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 지음, 일러스트레이터연합 그림, 정이나 옮김 / 삼천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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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오지 않았으면 했던 월요일을 맞이하여 9시까지 출근을 하고 12시에는 점심을 먹고 6시가 넘어도 퇴근을 할 수 없으면 안달이 난다. 집에 오는 길에는 피곤에 지쳐 맛있는 저녁을 해먹을 요량보다는 아무 것이든 누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냥 밥통에 있는 밥을 대충 인스턴트 유부초밥용 유부에 우겨넣고 그것을 먹어가면서 이렇게 인터넷을 한다. 

거의 매일이 이런 식인데 어떤 날에는 아파서 회사를 안 가거나 열 받아서 저녁에 누군가를 만나 술을 먹거나 하는 정도의 변형이 있고, 주말에는 주간에 못했던 빨래나 청소를 몰아서 한다. 

가끔씩 문화생활도 즐기고 사유가 가능한 책 읽기도 하고싶지만 늘 여의치는 않다. 언제나 그것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들에게 앞자리를 비워 준 다음에라야 찾아오고, 만일 그 순서를 바꾸면 새가슴이 되어 왠지 조바심이 난다. 

이런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니다. 통계 따위를 내보지도 않았고 어디 나온 것을 찾아보지도 않았지만 이런 생활은 다름 아닌 전 인구가 현대에 하고 있는 생활과 큰 차이가 없다. 

그나마도 밥벌이를 시켜줄 자본가를 만난 사람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일정한 자격(?)이 안되는 사람은 하루하루를 악몽처럼 보내면서 문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가끔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가 왜 이러구 살지, 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건 왜 이리 엄두가 안 날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활은 여전히 똑같다. 

이 책은 예의 왜 이러구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간단히 답 한다. 

그것은 우리가 만든 체제, 그 체제 중에서도 자본주의라는 체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중도 실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자본주의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데 모든 책임을 자본주의로 돌린다니, 너무 극단적인 책이 아니겠는가 우려부터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만, 자본주의는 오늘날 자본의 세계화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렸으므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책의 상당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우리가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 전 고대부터 체제를 만들어왔고, 가장 최근까지도 국가의 이데올로기나 체제는 지금보다 다양했으며 이렇게 세상의 대부분이 자본주의 체제로 통일되어가는데 옛날보다 살기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실패한 공산주의를 딛고 보다 타협적인 대안을 내놓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좌빨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언제나 변혁은 인간에 의해 꿈 꾸어져 왔으니 이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꾸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꿈은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이상 꿈이 될 수 없다. 꿈은 몽상과 다르다. 꿈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전념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들이 모이고 모여 언젠가 우리가 꿈 꾸었던 바로 그 세상의 근사치에 가까운 체제를 만들어 갈 수만 있다면, 자본주의고 사회주의고 우파고 좌파고 간에 다들 좋을 것 아닌가. 

그렇게 하기 위해 이 책이 제안하는 행동강령은 소위 운동을 하라는 것도 촛불을 꼭 들어야 한다는 것도 시위대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라는 것도 자신들의 행동강령을 세뇌 시키라는 것도 아니다. 조직적으로 누군가가 대표로 나서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가자!라고 외치지도 않았는데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그냥 구경하기 위해, 혹은 그냥 놀기 위해 광장에 나갔던 작년 6월 그 때 우리들이 한 것처럼, 그렇게 모두가 체념하지 말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최근에 유행했던 말 중에 '아마 안될거야 우리는..."시리즈가 있었다. 정말 안될까? 아니,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당당하게 말하고 그 증거도 보여준다.

그저, 모두가 다양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잊지 말되, 인간이 개별적으로 이기적이 되는 것보다 서로 나눔으로써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 무개념 무사유 무의식으로 움직이는 체제를 거부하고 설사 내가 그 권력을 갖더라도 휘두를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이 세상에 있는 인구 개체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라는 것만 인식하자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억지로 쌓아놓은 위계질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으니까.  

