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으면 이 책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본 다음 독후감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책이 좋으니까 글도 잘 쓰고 싶다. 그러면 시작이 안 된다. 조금만 묵히기로 하고 다른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 책도 좋다. 좋은 책을 읽으면 이 책에 대해서....
어머 그러다 보니 그런 책이 여섯 권이나 되었네! 이러다 나는 망하는 걸까? 그럴 수는 없어서 일단 여기에 적어둔다. 모조리 독후감을 쓰겠다! 꼭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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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영국 날씨가 지겨워 그리스의 작은 섬으로 떠난 엄마와 네 남매. 동물에 푹 빠진 막내 제리가 그곳에서 보고 겪은 동물 일화와, 날마다 소동을 벌이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얼마나 재밌는지, 네꼬남이 TV를 보는 동안 나는 옆에서 이걸 읽었다. 폭풍 검색도 했다. 원서 표지도 다 찾아봤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결국 샀다.
책으로 가는 문
"아이들이 책에 몰두할 때는 어처구니 없는 자세를 취합니다. 한 가지 자세로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아이 모습을 그려 이 책 앞부분에 실어 놓았는데, 사실은 훨씬 더 굉장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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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보고서
일 때문에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 남자 아이 둘의 밀당이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멀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캄캄한 버스 안 희미한 조명에 의지해서 읽어야만 했다. 다만 결말이 너무 가파른 느낌이었고(그러나 이건 좀더 생각해볼 일),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맞춤법 틀린 부분이 너무 많다. 그러나 재밌다 진짜!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
이 책은 '관심 신간' 페이퍼에도 적었고, 이 페이퍼에 적고, 신간평가단 리뷰도 쓸 거니까 내 서재에 3번이나 올라온다. (두 번 올라온 책도 거의 없다) 그런데 요즘 본 신간 그림책 중 단연 눈에 띄는 데다 실제로 읽어 보니 정말이지 좋아서 이렇게 써두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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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구분을 하는 건, 역시 또 너무나 좋은 책들에 대해서 숨고르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술사의 코끼리
생쥐 기사 데스페로
둘 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작품이다. 오래 전 읽은 <<내 친구 윈딕시>>는 따뜻한 동화다,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에 <<마술사의 코끼리>>를 읽고 깜짝 놀라서 <<생쥐 기사 데스페로>>도 읽어 보니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두 작품 모두, 아름답고 강렬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마술사의 코끼리>>를 읽으면서는 그만 징징 엉엉 울고 말았다. 이 얘긴 다른 페이퍼로 꼭 쓰겠다. (그냥 쓰면 되지 뭘 다짐씩이나 하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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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 얘기를 하다 보니 기분도 좋다. 게다가 아침엔 알라딘님이 이달의 리뷰 뽑아주셔서 알사탕도 받았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런 사진도 올려 본다. (물론 연관성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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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또 빌려서 오는 길, 집 앞 가게에서 얼갈이를 한 단에 1950원으로 세일한다는 걸 보고는 냉큼 샀다. 집에 들어와 현관 거울을 보니, 마침 가방도 뭔가 있어 보이고 내가 어딘가 친환경적인 것 같고 왠지 좀 그런 것처럼 보이고 해서 찍어 두었다. (원래는 다리도 찍혔지만 편집.)
그래서 이런 걸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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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께 들은 대로 절인 물을 잘 뺐는데도 왜 자꾸 모든 김치가 물김치가 되는지 알 수가 없네.
- 이 페이퍼는 뒤죽박죽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