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선생님의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있다. 지금껏 각별히 사랑해온 책들에 대해서 그랬듯이 이 책에 대해서도 리뷰를 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독후감이 책에 누가 될 것 같아서다. 그러니 결국 독후감은 글렀고, 여기 써두기라도 하고 싶다. 끝까지 읽지 않고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좋다. 침대맡에 두고 밤마다 아껴서 아껴서 읽고 있다. 두 편만 읽자 했다가도 결국 서너 편을 읽게 된다. 듣자니 친구도 그렇다 한다. 알라딘에 달린 리뷰를 보니 남들도 그렇게 말한다. 아껴서 읽고 있는데 못 참고 다 읽고 말았다고. 이런 책이야말로 양장으로 나와야 하지 않나. 몇 장 안 되는 사진들 더 좋은 질로 쓸 순 없었나. 책날개에 작가 소개는 좀더 잘 보이게 써주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아쉬움을 표지가 달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도 '어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동할 수 있으니, 이런 책이 나와준 것이 감사하다.
단정하고도 수려한 문장, 글마다 소박한 일화로 독자를 불러 앉힌 다음 끝내 통렬한 깨침을 주며 마치는 전개, 인간과 문학과 나라와 강산을 사랑한 어른의 보람과 슬픔. 그러고 싶지 않지만 결국 다 읽어야 한다면 읽고 또 읽으리라. 사실은 나 혼자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여기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