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늬, 히말라야를 넘다
우봉규 지음, 남성훈 그림 / 아롬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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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쳐 힘들때면 그림책을 펼쳐보자. 그림책은 삶에 지친 우리의 마음에 위로와 위안을 건네줄 것이다"

김준호 교사의 그림책 예찬론이다. 그림책은 모두의 책이다. 어린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그림책을 보며 삶을 성찰할 수 있고 그림책을 사유하며 앞으로 삶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어느날 펼친 그림책 한 장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평소에는 지나친 그림인데 삶에 지쳐 힘들 때 눈에 들어온 그림책 한 장이 위로를 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가 바로 교사인 나에게 그런 책이다. 삶에 소중한 자국을 남길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림책을 매개로 전국 각지에서 모이기도 한다. 그림책이 가진 위력이다. 상처가 되었던 옛 기억을 소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픔과 기쁨의 순간을 다시 기억으로 불러와 회복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림책 한 장의 위력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이 동물이 됐든 식물이 됐든 그 주인공이 곧 내 자신이 된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의 주인공 '히말라야 기러기' 하늬의 아빠가 곧 내 모습이다. 4형제를 키우기 위한 아빠의 눈물어린 정성이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기러기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은 독수리, 여우, 살쾡이, 까마귀다. 새끼를 사냥해 가는 이 녀석들은 빈틈이 보이면 언제든지 무섭게 달려든다.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꾀를 내기도 하고, 창공을 날아오르게 하기 위해 비행 연습도 시킨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버젓한 사회 구성원으로 설 때까지 노심초사 마음 졸이며 생각한 바대로 자라지 못할테면 함께 가슴 아파하는 아빠의 모습이 곧 히말라야 기러기 아빠의 모습이다. 

 

아빠의 목소리는 늘 변함없다. 

 

" 날지 못하는 새는 새가 아니다"

" 우리는 이동하지 않으면 죽는다"

" 항상 이동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추운 산 에베레스트를 넘어야 따뜻한 목초지가 나오고, 맑은 계곡물을 얻을 수 있기에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목숨을 건 비행을 해야 한다. 날지 못하면 살쾡이에게, 여우에게 꼼짝 없이 잡혀 먹힌다. 비행 곡선에 따라 때로는 낮게 날아야 한다. 거침없이 높게 날다보면 독수리에게 표적이 된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선두에 서서 칼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히말라야 기러기 가족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우리의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위험한 줄 알지만, 걸어가야 할 곳이 있다. 분명히 추워 얼어 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디 높은 벽을 넘어야 따뜻한 봄을 만낏할 수 있음을 안다. 매일 매일 우리의 삶이 <히말라야>를 넘는 삶이다. 가족을 이끄는 아빠가 바로 우리다. 고단하지만 오늘도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간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내어놓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산증인인 이회영 6형제가 없었다면 일제강점시 시기 독립군을 양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식을 향해 온 정성을 기울이는 이 땅의 부모들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름없이 빛없이 작은 교실 안에서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무명의 교사들이 없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 그림책은 안일하게 살아온 우리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순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에 굴복하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알량한 자존심을 위해 주어진 권위를 권위주의적으로 남용하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하늬, 히말라야를 넘다>는 불편한 진실을 별 두려움 없이 만나게 해 주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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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토크 - 내 안의 차별의식을 들여다보는 17가지 질문
이제오마 울루오 지음, 노지양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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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종이란 말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확고하고 강력하게 정의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저자(이제오마)는 자신이 속한 미국 사회에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일상적으로 겪는 공포에 대해 에세이 및 평론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낱낱히 실상을 밝혀내고 있다. 미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백인들은 인종차별은 사실이 아니라고, 무자비한 폭력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저자(흑인)를 포함한 유색인종들은 미국이라는 곳이 다양한 인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근 언론에서도 공개되었던 바와 같이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무차별한 총격 사건, 거리를 걸어다니는 아시아계 노인을 향한 폭행 사건을 보건대 미국 안에서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은 만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다. 인종주의의 논점을 흐리게 하기 위해 백인들은 인종이 아닌 계급이라는 관점으로 주장을 몰아간다. 흑인들이 가난한 이유, 유색인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인종이 아닌 계급의 문제라고 한다. 인종의 문제는 경제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백인 엘리트들의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주의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인종은 경제적 착취의 명분으로 이용된다. 유색인들을 경제구조의 밑바닥에 가두어버리기위해 사용된다. 유색인종들을 기회와 발전에서 제외하기 위해 활용한다. 결국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유색인종들은 아랫자리에서 더 적게 대우 받으며 살고 있다.

