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특히 우리 부서에는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전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에 쓴 것처럼 대놓고 ‘젊은 아가씨 말고’ 라고 단서를 붙이는 노골적인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단 최고 책임자 혹은 (최소한) 부서장과 통화하길 원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동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도의 나이 많은 남자 대학 교수’가 제일 위험하니 그 경우엔 무조건 전화 받는 사람 선에서 해결하고 끊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분들은 100%, (100%다) 전화를 거신 용건을 꺼내기 전에 우선 본인이 누구이며, 직함이 무엇이며, 업적(!)이 어떠하며, 얼마나 유명한지를 장황하게 늘어놓으신다. 그러므로 우리 회사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직급의 책임자와 통화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부서장에게 전화를 넘기면, 이분은 (역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신다. 난감한 일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이분들의 안건을 검토할 때 일이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거의!) 없다는 것이다.


명예, 그것도 누군가 인정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명예에 기대는 이들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한편 안쓰럽기도 한 아침.


나이와 성별, 직업과 상관없이 오로지 ‘글로 승부하는’(요건 체셔님 표현) 멋진 알라디너들의 서재를 둘러보고 있노라니, 오늘 아침 통화 중에 “지금 네이버에 들어가서 아무개라고 이름을 쳐보세요. 보이시죠?”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던 모 대학 교수님이 떠오른다. 그 교수님께 알라딘을 권하고 싶다.






교수님, 긴장 좀 하시라구요!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네꼬 2007-05-1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저도 써버리고 나니까 그래요. ^^

홍수맘 2007-05-1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마지막 사진 개와 고양이 맞죠? 어휴~. 왜 제 눈에 귀엽게만 보이죠?
그나저나 알라딘 서재질을 하면서 회사내 짜증을 풀어버렸으면 해요. 홧팅!!!

비로그인 2007-05-1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하핫. 사진 참 귀엽습니다.
명예라....스스로 만들려고 바둥바둥하는 것이 진정 명예인가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antitheme 2007-05-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예나 권위는 자신의 행위의 결과로 남들이 인정해 줄 때만 의미있는거겠죠?
저기 고양이가 설마 네꼬님은 아니시겠죠?

네꼬 2007-05-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 네, 개와 고양입니다. 긴장의 중요성을 표현한 작품으로 보입니다만. (^^)

엘신님 / 그러게요. 그래서 한편 안쓰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어요.

안티님 / 집착하는 순간 추해지는 게 바로 명예와 권위겠죠. 그리고 저, 저 고양이보단 털이 훨씬 밝아요. :)

향기로운 2007-05-1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양이보다 털이 훨씬 밝을 네꼬님 보고싶어요^^;;

비로그인 2007-05-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대학교수들 중에 정말 교수의 자질이 되는 사람은 몇 안된다고...
많이 들었습니다. 저야 잘 모르는 세계일이지만요.
그 교수님이 알라딘을 보고 자극을 받을 정도의 성품이라면 그래도 아직은
회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겠네요 ㅋㅋ

네꼬 2007-05-1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님 / 저는 퍼스나콘 상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저 아름다운 얼굴이 궁금한걸요. :)

체셔님 / '알라딘'을 아시기나 할지 그게 의문입니다요. -_-;;;

무스탕 2007-05-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던일이 각 분야의 사람들을 무지 많이 만나야만 하는 일인데...
자기를 먼저 내세우는 사람치고 남 챙겨줄줄 아는 이 별로 없더군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저렇게 행동하진 않을텐데요...

자~~ 잊지 마시고.. '제가 우리부서에 제일 연장자입니다!!' ^^*

네꼬 2007-05-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 님의 멋진 말을 들려주었더니, 혹시 그래도 저쪽에서 우기면 "제가 목소리가 어려서 그렇지 이래봬도 예순 살입니다." 라고 하라는 게 동료들 의견이었어요. ㅋㅋ

마늘빵 2007-05-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귀여운 걍쥐 녀석.
명예란 그렇죠, 지위가 만들어 내는게 아니라 타인의 인정에 의해 만들어지는거죠. 명예는 강요할 수 없습니다.

네꼬 2007-05-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 강아지의 초긴장 상태, 귀엽죠? (^^) 저는 멋진 글 쓰시는 아프님의 명예를 인정해요. :)

프레이야 2007-05-1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옆에 바짝 쫄아든 강아지 ㅎㅎㅎ
고양이(알라딘 대표 고양이 네꼬님과 체셔님!) 발톱 맛을 모르는 바보~~

네꼬 2007-05-1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 아이고, 대표 고양이는 체셔님 정도 되어야죠. (^^) 그러게, 발톱 맛 좀 보여줄까요? ㅋㅋ

마법천자문 2007-05-1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저런 경우에는 "네이버에서 김태촌을 쳐보세요" 라고 하세요. "김태촌은 왜?" 그러면 "제 큰아버지걸랑요." 이러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비로그인 2007-05-1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 난 왜 저런 사람(교수)들이 재밌지 ㅎㅎ 이를테면 최민수같은 유형의 사람들 너무 유쾌해요.

네꼬 2007-05-1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이렇게 불러도 돼요?) / 마침 저도 김씨예요. 하하하하핫!!!

테츠님 / 저도 "재미"로 생각하고 있어요. 코미디려니,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