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리디자인하라 - 변화의 시대에 직원의 만족도와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실전 전략
린다 그래튼 지음, 김희주 옮김 / 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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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조직이 존재하는 특성에 따라 구성원들의 생각이 천차만별이다. 성과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이라면 목표 달성을 위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적임자를 찾아 맡기게 된다. 반면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 또는 기관에서는 혁신의 필요성보다는 안정감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느끼는 바는 일에 관한 관점이 점점 본질과 관련성이 있나 없나에 따라 가치의 순위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소위 말해서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우선순위를 두기에 업무라고 이야기하는 각종 공문서와 일 추진에 대해 반감을 갖는다.

교사들을 움직여 학교의 비전을 달성해 나가야 하는 교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업무를 균형 있게 공정성을 가지고 분배하느냐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명분이 없는 일 추진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반감을 부추겨 다른 일조차도 추진하는 데 동력을 잃게 만든다. 매년 2월이면 새롭게 구성된 교직원들과 학년 배정뿐만 아니라 업무 분장에 대해 의논하면서 보이지 않은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일반 기업체에서 사례로 든 책인 『일을 리디자인하라』에서 도움을 얻고자 천천히 읽어 보았다. 어떤 조직이든 새로운 변화 속에서 기존의 전략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일을 새롭게 리디자인해야 할 필요성은 조직을 구성원들의 특성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연령대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기에 적합한 일들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래된 학설인 매슬로 Maslow의 욕구 단계설은 리더들이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다. 구성원이 살아온 배경과 경험이 욕구와 욕망에 커다랗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비춰보면 왜 리더가 소통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일을 리디자인하기 전에 직원들을 먼저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리더는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더 나아가 직원의 페르소나가 되어 욕망을 분석해 보라고 강조한다.

"만병통치약 같은 해결책이나 묘책, 그대로 모방하기만 하는 모범 사례는 없다" _101쪽

사무실이라는 공간은 서로 어울리며 일을 배워가는 장소다. 직원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현실에 공감할 수 있도록 연결된 공간이다. 제대로 공감하면 직원들의 참여도와 충성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업무를 분장하기 전에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먼저다.

오늘날 다양성과 포용성, 개방성과 공정성은 사회의 가장 큰 핵심 화두다. 업무 분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기보다 리디자인을 해야 할 이유다. 직원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능한 회의의 규모는 줄이라고 권고한다. 회의 인원은 6명 이하로 유지하라는 조언은 구성원들이 회의는 참석하지만 실질적으로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사회적 태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다.

"좋은 관리자는 사람과 일을 잇는 실이다" _272쪽

업무 흐름을 관리하고, 업무 장소와 일정을 검토하고,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관리자다. 공정성 문제를 결정하고 직원들을 존경과 품위로 대하는 사람이 관리자다. 업무 리디자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관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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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고 싶은 비밀 신나는 책읽기 5
황선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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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엌과 거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지만 예전에는 부엌은 별도로의 공간에 위치에 있었고 찬장이라는 수납장에 그릇과 식기류들을 정리해 놓았다. 우리네 어머님들은 찬장 속 밥공기 안에 동전들을 모아 놓곤 했다. 지금이야 동전의 값어치가 뚝 떨어져 거들떠보지 않지만 1980년대만 해도 동전 100원의 가치가 라면 1개, 고급 진 아이스크림 한 개 값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지금의 PC방이라고 할 수 있는 오락실에서 게임 한 판 하는데 10원이었다. 100원이면 무려 열 판을 할 수 있는 가치였으니 어린아이 눈에는 동전 100원이 어마어마한 유혹거리였다. 나 또한 어머니가 밥공기에 모아 놓은 동전을 몰래 슬쩍하는 일이 빈번했다. 용도는 뻔했다. 군것질, 오락실 게임 비용으로 찬장 안에 있는 동전들을 사용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도둑질도 담대해졌다. 결국 어머니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엄청 야단과 매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황선미 작가의 『들키고 싶은 비밀』에 등장하는 은결이도 그렇다.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고 모아 놓은 돈을 몰래 슬쩍한다. 도둑질도 계속하다 보면 간이 커진다. 적당히 조절이 안 된다. 결국 불안해지고 차라리 어머니에게 들키고 싶어 한다. 어머니가 도둑질하는 자신을 발견해 주었으면 한다. 비밀을 들키고 싶어 하다니. 순수한 어린아이라서 그런가 보다.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담임했다. 옆 반 아이들도 많이 만났다. 동료 선생님들의 고민 중에 하나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아이의 습관이다. 하나둘씩 가방을 뒤져 돈이 될 만한 것을 훔치는 아이의 행동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아이의 행동을 고쳐 줄 것인지 고민이라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흔히 도벽이라고 하는데 그런 아이들이 간혹 학교에서 보게 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들키고 싶지 않겠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밝혀 내야 하는 일이다. 『들키고 싶은 비밀』을 통해 나의 어렸을 적 나쁜 습관을 돌아본다. 지금은 웃어넘기지만 당시에는 무척 심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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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방 웅진책마을 101
황선미 지음, 안경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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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맘때면 새해 카드를 정성껏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전했던 기억이 난다. 도화지를 뜯어 반으로 접고 얇은 종이를 속지 삼아 알록달록 사인펜으로 그림도 그리고 새해 희망의 인사말도 적어서 우표를 붙여 보냈던 장면이 떠오른다.