비록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쳇바퀴 안으로 들어가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이 된다 할 지라도 한번쯤 이런 책을 읽고 환기하는 것이 분명히 작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설고 거칠게 짜인 이런 책이 어쩌면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필독서가 될 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책은 나 같이 마르크스 자본론 하나 읽지 않고 살아온 성인이 읽어도 쉽게 이해가 되고, 중고교 학생들에게도 읽히면 좋을 책이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자본이 아닌 자연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많은 십대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테고, 그들은 당연히 우리의 미래가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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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7-2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안그래도 저도 눈여겨보고 있었던 책이예요

치니 2009-07-20 20:43   좋아요 0 | URL
아, 역시 괴물님은 두루두루 필요한 책들을 잘 찾아내시네요.
전 몰랐다가 지인의 소개로 읽었답니다. :)

다락방 2009-07-2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태그를 보니,
그쵸, 질문도 아는 사람이 하는거예요.

그나저나 저 역시 마르크스 자본론 하나 읽지 않고 살아왔으니 이 책이 도움이 되겠군요!

치니 2009-07-21 09:50   좋아요 0 | URL
ㅋㅋ 다락방님,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뭘 모르는 애들은 질문도 안하더라고 하던 생각이 나요.(저는 종 치기 전에 질문하는 애들이 젤 싫었죠. 끙)

그런데 이 책 읽고나니 늦기는 했지만 자본론, 더 이상 읽기를 미룰 수 없다 싶어요. 아이고 언제 읽나. ㅋㅋ

또치 2009-07-2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근데 청소년들한테 권하기에는 책제목이 너무 '쎄다' ...
일단 나부터 읽어봐야겠어요! (아으, 알라딘 서재는 온통 뽐뿌질 서재...)

치니 2009-07-21 10: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제목이 좀 그렇다고 생각해요. '촛불세대를 위한'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도 어떤 부모에겐 좀 거부감이 들겠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나니 제 아이에겐 읽히고 싶다로 결론이 나서 다행이었어요.

네꼬 2009-07-21 12:59   좋아요 0 | URL
출판사 이름은 무려 삼천리.

치니 2009-07-21 13:15   좋아요 0 | URL
ㅋㅋ 아무렇지도 않았던 출판사 이름이 네꼬님이 이렇게 말한 순간, 왜 이리 재미있어지는지.

네꼬 2009-07-2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예요. 그러니까 체념하지 말고 이것저것 뭐든 해보자 이거군요. 새겨 듣겠습니다. 그런데 치니님은 참, 영화도 책도 장르고 뭐고 할 것 없이 잘근잘근 잘도 읽으셔요!

치니 2009-07-21 13:17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저도 체념을 쉽게 하는 꽈인데 이거 읽으니까 반성 좀 되더라구요.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사는 건 아무래도 좀 창피한 일 같아요.

제가 좀 장르 불문이죠. 히 -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오늘 아침엔 내가 왜 요새 진지한 책만 읽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소설 추천 바랍니다아.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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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두식이라는 분을 전혀 몰랐다. 읽고보니 어쩐지 작년에 열풍을 일으켰던 장하준씨와 말투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공부를 잘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뜻을 가진 분들의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아무튼 두 분 다 괜히 어려운 용어를 섞어 잘난 척을 하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신 점이 귀엽다.(-_-; 귀엽다라는 표현이 써놓고 보니 좀 어울리지 않기는 하네) 

귀엽거나 친근하거나, 아무튼 나 같은 문외한에게 법조계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해주는데 전혀 무리가 안 가는 말투였으니, 반가울 따름. 편안하게 술술 잘 읽히는가 싶더니, 흐억 ㅠㅠ 문체나 말투로는 편안한데 내용이 전혀 편안치 않아서 혼자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가슴이 답답해지고 그 속 어디서는 용암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다. 

'속 터져서 못 읽겠네' 라고 혼잣말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투성이. 

하지만 이 속 터져서 도저히 눈 뜨고 못보겠는 꼬락서니가 모두 우리나라 법조계의 현실이라고 김두식은 말한다. 그 속에 직접 있었던 분이 그렇다고 하고, 희망제작소에서 열심히 인터뷰어들을 찾아 발품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녹취한 것을 근거로 만든 책이니, 설마 이렇게까지 라는 의문을 품을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로처럼 엮인 해괴망측한 역사와 시스템 속에서, 미약하나마 품어볼 수 있는 희망의 근거는 슬프도록 심플하다. 

