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바이러스 도시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9
최양선 지음, 정지혜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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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혜안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19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올 스톱되는 팬데믹 현상을 몸소 겪은 바가 있다. 작가는 7년 전 바이러스를 소재로 작품을 구성했다. 물론 책에서 말하는 '난쟁이 몬스터 바이러스'의 실체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성격은 다르지만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사람들이 일상의 삶에 위협을 느끼며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높이 살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몬스터 바이러스는 유독 어린아이들에게만 전염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유해성 바이러스의 침입으로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그런 바이러스가 아니라 성장을 멈추게 하는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바로 '난쟁이 몬스터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건설한다는 점이 어른들의 유일한 대처 방식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바이러스의 실체는 따로 있었다는 점에서 지혜롭다고 자칭 말하는 어른들의 대응 방향은 엉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는 어른들의 바람은 늘 변함이 없다. 문제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관점에 있다. 진정한 성장은 '성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출세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 '성장'이라고 외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삶에서 '성공'이라는 말은 아름답게만 볼 수 있을까?

성장의 이면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지금 누려야 하는 아이들의 자유와 행복을 잠시 멈추게 하고 더 나은 미래가 약속되어 있으며 훗날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지금의 고통은 인내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연 진실되고 검증 가능한 논리일까 생각해 본다. 물론 자유분방한 삶은 옳지 않다. 절제와 인내는 참 소중한 가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어른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대입하는 것은 큰 무리가 있다고 본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성공'이라는 신화가 아니라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마음껏 누릴 자유가 필요하다.

몬스터 바이러스의 실체는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헛된 꿈과 야망에 의해 자유를 누릴 수 없는 아이들의 숨 막힌 현실을 말한다. 아이들이 자라지 않는 것은 바이러스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의 자녀를 향한 대리만족에 기인한 욕심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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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2
김진희 지음, 손지희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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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아카시아 향이 가득한 동네 자그마한 공원을 걸으며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책을 배경 삼아 사진 한 컷을 남긴다. 책이 배경이 된 것인지 아카시아꽃이 배경이 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찬란한 자연이 뿜어낸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책 한 권 손에 쥐고 산책을 다녀왔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다. 초등학교 책에도 비슷한 주제의 글이 실린 적이 있어 아무래도 전체 글의 맥락은 모두 아실 거라 짐작이 된다. 평소에 선한 일을 행한 사람은 죽어서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골자로 쓰인 주제다. 아무래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남에게 해악을 끼치지 말고 바르게 살아라는 교훈이 담긴 주제다. 다만 10년 전과 10년이 지난 후 과연 이 글의 주제가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충격이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 본다.

적어도 양심이 살아 있는 시대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성찰하고 잘잘못을 인정하며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최소한의 도덕이 작동하던 때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범죄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정당화하고 변명을 넘어 당연시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유명한 사회 유력인들도 말과 행동을 달리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일삼으며 거꾸로 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충고하지 않고 그것에 편승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든다.

도덕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최첨단 시대에 말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할 줄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최소한의 윤리가 어렸을 때부터 가치관으로 깊게 뿌리 뻗어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살아남고 자신의 잘못을 수긍하고 사과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이 다가온다면 과연 누가 선한 삶을 살려고 할까.

어른들이 본을 보여도 시원치 않은데 우리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하고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려고도 하니 가슴이 답답해 온다. 착한 삶, 선한 영향력, 내재된 양심 어린 행동, 겉과 속이 일치된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어른이 필요한 시기다. 노잣돈이라도 갚는 심정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지금의 삶이 빌려 쓰고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최소한 원금이라도 갚는 마음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작게나마 덕을 베풀 수 있는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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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거리 수사대 1 : 한양풍문기의 진실 사계절 아동문고 110
고재현 지음, 인디고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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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말보다 강하다" _130쪽

 

조선 후기에 소설 빌려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가게가 있었다. 바로 세책점이다. 『책방거리 수사대』에는 세책점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책 '장화홍련전'에 쓰인 '한양풍문기'의 글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의문의 죽음을 밝혀 내고자 책에 메모가 되어 있는 글들을 추적하여 결국 범인의 자백을 받아낸다. 만약 단서가 되는 글이 없었다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지 못했을 것이다. 글은 그 어떤 말보다도 확실한 증거가 된다. 말보다 글이 더 신뢰가 가는 이유는 글은 진실을 전제로 한다. 거짓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서였다. 말은 소문으로 확장되면 진실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종이에 쓴 글은 시간이 지나도 고스란히 남게 된다. 말보다 글을 더 신뢰하는 이유다.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이 한 때 각광을 받았다. 소설을 실감 나게 읽어주는 재주는 특별한 능력이었다. 전기수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유튜버일 것이다. 사람들을 구름 떼처럼 모이게 하고 몰입하게 하는 전기수는 당시 아이들이 가장 되고 싶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무엇보다 소설을 대여해 주는 도서 대여점인 '세책점'이 여러 군데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당시 문화를 주도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세책점을 이용하는 대상은 누구였을까? 아마 양반들은 과거 시험이나 유교에 기반으로 한 전통 학문서를 읽느라 소설 따위는 거들 떠 보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소설과 같은 책들을 읽어낸 사람들은 여인들이었지 않나 싶다. 『책방거리 수사대』 두 주인공도 여자다. 소설을 하챦게 여기는 기득권층은 민심을 잘 읽어내지 못했다. 반면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서민들은 당시 사회의 부조리 현상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다. 소설의 힘이 크다. 글의 힘이다

