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데이 때문에 오래간만에 꺼내어 본 창해 ABC북의 『고양이』
고양이는 상반된 이미지대로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침묵을 즐기는가 하면 쉬지 않고 야옹거릴 수도 있다. 소파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깊은 잠에 빠졌다가도, 갑자기 미친 듯이 달리기도 하고 나무 꼭대기에 기어오르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할 높이까지 뛰어올랐다가 사뿐히 다시 내려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떻게 내려와야 할지 모르는 듯 당황해하기도 한다.
먹이 앞에서나 위협을 느낄 때는 발톱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다가도, 사람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병마개를 갖고 천진난만하게 놀기도 하며, 때로는 더없이 신중히 세수를 하기도 한다. 요컨대 고양이는 우리를 감동시키는 반면, 우리를 당황스럽게도 만든다. 허상의 먹이를 쫓기도 하고, 무슨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다른 일에 몰두하며, 개박하를 먹고 신비한 흥분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12-13면)
고양이는 인간의 보살핌을 받더라도 인간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완벽하게 길들이기가 불가능하고 다루기가 쉽지 않은 고양이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개는 애정 어린 토닥거림으로 만족하지만 고양이는 그것과 다른 쓰다듬기를 요구한다. 부드럽고 리듬이 있으며, 사랑이 듬뿍 담긴 이 쓰다듬기는 관능과 육감(肉感)을 자극하게 된다. 그러나 애교스러운 이 동물은 인간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도망갈 궁리만 한다. 따라서 인간은 항상 그들과 같이 있어 주어야 하고, 그들의 애착을 얻어야 하며, 그들의 행복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 이처럼 고양이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전히 길들일 수 없으며, 흔히 ‘음흉하다’고 이야기한다. (21-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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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강아지 쓰다듬기 정도라도 만족할 테니까,
오늘은 누가 나를 좀 돌봐줬으면 좋겠다.
피곤하고 울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