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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ㅣ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두식이라는 분을 전혀 몰랐다. 읽고보니 어쩐지 작년에 열풍을 일으켰던 장하준씨와 말투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공부를 잘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뜻을 가진 분들의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아무튼 두 분 다 괜히 어려운 용어를 섞어 잘난 척을 하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신 점이 귀엽다.(-_-; 귀엽다라는 표현이 써놓고 보니 좀 어울리지 않기는 하네)
귀엽거나 친근하거나, 아무튼 나 같은 문외한에게 법조계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해주는데 전혀 무리가 안 가는 말투였으니, 반가울 따름. 편안하게 술술 잘 읽히는가 싶더니, 흐억 ㅠㅠ 문체나 말투로는 편안한데 내용이 전혀 편안치 않아서 혼자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가슴이 답답해지고 그 속 어디서는 용암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다.
'속 터져서 못 읽겠네' 라고 혼잣말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투성이.
하지만 이 속 터져서 도저히 눈 뜨고 못보겠는 꼬락서니가 모두 우리나라 법조계의 현실이라고 김두식은 말한다. 그 속에 직접 있었던 분이 그렇다고 하고, 희망제작소에서 열심히 인터뷰어들을 찾아 발품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녹취한 것을 근거로 만든 책이니, 설마 이렇게까지 라는 의문을 품을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로처럼 엮인 해괴망측한 역사와 시스템 속에서, 미약하나마 품어볼 수 있는 희망의 근거는 슬프도록 심플하다.
결국 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거다. 우리 서민들이, 대한민국에서 법조계에 전화 한 통 걸 빽이 없는 85% 이상에 속하는 사람들이 또! 나서야 한다는 거다. 가만히 누가 어떻게 좀 해주겠지, 라고 해봐야 나아지는 것이 절대 없을 뿐더러 곧 우리 자신에게 부메랑이 날아오는 걸 피할 도리가 없어질 게 분명하다는 건, 최근 2년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있다.
법적인 문제에서 빽을 먼저 찾을 것이 아니라 법률관계를 꼼꼼이 따지고, 힘들더라도 직접 여기저기 변호사를 찾아서 (안 만나주어도) 만나고, 변호사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사무국장이나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이 나오면 왜 니가 나오냐고 따지고, 그렇게 해서 변호사 선정이 어렵사리 되면 변호사가 판사와 싸우는 과정에서 같이 싸우고, 땅땅 망치만 칠 뿐 남의 말을 들어줄 생각 전혀 없는 판사 앞에서도 조리있게 말할 연습을 열심히 해가서 내 말을 들어줄 때까지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는 거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힘들 게 뻔하다고? 그래봐야 돈 잃고 시간 잃는데(게다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떻게 일일히 저렇게 하냐고? 김두식은 말한다. 어차피 저렇게 하지 않고 빽을 써도 개인에게 돌아가는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고, 오히려 시스템의 악순환만 거듭될 따름이라고.
말은 쉽지만 실천은 늘 어렵다. 하루 세끼 밥 먹기만도 힘들다. 그래도, 희망은 움직이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