결국 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거다. 우리 서민들이, 대한민국에서 법조계에 전화 한 통 걸 빽이 없는 85% 이상에 속하는 사람들이 또! 나서야 한다는 거다. 가만히 누가 어떻게 좀 해주겠지, 라고 해봐야 나아지는 것이 절대 없을 뿐더러 곧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이 날아오는 걸 피할 도리가 없어질 게 분명하다는 건, 최근 2년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있다.  

법적인 문제에서 빽을 먼저 찾을 것이 아니라 법률관계를 꼼꼼이 따지고, 힘들더라도 직접 여기저기 변호사를 찾아서 (안 만나주어도) 만나고, 변호사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사무국장이나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이 나오면 왜 니가 나오냐고 따지고, 그렇게 해서 변호사 선정이 어렵사리 되면 변호사가 판사와 싸우는 과정에서 같이 싸우고, 땅땅 망치만 칠 뿐 남의 말을 들어줄 생각 전혀 없는 판사 앞에서도 조리있게 말할 연습을 열심히 해가서 내 말을 들어줄 때까지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는 거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힘들 게 뻔하다고? 그래봐야 돈 잃고 시간 잃는데(게다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떻게 일일히 저렇게 하냐고? 김두식은 말한다. 어차피 저렇게 하지 않고 빽을 써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고, 오히려 시스템의 악순환만 거듭될 따름이라고. 

말은 쉽지만 실천은 늘 어렵다. 하루 세끼 밥 먹기만도 힘들다. 그래도, 희망은 움직이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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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9-07-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우리가 또!


치니 2009-07-14 11:03   좋아요 0 | URL
아이고 할 일 많아요. ^-^;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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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도 나는 건조한 아이였던가보다. 마법 같은 것이 진짜로 있어서 내가 그런 걸 써먹을 수 있다거나 누군가가 나를 위해 그걸 쓴다거나 하는 상상은 안해봤다. 

오히려 다 크고나서는 <해리포터>시리즈 같은 것을 읽으면서 잠깐씩이나마 설득이 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세상 진짜 다 안다고 할 사람 없는데, 이런 호그와트 같은 학교가 없다는 보장은 또 어딨어? 있다면 정말 거기 다니는게 좋을까 나쁠까? 그런 생각도 하고. 

아무튼 사람들이 마법에 기대는 심리란 요약해보자면 이런 걸 거다. 

'해리'가 부모 잃은 고아가 되어 삼촌과 숙모에게 갖은 핍박을 받았을 때와 같은 크나큰 불행이 찾아왔을 때, 그리고 여기 위저드 베이커리의 '나'가 겪는 5단박치기 - 7세때 자신을 버린(적이 있는) 엄마 자살, 아버지의 무관심, 그 아버지와 재혼한 못된 새엄마, 새엄마가 데리고 온 7세 여자아이의 성추행범으로 오인 받음, 그 성추행범이 실은 아버지였음을 나중에 알게 됨 - , 가정생활의 초불행 같은 것이 찾아왔을 때, 도무지 현실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테고, 그러면 도피하거나 죽거나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겠을 거고, 마법은 이럴 때 자살과 우울을 미연에 방지하는 최고의 묘약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걸 거다. 

불행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그렇고 그런 성장소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 소설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제목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위저드'(마법사) vs '베이커리'(빵집)의 단어 연결이 주는 묘한 분위기, 즉 마법사에서 풍기는 신비함과 음험함에다가 빵집에서 풍기는 고소함, 달콤함, 부드러움 따위를 범벅하는데 그것도 영어로 해서 조금 더 세련되게 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소설을 읽기 전부터 빠져들 준비를 하게 만들지 않는가.  

물론, 제목에 걸맞게 내용 역시, 불행한 아이가 마법을 만나 신데렐라처럼 행복을 다시 잡는다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 나름 마법사의 입장에서 남을 행복하게 만들고 자신을 버리고 사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보여주고 결말조차도 주인공이나 독자에게 열어주면서 우리네 인생이 항상 다변하고 정답이 없다는 걸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므로 가독성도 따라오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다음 장이 궁금해져서 한번 잡으면 놓지 않게 되는 몰입력이 있다. 그런데 막상 나는 주인공 '나'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딱히 마법사 이야기가 나와서라기보다는, 중간 중간 작가가 애써 만든(것처럼 보이는) 멋진 문장이 결과적으로는 감정이입을 거스른달까. 