 

오늘날 대두되고 있는 계급 문제, 젠더 문제도 결국 인종 문제로 귀결된다. 인종 문제는 다양한 문제들이 함께 결부되어 있는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인종에 따라 운명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종적 차별은 매번 감정적 고통을 가하는 일상의 습격이다. 하루하루가 상처가 되고 새로운 방식으로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는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학대자가 단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회 구조가 유색인종들을 차별하고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경제저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인종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일상적인 인종주의 해악으로 마이크로어그레션이 있다. 미묘하고 작은 규모의 차별과 공격을 일컫는다. 인종주의란 인종을 기반으로 누군가에게 갖는 편견이며 편견은 곧 지배체제에 의해 강화된다. 혐오와 적의는 권력 구조와 지배 체제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종주의에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체제이다. 우리는 이것을 가리켜 '구조적 인종주의' 라고 말한다. 이 사회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구조를 받쳐주기 위해 인종주의가 만들어진 셈이다. 백인들의 이득과 안정, 부유한 백인 남성들의 이득을 위해서.

 

미국은 아직도 피부색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여기는 사회를 지니고 있다. 특히, 특권의식은 서열을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인식하지 못한다. 특권이란 무엇일까? 특권이란, 다른 사람은 갖지 못한 하나 이상의 이점을 말한다. 이 세상에 100퍼센트 자신의 노력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특권 뒤에는 동전의 뒷면과도 같은 불리함이 늘 존재한다. 100퍼센트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한다면 정직하지 못한 말이다.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특권(평판)을 자신있게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의 특권은 자신의 힘으로만 얻어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권층은 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공정한 경쟁일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특권 유지에 일조해 왔을 수도 있다. 특권의 개념은 이 세상을 덜 안전하게 한다. "당신의 특권을 돌아보라" 이 말의 뜻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을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자신의 언행이 고통에 기여했었을 수도 있기에 그런 점을 인식하라는 말이다. 이익이란 누군가의 불이익에서 온다. 자신에게는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모든 이점을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인종주의를 다룰 때 '교차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교차성은 곧 모든 정체성, 특권, 차별이 교차하는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종이라는 정체성이 위계와 특권, 차별을 생산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권이 없는 이들을 배제한다는 교차성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교차성은 최소한의 사람들만 배제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선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악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교차성은 특권을 배제한다.

 

