 읽었고 정보 서적으로는 지금은 제목도 기억 나지 않는 만화 같은 형식의 책 한 권을 읽은 것이 전부다. 이 책은 그 두 책 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를 모티브로 한 책과 분명히 차별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볼만한 책이자 관계에 대한 성찰, 나아가 그 관계들을 어떻게 영위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역시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써놓고 보니 마치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 예의 말리와 같은 종이다 - 우리 '두리'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지극하다고 자부하면서도 막상 개에 대한 애착이 지나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은연 중에 싫어했던 것이 틀림 없다. 또 어느샌가 자신을 무엇에도 깊이 빠지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개에 대한 관심 역시 그래주길 바랬을 지도 모른다. 그래야 편하니까. 빠지면 힘들어지니까.

책을 읽어가면서, 나 역시 작가 캐롤라인 냅처럼 인간에게 지나친 애착심을 표현했을 때, 분명히 넘어가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넘어간 경계선의 뒤를 밟아 버렸을 때, 그 결과가 꽤나 처참했던 기억들이 무의식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당당하지 못하게 내 개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구나 라는 자각이 드니 슬쩍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모두, 그랬다. 거의 모든 인간과의 사랑이 말이다. 

처음에는 분명히 서로가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고 둘만의 각별함을 둘만이 안다고 생각하여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물리적인 상황이 바뀜에 따라, 혹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찬란하던 색깔은 흐려지고 바래지고, 매일이다시피 만나야만 풀렸던 초반의 그리운 감정을 미련하게 오래 전달하면 '부담을 느낀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그런 부담이 생기지 않는 유일한 관계는 소위 '장애'가 있어서 포기할까 싶다가도 그 장애 덕분에 자꾸만 꺼져가는 불씨라도 활활 태우게 되는 관계 뿐이었다. 오래 사귄 친구 역시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면 견딜 수 없어 했고 나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애착이 싹 터 오르는 순간을 즐기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커진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하면 어줍잖은 자존심을 챙기기 바빴고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 지, 구차하지는 않은 지만 따지느라 정작 사랑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어떤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내 사랑을 마음껏 표현한다는 건 , 인간사에서 불가능해보였다. 남과의 관계 뿐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조차 , 우리 인간들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두리'를 만났다. 

이쯤에서 나는 작가가 자신의 개 루씰에 대해 표현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내용의 이야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두리는 따지지 않았다. 두리는 어디로도 가버리지 않았다. 두리는 내가 너무 지나치다 싶은 애정을 주어도 귀찮아하기는 커녕 더욱 더 나를 따랐다. 두리는 내가 바쁘고 기분이 안 좋아서 애정을 주지 않고 내버려둬도 잠깐 나를 귀찮게 할 망정 비난하지 않았다. 두리는 나를 판단하지 않았다. 외모로도 판단하지 않았고, 지성을 가늠하려 하지도 않았고, 성격이 좋네 나쁘네 라고 평가하지도 않았다. 두리는 그냥, 나를 좋아하고 내가 자신을 그냥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에 나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깨끗한 마음을 선사 받는다. 우리 둘의 포근한 교감을 훼손할 나쁜 생각이나 골치 아픈 생각 따위는 그 순간 만큼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도 매번! 이것을 경험한 이상, 개를 키우는 행위가 '외로움에 대한 대안' 정도로 요약 되기에는 또 다르게 표현되어야 할 - 딱히 표현할 길이 마땅치 않은, 그러나 이 작가는 그 표현들을 너무나도 잘해주고 있어서 신기한 - 정서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걸 깨달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를 안 키우는 사람들이 그 부분을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책을 읽고 무한 공감을 하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섣불리 두리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만, 사진 한 장 올리고픈 마음은 억제하기 어렵다. ^-^; 



  눈이 펑펑 온 날에 신나게 뛰어 다니고 눈 뭉치를 먹던 두리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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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4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4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5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i 2009-02-2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태그는 대G군, H군 보신용이군요...ㅎㅎ
두리는 겨울이 좀 행복해보여요. 털이 있어서 따뜻해도 보이고요. ^^ 사진 귀여워요.

치니 2009-02-25 19:18   좋아요 0 | URL
저 털이 사람에게는 옷 같은 작용을 하는지, 더워진다 싶으면 털 갈이를 해서 털을 숭숭 뽑아내요. 그게 옆에 있는 우리에겐 죽을 맛이지만 개 입장에서는 옷 갈아 입는 거죠. ㅎㅎ
태그가 그렇게도 읽히겠구나, 후후, 안 그래도 G군이 이 책의 제목에 아주 강한 불만을 표시했었죠. ㅋㅋ

2009-02-25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25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3 1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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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13: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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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이 2009-12-2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글 보고 마음에 남아 인사남기고 갑니다.
두리 예뻐요. ^-^

치니 2009-12-26 10:54   좋아요 0 | URL
새롬이님, 반갑습니다. ^-^
두리 예쁘죠 ~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