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없다 - 제1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이릉 지음 / 광화문글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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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을 읽었다. 예리한 심사위원들의 칼날을 피하고 꼼꼼한 기준에 합격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단 한 편의 작품인 『쇼는 없다』를 조심스럽게 펼쳐 읽어 보았다. 무슨 이야기일지 맥락과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과거에 한창 이름을 떨친 프로레슬러가 등장하고 현실처럼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상의 세계가 마치 현실의 세계로 둔갑하여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희한한 느낌을 경험하며 스토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전체의 큰 소재는 프로레슬링이긴 하지만 핼러윈 데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시 생각조차 꺼내가 부담스러운 사건을 시간적 배경으로 가지고 온다.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김남일에게도 일어나지 말아야 일이 학창 시절에 있었다.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도 없었던 그때 그 시절 아픔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꿈에서조차도 시도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짜인 각본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쇼는 없다. 쇼처럼 거짓으로 꾸며낼 수 없다. 솔직하게 맞닥뜨려야 하는 사건의 연속이다. 두려움의 대상도 실제 존재하는 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이다.

 

깊은 상처와 아픔의 사건을 재치 있게 전환하여 읽는 내내 언젠가는 다시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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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렁이 기차 쑥쑥문고 26
권정생 지음, 유승하 그림 / 우리교육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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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는 것보다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던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집이다. 버려지고 숨겨진 목숨을 찾아 그것들을 이야기로 썼다. 세간의 관심사가 아니라 자연의 것들을 노래하고자 무던히 애썼던 사람이 권정생 선생님이셨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인 '강아지 똥'도 지금이야 유명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지만 생각해 보시라. 이야기의 소재를 '똥'으로 잡는다는 것이 과연 쉬웠을까?

구렁이, 산토끼, 소나무, 오소리, 왜가리, 물총새와 같은 작은 동식물들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했다. 그들의 입을 통해 권정생 선생님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했던 것 같다.

길거리에서 동냥을 받는 아이들, 부모를 잃고 서커스 광대로 일하는 아이, 지금은 볼 수 없는 쓰레기를 줍는 넝마주이 아저씨와 같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이 오히려 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었음을 넌지시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요사이 기온이 뚝 떨어져 강원도 산간 지역은 영하 20도 기본이다. 낮 기온도 영하 10도다. 자동차 안에 둔 물티슈가 꽝꽝 얼 정도다. 추운 날씨에 온기조차 없이 지내는 많은 이웃들을 돌아보게 된다. 화려한 세상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권정생 동화집은 바로 이런 분들을 떠오르게 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서로들 자신의 의견이 더 옳다 쌈박질을 할 게 아니라 정직한 마음으로 이웃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한다. 동화의 이야기가 어른을 부끄럽게 한다. 조금이나마 어린아이의 마음을 닮아간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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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기 권정생 동화집 1
권정생 지음, 이기영 엮음, 신현아 그림 / 단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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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권정생 동화집에 푹 빠졌다. 권정생의 상상의 세계에 감탄하고 있다. 몸이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했던 그는 책을 읽으며 상상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구상했다. 평생 결핵을 달고 살았지만 반대로 그의 생각과 마음은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종횡무진했다.

안동 조탑리 자그마한 교회 문간방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욕심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의 동화집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모두 그러했다. 사람으로 둔갑한 늑대로 그러했고 감나무에서 떨어진 벌레 먹은 잎, 밀집 잠자리도 그랬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살았다. 권정생의 삶도 그러했다.

삶이 글이 되었고 글이 삶이 되었기에 그의 동화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라 진실이 되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는다. 권정생의 동화가 어린아이만의 동화가 아니라 어른이 읽어야 하는 동화의 이유이기도 하다.

세간의 온통 이야기가 권력을 서로 쥐겠다며 이전투구를 하는 모습이다. 힘을 더 쥐겠다는 쪽과 힘을 빼앗겠다는 쪽의 겨루기가 양보 없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욕심이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권정생의 동화집을 권하고 싶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때가 되면 다시 자연 속으로 돌아가야 하는 인간의 본래 모습을 권정생의 동화집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욕심은 죄를 낳는다. 죄의 말로는 사망이다. 동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동화를 읽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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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 버스
남은영 지음, 정주희 그림 / 아롬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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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곳에 한 어르신이 계신데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폐지를 모으고 계셨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종이 박스를 가지런히 정리를 하셨다. 자세히 보면 어르신 눈이 불편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으신데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계신다. 더 놀라운 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을 위해 동네 가게에서 종이 박스를 어르신 마당에 갖다주시는 것이다. 일기가 좋지 않은 날만 제외하면 늘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열심히 손을 움직이시는 어르신께서 어느 순간 보이지 않으신다.

이처럼 우리는 주위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자주 만난다. 안내견에 의지해서 큰길을 건너시는 분도 계시고 까만색 안경을 쓰시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목적지를 향해 가시는 분도 계신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졌을 수도 있고 자라면서 시력을 잃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불편함 속에서도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보라보라 버스』에 나오는 세인이라는 어린아이는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어린 나이에 점점 시력을 잃어간다. 본인도 불편하겠지만 부모님 마음은 어떠하실까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휴대폰 문자도 최대한 크게 설정해야 되고 잃어가는 시력에 대비하여 점자를 익혀야 하며 보조 도구를 활용하여 걷는 연습도 해야 한다. 가장 큰 소망이 있다면 '보라보라' 버스를 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을 훤히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보라보라' 버스 말이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무장애 시설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하나를 기획하고 설계하더라도 꼼꼼한 점검 절차가 필요할 듯싶다. 학교만 하더라도 그렇다.

『보라보라 버스』를 통해 어린 친구들이 나와 다른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좀 더 배려하는 생각을 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나와 다른 모습을 지닌 친구이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불편한 것뿐이지 다른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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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밭 달님 창비아동문고 5
권정생 지음, 정승희 그림 / 창비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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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다.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와 같은 것이다. 오염된 감정을 정화시켜 준다. 차가워진 사람 관계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동화는 다시 동심의 세계로 어른들을 안내해 주는 초대장이다.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라면 꼭 찾아서 읽자. 유명한 분들의 강의보다 훨씬 낫다.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만큼 깊고 넓다. 아이들의 마음이 어른들보다 넓다. 나이가 어렸지 사실 모든 게 낫다. 아이처럼 되기 위해 우리는 동화를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 동화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에 입문하게 되었다. 숱하게 많이 들었던 이름인데도 동화라는 이유만으로 가까이하지 못했다. 왠지 수준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의 교만이었다. 웬만한 베스트셀러 저리 가라다. 시중에 잘나가는 책만큼 권정생 동화는 값어치가 크다.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여유가 된다면 직접 구매해서 읽자. 자녀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

『사과나무 밭 달님』은 권정생 동화를 모아 놓은 모음집이다. 여러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 감동 없이는 넘어갈 수 없는 내용이다. 1978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로 거듭해서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훌륭한 동화책이라는 사실을.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를 읽다 보면 어쩜 이렇게 문장을 어렵지 않으면서도 맛깔나게 표현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잊힌 고향의 계절을 어떻게 잘 묘사해 내는지 반복해서 읽게 된다. 적어 두고 인용하고 싶을 정도다. 이참에 도서관에 있는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몽땅 다 읽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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