미국은 구조적 인종주의와 여성 혐오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소수집단우대정책을 도구로 활용하거나 모범 소수민족 신화를 만들어 퍼뜨린다. 특히 모범 소수민족 신화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덮는 예쁜 담요가 되어가고 있고, 동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을 해치는 매우 적극적인 인종차별로 악용되고 있다. 일명 일본계 미국인의 높은 학력, 정치적 온건함, 근면 성실함 등을 내세워 고정관념화 시켜 다른 나머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그 틀에 가둘려고 하는 또 하나의 차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언급한 '톤 폴리싱'이라는 용어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톤 폴리싱은 차별받는 사람의 상황보다는 특권층의 마음의 안정만을 우선시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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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배쌤의 수학역할극 - 내 아이가 주인공!
이영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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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는 수학은 수로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라 수 없이도 생각으로 충분히 세상의 문제들을 파헤칠 수 있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문제에서 정답부터 찾기보다 '먼저 좋은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라고 말한다. <똘배쌤의 수학역할극>의 저자 이영배 교사도 수학을 답을 찾는 교과가 아닌 실생활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교과로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친숙한 학습 방법인 '역할극'을 도구로 학생을 직접 참여시키는 학생 중심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똘배쌤의 수학역할극>에서는 2학년에서 6학년까지 영역별로 실제 수학역할극 대본을 제시하고 있다. 수학역할극 수업의 근간은 하브루타 방법이다. 하브루타는 친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같이 공부하는 토론 짝, 공부 짝을 말한다. 이영배 교사는 수학역할극 대본을 친구들끼리 직접 작성하게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직접 대본을 짜보게 한다. 짜여진 대본대로 짧게는 5분내로 실연한다. 몸으로 직접 표현하게 하고, 그 속에서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결국 궁금증이 문제해결로 연결된다. 유대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둘씩 짝을 지어 공부하는 것처럼 수학역할극은 혼자서 문제를 푸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 질문을 하고 듣고 그 내용 중에서 또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브루타의 어원이 '친구'라는 점은 깊게 생각해야 할 점이다. 경쟁이 아니라 '함께' 공부해야 한다. 짝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의 대상이 되어 생각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하고, 학교에서는 옆에 있는 동료가 나의 토론 친구가 되어야 한다. 공교육의 수업도 많이 바뀌었다. 지식 전달 중심의 수업에서 질문을 던지고 함께 토론하는 수업으로 바뀌었다. '하브루타'라고 불리는 교육법은 질문과 대답이라는 상호 작용 속에서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데 중점을 둔다. 이제 함께 읽는 공독(共讀)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스라엘의 공부법 '하브루타'가 공독(共讀)의 유형이다. 공독이 무엇인가? 혼자 읽고 마는 개인독서가 아니라 함께 읽고 각자 생각을 나누는 토론식 독서법을 말한다. 공부도 함께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역할극을 활용한 수학 공부법은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할극으로 수학을 도입하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도구도 될 수 있겠다.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힐링의 도구도 될 수 있다. 역할극을 직접 몸으로 표현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마음을 눈에 보이도록 해 주는 안경이 될 수 있겠다.  표현 활동 없이 바로 수학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수학과 관련된 표현 활동을 하고 나서 수학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수학역할극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수학적 사고를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수학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를 미래의 자동차인 자율주행 자동차에 빗대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프로그램은 위험한 상황에서 컴퓨터가 자동으로 판단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데이터를 사람이 기계에 주입을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내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은 사람들의 수학적 사고에 달려 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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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 하늘·땅·자연·몸에 관한 2천 년의 합리적 지혜
신동원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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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과학문명사란 무엇을 말하는걸까?

 

 

한국과학문명사는 하늘의 과학(천문학), 땅의 과학(지리학), 자연에 관한 과학(동물학, 식물학, 농학 등), 몸에 관한 과학(의학), 근현대 과학사까지 총망라한 포괄적인 영역을 다룬 학문을 과학문명사라고 일컫는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연구 책임자로 있는 신동원 한국과학문명학소장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독자들이 보기에도 900쪽에 가까운 분량의 책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막상 책장 한 장 한 장을 펼쳐보다보면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이면서 학창시절을 거쳐 사회인으로 생활해 오면서 역사와 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이라면 익숙하게 들었을 내용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과학문명사 입장에서 전문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책의 구성은 총 6부로 되어 있으며, 1부는 천문학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천문에 관한 다양한 유물 유적을 다루고 있다. 단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첨성대 처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유물 유적에 대한 기본 상식을 깨는 주장들을 만나게 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라 관련 문헌과 여러 추정들을 신빙성 있는 자료들로 보완하고 있어 귀가 쏠깃해 질 것이다.

