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져 부러, 세발자전거! 낮은산 작은숲 13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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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달리니까 빠르게 달릴 때 못 본 것들이 보였다" _56쪽

 

세상에 1등도 꼴등도 없는 자전거 대회가 있다니. 시합하면 죄다 생각하는 것이 1등 상금이 얼마고 상품이 뭔지 욕심을 품는데 지리산 산자락에 있는 읍내 자전거 대회는 등수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니 맥이 빠지는 대회가 아닐까 싶은데 천만의 말씀. 그 어떤 대회보다도 읍내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참가하는 대회니 대회의 열기만큼은 전국 대회 빰 친다. 선거로 밥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읍내 사람들이 모두 참석하는 대회이니만큼 무대 위에 올라가 일장 연설을 하고 자신의 의 얼굴을 내미는 것쯤은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순서라고 치더라도 격려사니 축사니 하는 순서들이 너무 많으면 득 보다 실이 많은 법. 자전거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은 다른 데 있는 데 말이다. 

 

자전거의 매력은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것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잠깐 타 본 경험으로는 주변의 경치를 살피며 바람도 쐬면서 쉬엄쉬엄 가는 것이 자전거 타는 목적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물론 자전거 마니아분들은 다른 목적이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길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태주 시인도 한창 직장을 다닐 때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자전거 예찬론자 중에 하나다. 골목골목 숨겨진 마을의 민낯뿐만 아니라 사람들 한 명 한 명 자세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심금을 울리는 시를 뽑아냈으니 말이다. 

 

시간에 메어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자동차를 이용해 고속도로로 출퇴근을 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멋져 부러, 세발자전거'처럼 두 바퀴만 잘 굴러가는 묵혀 두었던 자전거를 꺼내 먼지를 털고 바람을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쉬엄쉬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제는 빠른 것보다 느린 것이 더 당기는 나이다. 무릎 관절도 예전만 하지 못하니 당연히 속력을 내는 도구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일터이다.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나도 한 번 자전거로 전국 일주에 도전해 볼까나 싶다. 상상만으로도 삶의 새로운 의욕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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