주인공인 '나'가 16세인 점을 감안하고 읽자면, 아무래도 '나'의 사유체계가 너무 어른의 그것같이 정형화 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진지하다는 느낌을 주는 문장들이 많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이건, 내가 16세 아들의 엄마라서 내 아들의 정신 연령이 16세 평균의 정신 연령이라고 착각한 탓일까 아니면 작가가 정작 16세 눈높이를 못 맞춘 탓일까. 둘 중 무엇 때문이든, 감정이입에 실패한 나로써는 다 읽고나서 여운이 남는 작품은 아니었다.  또한, 엄청난 사건들을 다 겪어내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몰두하느라, 그런 사건들의 배경들은 단순하게 처리된 점이 아쉽기도 하다 (하기야, 자신의 이붓 딸을 습관적으로 성추행하는 아버지의 심리를 작가라고 어떻게 알겠냐. -_-;;)  

다행인 것은, 순전히 외국소설로만 청소년기의 '위시리스트'를 작성해야 했던 우리 어린 시절보다는 지금의 십대들이 훨씬 풍요롭게 국내 청소년 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더 많아져서, 많은 만큼 옥석을 가려낼 기준도 더 까다로워지고, 진정한 보물과도 같은 작품이 오래 오래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읽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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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09-06-18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치니님 아들이 16세군요!) 저도 결론적으로 재미있게는 봤는데, 이 고뇌하는 16세 소년의 마음을 따라다니기가 꽤 힘들었어요 ;;

치니 2009-06-18 09:1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주인공이 겪는 일들이 너무나 극적이라 더 그런 거 같아요. 일반적인 십대들이 흔히 겪는 일들이 아니라서...(아, 물론 이런 걸 흔히 겪으면 큰일나겠죠. ^-^;;)아무래도 따라가기 조금 힘든 면이 있기는 했어요.
그래도 사건에 비해 소년의 심리는 담담하게 그려져서 좋았지만, 제 아들은 이 소년처럼 복잡한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는지라(고 엄마인 제가 믿고 있죠) 이 소년의 고난이도 사유가 좀 공감이 안되더라구요. ^-^;;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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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관련 책을 보관함에 자주 담기는 했지만 한번도 사 읽은 적이 없다. (고백하자면, 이 책 역시 내가 구매한 책이 아니라 '2기 알라딘 서평단'에게 보내진 것이었는데 기한 내에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 책이다.) 그런고로, 처음 접하는 '글쓰기' 관련 책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클 수 밖에 없었다. 글을 잘 쓰려면,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것은 꼭 문학으로 업을 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대도 왠만한 사람들은 한번쯤 고민해보게 되는 문제일 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런 책은 다 읽지 않더라도 일단 책장에 하나 꽂아두는데서 꽤 두터운 안도감을 줄 수도 있겠으니, 이런 기획은 안전하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일 뿐 아니라, '나를 바꾸는' 글쓰기를 하려면 어떻게 '공작'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일러주고 있다. 단계별로, 예문과 설명도 많이 넣어가면서, 마치 저자가 내 눈 앞에서 강의하고 있는 듯이(아, 이 책은 강의록을 묶고 편집하여 나온 책이라니 당연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겠다), 두루두루 그러나 듬성듬성은 아니게 가르쳐준다. 