 

 

특히, 조선 시대에 중국의 수학을 뛰어넘은 세계적인 수학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바로 조선 수학의 신, 홍정하. 그는 대대로 중인의 혈통을 이어온 가문에서 자라났으며 친가 외가 모두 산학(수학) 직업을 가진 가족력으로 일치감치 수학자로 대성할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었다. 중국의 대수학자 하국주와 수학 문제를 겨뤄 이견 낸 장본인이 바로 홍정하였다. 조선 수학의 자존심, 홍정하는 후손들에게 전할 산학 입문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조선의 실정에 맞게 문제를 바꾸고 풀이 과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씌었다. 홍정하는 산학 실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산학을 가르치는 일에도 탁월한 학자였다.

 

 

2부에서는 우리의 땅에 대해 다루고 있다.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는 일반 백성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분철식으로 되어 있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지역이 있다면 그 지역이 나온 부분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제작했다. 백성의 눈높이에서 만든 지도다. 산의 높고 낮음 뿐만 아니라 거리도 10리 단위로 점을 찍어 나타냈다. 지도를 사용하는 백성들의 생활이 편리해 질 수밖에 없었다.대동여지도는 백성들에게 저울과 같았다.

 

 

3부에서는 우리의 자연에서 농사를 짓고 다양한 동식물을 연구한 기록들을 담아냈다. 그 중에서 <자산어보>를 통해 바다의 생물을 분류한 정약전의 기록은 유배 가운데 연구한 것이라 의미 심장하다. 정약전은 정약용과 함께 사학에 물들었던 무리로 취급되어 겨우 목숨을 건지고 유배형을 받는다.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약전은 흑산을 자산으로 부르기를 좋아했다. 玆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는 뜻이며 黑은 너무 캄캄하다는 뜻이다. 흑산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치지만 자산은 희미하지만 빛을 느끼게 해 준다. 흑산의 물고기는 모두 자산의 물고기였다.

 

 

4부는 유서 깊은 우리의 법의학과 한의학을 다루고 있다. 조선시대 법학의학서인 <신주무원록>에는 목을 매서 자살한 것과 타인에 의해서 목이 졸려서 죽은 시신의 증상에 대해서 상세하게 나와 있다. 다산 정약용이 형조참의로 있던 어느날, 임금이 총애하는 규장각의 검서관들은 밤낮으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어느 순간부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실학자인 정약용에게는 명탐정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곡산 부사 시절에는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관련자들을 심문해서 범인을 찾아냈고, 형조참의로 임명된 이후에는 관련 문서를 통해서 진실을 밝혀낸 것이다. 동의보감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임진왜란 중에 선조 임금의 명령으로 허준이 오랫동안 집필한 책이다. 허준은 인간의 몸을 우주로 보았다. 백성들이 스스로 질병을 다스릴 수 있게 처방전을 써 놓았다. 사상의 근간은 사주팔자, 명리학과 같이 사람의 모든 문제는 자신 안에 있다고 한다.

 

 

5부는 창의성의 결정체인 기술과 발명을 다룬다. 성덕대왕 신종, 석불사(석굴암), 고려청자, 금속활자, 한지, 화약과 화포, 거북선, 수원 화성, 석빙고, 온돌, 훈민정음 등 세계과학문명사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과학문명의 결정체를 상세히 조사해 놓고 있다. 6부는 근현대 과학사를 다룬다.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개항기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때에도 과학기술을 향한 발전은 멈추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2천 년 한국과학문명사를 한 권에 망라한 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를 역사에 입문할 기초서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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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소녀의 아주 특별한 세계 견문록 : 여성 인물 호기심 소녀
박현숙 지음, 김병하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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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별은 왜 생겨났을까?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성 정체성을 정형화시킨 결과가 아닐까 싶다. 남자와 여자의 생리적 차이를 열등한 시각으로 보아왔던 시기는 의학이 아직 발달하기 전의 시대다. 지금은 양성평등의 시대로 집안일도 육아도 여성 혼자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사회 문화 곳곳에서 우월한 남성 의식이 공격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여성에 비해 크다고 한다.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이유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한 방법일게다. 욕구가 자연적 현상이라고 눈 감아 버릴 일이 아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도 분명 옳지 않다. <호기심 소녀의 아주 특별한 세계 견문록>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금기시 되어 왔던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냄으로써 성차별에 소리없이 저항했던 인물들이다. 

