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특히 우리 부서에는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전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에 쓴 것처럼 대놓고 ‘젊은 아가씨 말고’ 라고 단서를 붙이는 노골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단 최고 책임자 혹은 (최소한) 부서장과 통화하길 원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동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도의 나이 많은 남자 대학 교수’가 제일 위험하니 그 경우엔 무조건 전화 받는 사람 선에서 해결하고 끊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분들은 100%, (100%다) 전화를 거신 용건을 꺼내기 전에 우선 본인이 누구이며, 직함이 무엇이며, 업적(!)이 어떠하며, 얼마나 유명한지를 장황하게 늘어놓으신다. 그러므로 우리 회사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직급의 책임자와 통화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부서장에게 전화를 넘기면, 이분은 (역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신다. 난감한 일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이분들의 안건을 검토할 때 일이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명예, 그것도 누군가 인정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명예에 기대는 이들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한편 안쓰럽기도 한 아침.
나이와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오로지 ‘글로 승부하는’(요건 체셔님 표현) 멋진 알라디너들의 서재를 둘러보고 있노라니, 오늘 아침 통화 중에 “지금 네이버에 들어가서 아무개라고 이름을 쳐보세요. 보이시죠?”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던 모 대학 교수님이 떠오른다. 그 교수님께 알라딘을 권하고 싶다.
교수님, 긴장 좀 하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