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나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까지의 친구들은 학교에서 늘 만나는 이들,

좋거나 싫거나 친구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와는 대체로 사이가 좋았지만, 누군가와는 언제나 불편했다.

불편했던 친구와는 간단히 친구가 아닌 사이가 된다. 어른이 되어 편리한 점이다.

물론 어려서 친구가 된 이들 중에는 지금껏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면서

깊은 우정을 주고받는 이도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그들과는 성장기를 함께 보냈다는 것, 서로의 됨됨이에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각별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갈등도 있(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이는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좀 다르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을 활짝 열고 그 사람을 받아들인다.


토요일엔 새로운 친구와 영화를 보고 맛있는 식사를 함께 했다.

만나러 가는 길에 나는 살짝 흥분이 되었고, 만나서는 그것을 감추느라 애썼지만

기분 좋게 실패했다.

돌아오는 길이 아쉬운, 좋은 만남이었다.


일요일엔 회사 동료에서 이제 친구가 된 이와 산행을 했다.

‘뭐 굳이 정상에 오를 것까지야’라고 처음부터 방만하게 생각했기에

마음 편히 중턱에서 쉬다가 돌아내려온 가벼운 산책이었지만

뒷풀이는 히말라야라도 다녀온 듯 거나했다. 우리는 ‘피자매’가 되었다.

 

나는 고양이답지 않게 사람을 쉽게 믿고 마음을 잘 준다.

손해를 볼 때가 많고 상처도 많이 받는 편이지만

그래서 사랑도 받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내가 행복한 건 상처보다 사랑이 더 커서가 아니다.

이렇게 마음을 여는 것이 나답기 때문이다.


나의 친구들 덕분에 행복했던 주말.



영화 <마이 베스트 프렌드> / 빠트리스 르꽁트 감독 / 대니 분, 다니엘 오떼유 출연

사정상 10일 안에 베스트 프렌드를 만들어 보여야 하는 외톨이(그 전엔 자기가 그런 줄 몰랐다) 아저씨의 고군분투 친구만들기 작전. 유쾌하고 감동적인 코미디였다. 영화 속에서 ‘베스트 프렌드’ 여부를 가리는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새벽 3시에 전화할 사람이 있어?”

나는 얼마든지 그 전화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고양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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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2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번호 내놓으세요. 제가 전화하겠습니다. 편안한 잠을 깨워드리겠습니다.
(니가 자고 있을거잖아. -_-a )

비로그인 2007-05-2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도 저한테는 새벽 2,3시에 전화거는 사람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차단'한 이후로는 편안해져서 좋습니다. 새벽은 잠을 자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도 하지 않고, 상대방도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주의라서.
그런데, 이번 제 생일 때는, 자정을 기해 아침까지 계속해서 왔던 축하 문자는 도저히
피할 수 없더군요, (웃음)
그나저나 이번 주 일요일 '와인 데이'에 네꼬님을 만날 것이 기대됩니다. ^^

향기로운 2007-05-2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전화할 수 있어요^^;; 네꼬님~~ 저는 고양이는 아니지만 친구는 될 수 있어요^^ 새벽 3시에 전화를 원하세요?????? ^^~~

Mephistopheles 2007-05-2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우주고양이는 사람을 쉽게 믿습니다..^^

무스탕 2007-05-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3시에 전화할 고양이 있어?”
나는 얼마든지 그 전화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

다락방 2007-05-2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얼마든지 그 전화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고양이다.

: )

아, 너무나 근사한 준비로군요. 멋져요. 그런 님께는 분명 멋진 친구들이 다가올거예요 :)

네꼬 2007-05-2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 어차피 님이 자느라 전화 못 하실 것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여요. 하하핫.

속삭님 / 저도 저의 정체성을 의심했는데, 이렇게 헷갈리는 대로 살려고 해요. 갠지 고양인지 양인지 손지 사잔지.. =_=

엘신님 / 와, 역시 인기쟁이구나. 그런 문자를 위해서라면 전 낮잠을 자두겠어요. 그리고 저도 기대되어요. : )

향기님 / 꼭 반드시 기필코 3시에 하셔야 하는 건 아녜요. 제겐 향기 좋은 친구가 생겼군요. : )

메피님 / 이분이분..... 우주를 넘 잘 아셔!

무스탕님 / 이렇게 따뜻한 댓글을. 사람과 고양이의 통화는 흥미진진하겠는데요!

다락님 / 멋진 친구들이 제게 다가올 것이다, 의 증거가 바로 님이지요. : )

비로그인 2007-05-2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해 버릴 거예욧! 새벽 3시 ㅋㅋ
끊거나 잠꼬대 하기만 해봐랏!

네꼬 2007-05-2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체셔교 교주님 / 때가 언제 올지 모르니 항상 깨어 있을......수는 없고, 언제 올지 모를 그 3시의 전화를 위해 2시 55분에 알람을 맞추겠어요. 왕왕!

비로그인 2007-05-2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핫. 전 낮잠을 자고 나면.... 멍~한 상태로 몇시간동안 깨어나지를 못하는 체질이라..
제가 만약 낮잠을 10분이라도 잔다면, 그건 잠이 아니라 '기절'입니다. (웃음)

네꼬 2007-05-2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핫핫, 그 이미지로 기절하신 모습을 잠시 상상. ^^

마늘빵 2007-05-2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냥이 기절한 모습을 잠시 상상. 大자로 뻗어서 입벌리고 자는 고양이 귀여운걸요. 왜 냥이 자는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을까. 개는 꽤 봤는데.

비로그인 2007-05-2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헐~ 네꼬님도 상상력을 즐기시나보군요. (웃음)

어랏, 아프님. 전 고양이가 大자로 뻗어 자는 모습의 사진을 여럿 보았었습니다만.^^

향기로운 2007-05-2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고양이가 왕왕!하고 울기도 하네요^^ 신기신기~

네꼬 2007-05-2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이건 어때요?



물론 저는 훨씬 험하게 잡니다;;;;;;;


네꼬 2007-05-2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大자로 뻗은 고양이는 너무 저와 똑같아서(!) 올리지 않기로 했어요. 부끄럽잖아요.

향기님 / 그게, 마음이 격한 상황에서는 그만 외국어가 나온다는....;;;;;

비로그인 2007-05-2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핫. '외국어'. 무슨 말인가 했더니.
과연 - 그렇군요. 고냥이에겐 강쥐 말이 외국어. (훗)

네꼬 2007-05-21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부끄러워요. =__=

비로그인 2007-05-2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 왕-

마늘빵 2007-05-2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 고냥이는 참 얌전하게 자는걸요.

도넛공주 2007-05-2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저 영화 꼭 보고싶네요. DVD로 나왔을까요?

이리스 2007-05-2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엇, 피자매애~~~ (부럽습니당)

네꼬 2007-05-2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왈왈왈!!

아프님 / 전 아니에요. ^^;;;

공주님 / 지금 씨네큐브에서 하고 있어요. 아주 즐거운 영화예요. 추천!

낡은구두님 / 멋지죠? 그녀의 표현이었어요. : )

로드무비 2007-05-2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한 영환데 이상하게 요즘(사실은 365일 계속) 궁둥이가 무거워서요.
페이퍼 참 좋습니다.^^

네꼬 2007-05-2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 아니 이런, 무비님, 반가운 데다 부끄럽기까지 하잖아요. 호홋. 광화문 가실 일 있으면 슬쩍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혼자 보아도 즐거울 영화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