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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반짝 -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64
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은 연약한 것들이다." _194쪽
작가는 약한 것의 강한 힘을 아는 사람이다. 작가는 세상의 작고 연약한 것들을 발굴하여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이다. 작가는 소박하지만 감동의 울림이 큰 작은 이야기들을 소멸하지 않도록 힘을 불어넣는 사람이다. 작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솔직 담백한 언어로 풀어내 읽는 이로 하여금 용기와 소망을 품게 하는 사람이다.
삶을 살아오면서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것들은 어찌 보면 커다랗고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 저 멀리 귀퉁이에서 잊힐만한 아주 작은 덩어리의 기억들이다. 짝사랑의 기억도 그렇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장면이 어느 날 문득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삶을 구성해 온 것들은 강하고 강렬한 사건이 아니라 약하고 연약한 것임을 증명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슴 아파하며 오랜 세월 보내온 사람들은 그 사람이 남긴 작은 손수건 하나조차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아주 커다란 선물보다 작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이 오랫동안 버리지 않고 간직하게 만든다. 기억의 덩어리는 이렇게 아주 작게 파편들이 모여 커다란 의미를 구성하는 것 같다.
동화는 아이들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들이다. 책 속 너머 어른이 된 독자들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는 책이기도 하다. 까마득하게 잊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끄집어 내게 만드는 책이다. 동화를 통해 동심을 다시 찾게 되고 약한 것들과 연약한 모습들을 그리워하게 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더 큰 힘을 갖고 있지만 행복의 크기가 점점 반비례하는 이유는 연약한 지금의 모습을 무언가로 포장하고 감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우리 모두 약해질 때다. 연약함을 인정할 때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음을 인정할 때다. '여름이 반짝' 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니 겸손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