그런데 아마 내 기대치는 너무 높았던가보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씨앗 문장' - 그러니까 밑줄 팍팍 긋고 달달 외워서 내 안에 소화 해두었다가 나중에 글을 쓸 때 자연스레 승화되어 나올 문장 -이 정작 저자의 글에는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워서 끝끝내 재미나게 읽지를 못했다.  습작생들의 합평을 위해 예시한 기존 작가들의 산문, 시, 혹은 작가가 쓴 글은 아니지만 참신하다고 생각되는 글들에서는 '아 그래 이런 것이 씨앗문장이겠구나' 싶은 것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 막상 우리의 이만교 작가님의 설명 글에서는 그런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글을 어떻게 잘 쓸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 이만교도 없지만, 그나마 내가 아는 부분과 경험을 놓고 같이 이야기해보자'라는 정도의 애매한 태도로는 무언가 내면까지 설득 당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이런 책에서 권하는 방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려면 아무래도 저자의 기존 작품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이 있어야 할 진대, 나로서는 이 작가의 책들 중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던 '결혼은, 미친 짓이다'만 읽은 상태인지라, 별로 재미있게 읽지 못한 그 책에 대한 미욱한 감상이 독서 중에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저자의 책들을 모두 읽었거나 그 중 한 권이라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면 조금 더 맞장구를 쳤을 지도 모르는데, 쩝.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대한 순도 높은 열정을 수차례 강조하는 진심과 자잘한 팁들을 그림까지 그려서 보여주는 성의는 이 책의 미덕이라 하겠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글을 쓰는 방법이 딱히 이거다 하고 나올 수 있겠나 (있으면 벌써 다들 그거 써먹어서 다들 작가가 되었겠지), 그런 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라고 처음부터 순순히 밝히고, 대신 기본적인 독해가 가능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기본과 그 기본으로부터 나온 글들을 연마하는 방법들이 꽤 많이 설명되고 있다. 이 팁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온전히 습작생 본인의 몫. 이런 책을 읽어서 팁들을 받아 적용하는 노력을 할 마음만 있다면 역설적으로 습작생 본인이 끝없이 읽고 고민하고 쓰고 하면서 여기 적힌 방법들 외에 더 많은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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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6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6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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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것 하나.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이런 만화가 고교생들 보충 학습물로 이미 1년반 전에 나왔었다는 사실을 몰랐음.  

억울한 것 둘. 최규석 꽃미남이다, 최규석 만화 재미있다, 말은 여기저기서 봐놓고 최규석 만화 이번에 처음 제대로 읽었음.  

억울한 것 셋. 내 아들이 열여섯인데 아직 이런 좋은 공부 시켜 줄 생각 못했음. 아니, 이건 억울한 것 리스트에 포함 시킬 것이 아니라 무지한 부모 각성용 리스트에 넣어야겠군.  

읽으면서 초반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내가 겪은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서 운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내용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읽을 수 없게 된 우리 처지가 너무 서글퍼서.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 작가가 마지막에 공부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 내 마음 속에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불끈 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것은 그저 집단적 감상에서 나오는 히스테리 성 눈물이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예술은 이제부터 바쁘다. 만화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팔을 걷어부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또 다시. 우리는 이런 작가들이 각 계 예술 분야에서 (감사하게도) 쏟아내주는 제대로 된 작품들을 보고 읽기만 하면 공부가 되는 (어찌 보면 속성반 수업이 가능한) 학생이 되었다. 자, 그런데도 공부하지 않을 핑계가 더 남았는가. 더 억울하게 살텐가. 공부하고, 전복에의 꿈을 놓지 말자. 무임승차의 불명예가 조금 남더라도, 내게 그 무임승차의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정확히 누군지라도 알아보자. 겁 많고 평범한 우리들 대다수에게 그 수 밖에는 다른 묘책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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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6-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못만났는데,,,,보관함으로 직행합니다. 그나저나 이 책에대한 리뷰가 요즘 많이 올라오는것 같던데,,,님의 리뷰가 가장 구매욕구에 불을 붙이는듯~.

치니 2009-06-14 11:48   좋아요 0 | URL
나비님, 댓글에서 만난 거 오랜만이에요. :)
이 책에 대한 반응, 정말 뜨겁죠? 저도 반신반의 하면서 샀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

다락방 2009-06-14 21:00   좋아요 0 | URL
이쯤에서 추천 하나 더.
nabi님. 정말이지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아, 최규석 작가가 치니님과 제가 추천한다는 걸 좀 알아줘야 할텐데요. 흐흐 :)

치니 2009-06-15 09: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이미 보셨군요!
아흐 그러게요 꽃미남 작가가 알아주면 기분 좋을텐데 ~ 흐흐.

네꼬 2009-06-1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추천추천. 알라디너만을 위한 최규석 팬 미팅 했으면 좋겠어요!

치니 2009-06-15 11:03   좋아요 0 | URL
오오, 그렇다면 그 팬 미팅은 네꼬님이 추진해주세요오오오 ~ ㅋㅋㅋ

치니 2009-06-15 11:04   좋아요 0 | URL
아참, 말 안해도 아시겠지만, 이 책은 네꼬님의 강력 뽐뿌 리뷰 덕에 구매했으니 최규석 작가님에게 꼭 네꼬님의 공을 알릴게요(만나게 되믄, 흐흐)

2009-06-15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5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