 

글이 진실성이 위협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챗GPT는 웹 자료를 모두 찾아내 나름 사실이라는 답을 척척 내놓는다. 심지어 창작의 영역에 포함되어 있는 작문도 그럴싸하게 지어 낸다. 이제는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의 진실성 여부를 판별하는 일이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글은 진실되어야 한다. 지어내고 멋지게 포장된 글에는 생명력을 느낄 수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글은 잘 쓴 글이 아니라 진솔함이 묻어 있는 글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글의 진실성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찾아낸 글보다 서툴지만 사람이 직접 쓴 글이 희소가치를 발휘할 날이 올 것이다. 생각의 고뇌가 담긴 글이 힘을 드러날 때가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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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을 시켰을 뿐인데 지구가 뜨거워졌다고? - 지구의 내일이 궁금한 어린이를 위한 생생한 환경 교육 동화
홍세영 지음, 편히 그림 / 데이스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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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온도가 1도 높아지는 것이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놀라운 사실은 지난 140년 간 지구의 온도가 1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고 앞으로 1도가 더 높아질 경우 생태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우리 몸을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거다. 정상 체온에서 약 1도가 높아지면 고열과 함께 우리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고작 1도 높아진 것인데도 말이다. 지구의 온도 1도와 우리 몸의 체온 1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저자는 몸소 학교 현장에서 환경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현직 교사다. 말로만 환경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과 교육 활동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실천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이론과 실제는 차이가 크다. 어른들이 환경을 보호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실제 실천적인 활동으로 습관이 내재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화이긴 하지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제 지침서라고도 볼 수 있다. 수업 시간에 과연 해수면이 온도가 높아지면 지구촌에 있는 섬나라가 왜 위태로운 지를 교실 속에서 실제 구현해 내며 함께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를 활용하는 간단한 방법이지만 활동을 몸으로 해 본 아이들은 환경의 필요성에 대해 실제로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가정에서 배달로 시켜 먹는 음식들을 자세히 돌이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작은 습관 하나가 지구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실천만이 남아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와 우리 가족들의 생활과 관련된 일이다. 어린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환경 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도 강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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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 부러, 세발자전거! 낮은산 작은숲 13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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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달리니까 빠르게 달릴 때 못 본 것들이 보였다" _56쪽

 

세상에 1등도 꼴등도 없는 자전거 대회가 있다니. 시합하면 죄다 생각하는 것이 1등 상금이 얼마고 상품이 뭔지 욕심을 품는데 지리산 산자락에 있는 읍내 자전거 대회는 등수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니 맥이 빠지는 대회가 아닐까 싶은데 천만의 말씀. 그 어떤 대회보다도 읍내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참가하는 대회니 대회의 열기만큼은 전국 대회 빰 친다. 선거로 밥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읍내 사람들이 모두 참석하는 대회이니만큼 무대 위에 올라가 일장 연설을 하고 자신의 의 얼굴을 내미는 것쯤은 당연히 예정되어 있는 순서라고 치더라도 격려사니 축사니 하는 순서들이 너무 많으면 득 보다 실이 많은 법. 자전거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은 다른 데 있는 데 말이다. 

 

자전거의 매력은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것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잠깐 타 본 경험으로는 주변의 경치를 살피며 바람도 쐬면서 쉬엄쉬엄 가는 것이 자전거 타는 목적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물론 자전거 마니아분들은 다른 목적이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면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길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태주 시인도 한창 직장을 다닐 때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자전거 예찬론자 중에 하나다. 골목골목 숨겨진 마을의 민낯뿐만 아니라 사람들 한 명 한 명 자세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심금을 울리는 시를 뽑아냈으니 말이다. 

 

시간에 메어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자동차를 이용해 고속도로로 출퇴근을 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멋져 부러, 세발자전거'처럼 두 바퀴만 잘 굴러가는 묵혀 두었던 자전거를 꺼내 먼지를 털고 바람을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쉬엄쉬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제는 빠른 것보다 느린 것이 더 당기는 나이다. 무릎 관절도 예전만 하지 못하니 당연히 속력을 내는 도구들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일터이다.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나도 한 번 자전거로 전국 일주에 도전해 볼까나 싶다. 상상만으로도 삶의 새로운 의욕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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