 

편견에 맞서 자신의 길을 찾은 여성들로 엘리자베스 블랙웰(미국 최초의 여성 의사), 에드모니아 루이스(차별을 딛고 최고의 예술품을 남긴 조각가), 넬리 블라이(탐사 보도를 개척한 저널리스트), 마리 퀴리(방사성 원소를 처음으로 발견한 과학자), 가브리엘 샤넬(20세기 패션을 선도한 패션 디자이너), 에텔 레진스키(뉴욕 국립 여성 교향악단을 창단한 지휘자), 아멜리아 에어하트(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비행사), 이태영(여성 인권을 위해 싸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헤디 라마(현대 문명을 바꾼 발명가이자 배우), 황혜성(궁중 음식을 대중에게 알린 대가), 박병선(직지를 세계에 알린 역사학자),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1980년 아이슬란드에서 민주 선거로 당선된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 투 유유(개똥쑥 추출물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인류를 구한 중국 과학자), 말랄라 유사프자이(교육권을 위해 투쟁한 인권 운동가)를 소개하고 있다. 

 

남성 중심의 역사 기술로 사실 여자들의 이야기는 많이 숨겨져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만 하더라도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로 그림에 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19세 최고의 여성 실업가 헤티 그린은 동시대를 살았던 '강철왕'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천재적인 금융업자' J.P. 모건 등 오늘날까지 희대의 거부로 이름을 남기고 있는 남자들처럼 세계적인 갑부였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지금보다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히 훨씬 심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자손 실비아는 1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공립도서관과 하버드, 에일 등의 대학들과 병원 등 여기저기에 기부했다. '노블리스-오블리제'를 실천한 모습이다. 

 

위 책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남녀 간에 차별이 심했던 조선 중기 조선이 낳은 최고의 여류 천재 화가 사임당은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여성들은 비록 사대부 집안 사람이라 해도 호를 갖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신사임당은 자기 자신의 뜻을 세우고 그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자신을 바로 세워주는 인생의 이름을 짓고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다고 한다.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불의 여신 정이'에는 조선 선조 임금 때 여자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인 사기장(자기를 빚어내는 직업)의 일을 해 낸 여인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 '정이'는 흙의 본질을 마음에 담아 고스란히 손끝으로 표현해해는 사기장으로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픈 여성이 있다. 역사 앞에 책임을 다한 사람으로 백사 이항복의 자손으로 조선 최고의 명문가 후예이자 8만 석을 거두는 대부호였던 이회영의 6형제를 들 수 있다. 나라가 망하자 재산을 정리하여 중국으로 망명했고 해방된 조국에 살아 돌아온 것은 막내 이시영뿐이었다. 이회영은 일본 경찰에 붙잡혀 고문당해 죽었고, 형제들 중 가장 많은 돈을 내놓은 이석영은 굶어 죽었다. 8만 석이라면 삼성, 현대 같은 재벌은 아닐지라도 '황제 노역'했다는 토호보다는 훨씬 큰 재산이었다. 그 재산을 바쳐 이회영 형제가 한 일이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것이다. 독립군 양성 기관에 들어간 청년 중 상당수는 집에서 부리던 종이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대갓집 마나님으로 불리던 여자들이다. 그들은 새벽 같이 일어나 만주 칼바람을 맞으며 집에서 부리던 종들을 위해 밥하고 빨래하고 버선을 기웠다. 이분들의 수고와 헌신을 잊으면 안 된다. 

 

초대 기독교 공동체는 계급, 인종, 성을 차별하는 철저한 위계 사회였던 로마 제국 안에서, 남녀가 함께 교회 생활을 하고 노예들까지 '형제'라고 불리우면서 로마 당국의 눈에 매우 무질서한 집단으로 비춰졌다. <호기심 소녀의 아주 특별한 세계 견문록> '여성인물편'을 통해 가부장 중심의 문화적 전통과 남녀의 문화적 차이가 제도적으로 차별로 고착된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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