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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전, 허생전, 예덕 선생전 - 양반 세상을 뒤집어 놓은 해학과 풍자 ㅣ 너른 생각 우리 고전
강민경 지음, 홍선주 그림, 박지원 원작 / 파란자전거 / 2022년 4월
평점 :

남다른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촌철살인을 통해 냉철한 비판의식을 담아낸 박지원의 소설 읽기가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정형화되고 있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함이다. 특히 권력 지향적이고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을 통원하고 권모술수로 살아가기 쉬운 장년층들에게 가슴 뜨끔하게 하는 비수와도 같은 글들이 박지원의 소설에 담겨 있다. 지금 내가 틈틈이 박지원을 가까이하는 이유는 위험한 나이대를 살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 곁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실패하지 않는 노년의 살 것을 스스로 다짐해 본다.
연암 박지원의 원작은 한문으로 쓰여 있기에 일반 독자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원작을 읽기 쉽게 번역해 놓은 책들을 통해 박지원이 쓴 소설들을 자주 접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책 『양반 세상을 뒤집어 놓은 해학과 풍자』는 박지원의 3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양반전, 허생전, 예덕 선생 전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허울뿐인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신 해학과 풍자라는 문학적 기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점이 박지원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직접적인 충고보다 우회적인 조언이 돌아오게 될 후폭풍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은 늘 귀가 닫혀 있다. 듣기 좋은 말만 듣는다.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오랫동안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거짓과 위선을 한 번에 도려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박지원은 소설의 힘을 알고 있었다. 소설은 발 없는 말이다. 이야기의 전파력은 천리마보다도 빠르다. 사회를 뒤흔드는 것은 나비의 날갯짓에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나.
박지원의 소설 읽기를 추천한다. 소위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시는 분들은 마음이 부대끼겠지만 꼭 한 번 읽어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