새해가 되면 왠지 부푼 가슴을 안고 첫날을 맞이했던 것 같다. 새해 다짐도 적고 작심삼일에 머물 계획이지만 나름 다부지게 결심을 먹었었다. 이렇게 묵은 해를 뒤로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소년의 마음은 설레고 기대가 찼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오십 줄이 훌쩍 넘긴 2025년 새해는 어떨까?

지난 12월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충격 때문일까. 특히 며칠 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가슴 아픈 일들이 새해에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황선미 작가의 『마법에 걸린 방』에 등장하는 사랑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신체적 질병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 부모의 실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야 하는 아이들... 마법처럼 뭔가 기적이 일어나 실의와 상처에 노출된 아이들이 꿈과 희망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작가의 말처럼 씨앗은 작지만 어느 순간 커다란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다. 2025년 희망은 작게 보일지라도 분명히 잎을 맺고 나무로 자라 튼실한 열매를 맺으리라 확신한다.

마법보다 더 기적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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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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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도 더 된 오래된 책을 찾았다. 도서관 직원에게 부탁했다. 도서관 서고에서 찾아 주셨다.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오래된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인 것 같다. 오래되었다는 기준은 잘 모르겠다. 서고에 고이 잠들고 있는 책들 '서고 붙임 딱지'가 붙어 있다. 누가 봐도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명이 다하기 전에 읽고 싶었다. 폐기되는 절차를 밟기 전에.

최근에 우연찮게 황선미 작가의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를 만났다. 그 이후에 황선미 작가의 책들을 찾아내 읽고 있다. 이번에 어렵게 만난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도 어른이 읽는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참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내신 것 같다.

읽는 내내 나도 어릴 적 시절이 생각났다.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집에 살았었다. 연탄 한 장이 없어 차가운 겨울에 이불에 의지해서 지냈다. 찬 밥에 물을 말아 식사를 대신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배불리 먹이지 못한 어머니는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그때 그 시절을 상기하며 안타까워하신다. 그때 잘 못 먹여서 삐쩍 말랐다고 미안해하신다. 사실 그때 그 시절에는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살았다. 다만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우리 집은 더 가난했다.

바람이 지나갈 정도로 엉성하게 지은 집을 꺽다리 집이라고 부른 것 같다. 초가집이 강제로 철거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판자때기로 지은 꺽다리 집에서 육 남매를 키워야 했던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다시 생각해 보는 소설이다. 애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지만 소설을 읽으며 생생하게 장면 장면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소설의 힘이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메말랐던 감정이 촉촉해진다.

요즘 살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때 그 시절과 비교하면 참 부유하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소설이 말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꺽다리 집보다 백배 천배 좋은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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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그림자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2
황선미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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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근무했던 학교 근처에 보육원이 있었다. 학교 후문에서 제법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보육원은 길가에 인접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었다. 보육원 건물은 꽤 많았다. 몇 동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모두 안에 들어가서 밖에 안 나오는 건지 조용해 보였다.

6학년 담임을 맡았던 때에 우리 반 아이 중에 보육원에서 온 여자아이가 있었다. 보육원에 다닌다는 것은 담임인 나만 알고 있지 반 아이들은 모른다. 그 친구는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늘 조용하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마음이 열렸는지 자신의 삶의 스토리를 쭉 이야기해 주었다. 듣던 중에 약간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긴 했다. 과연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건지 바람을 이야기하는 건지.

그 친구는 그 해를 다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다. 아마도 입양을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황선미 작가의 『빛나는 그림자가』도 보육원에 있던 두 아이가 입양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들의 약한 점을 알고 있는 그림자가 발목을 붙잡는 순간이 다가온다. 사랑에 목마르고 정에 약한 이들은 친구들과 관계에 있어서도 쉽게 이별을 하지 못한다. 고집을 부리는 이유도 자신의 그림자를 밟히지 않기 위함일 수 있다.

작가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그림자를 빛나는 그림자로 해석한다. 지금 당장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상처와 아픔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지만 이 또한 살이 되고 피가 되어 빛이 나는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림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빛나는 그림자가 될 수 있음을 위로와 격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보육원에 다니는 친구를 담임했을 때 조금 더 친구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내가 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생활할까? 이제 30대 중반의 성인이 되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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