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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강화 섬의 소년들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30
이정호 지음 / 다른 / 2021년 2월
평점 :
강화도에서 일어난 병인양요(1866년)를 다뤘다. 강화도로 인질로 잡혀온 조바우, 강화도에서 태어나 자란 강득이. 두 소년은 기구한 운명으로 병인양요로 불리우는 전쟁 한 복판에 미끼가 되어 버린다. 천주교 박해가 한창일 때 여전히 조선은 쇄국정책을 통해 문닥속을 강화했고, 유교의 근간을 흔든다는 이유로 천주교 신자들을 색출하여 참형으로 다스렸다. 조선으로 잠입한 프랑스 선교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국의 선교사들의 죽음을 알게 된 프랑스는 위협적으로 강화도를 점령해 왔고 조선은 양헌수 장군을 위시로 한 특별부대를 급조하여 대응을 했다.
임금이 아닌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어 임금이 지낼 궁궐을 지어 왕권을 강화하려는 나라에서 백성들에게 작은 등불이 된 것이 있으니 바로 '서학' 즉 천주교 신앙이었다. 타고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고, 인간 대접 받지 못하는 자신들에게 천주교의 교리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가르쳤으며 지금의 고난도 천주께서 아시고 견뎌낼 힘을 주실 것이며 그 무엇보다도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전파했기에 그야말로 붙잡아야 할 새 희망이 되었다. 등장인물인 열두살 소년 조바우의 부모님은 모두 천주교 신자였고 순교를 당했다. 고문을 당하고 참혹하게 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본 조바우는 부모님이 물려준 신앙대로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손에 쥐고 전쟁터 한 복판에서 강득이를 대신하여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경복궁 재건 공사에 투입되어 온 몸이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를 대신하여 동생을 키우지만 그 동생(강명이)마저 선교사에게 끌려가고(?) 동생을 되찾아오기 위한 무모한 행동으로 결국 병인양요의 한 복판에 서게 된다.
<그해, 강화 섬의 소년들>은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병인박해로 빌미를 제공한 조선의 당시 쇄국정책과 실정을 읽어낼 수 있다. 충남 당진과 예산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간 천주교 신자들의 삶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두 소년의 목숨을 나눈 우정을 통해 열두 살 조바우가 지닌 '신앙'의 힘을 보게 된다. 두 소년을 미끼로 출세하고 싶어하는 장나졸이라는 어른의 부끄러운 민낯도 여과없이 볼 수 있다. 욕망은 생명을 경시하고 오직 자기 자신만 보게 만든다.
"우리를 흉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소년 '조바우'가 프랑스와 조선 군이 쏜 총알을 맞으면서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말이다. 부모가 서학쟁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두 살 소년 '조바우'도 감옥에 갇히고, 산 채로 생매장을 당해야 했으며 천주교 신자를 잡아내기 위한 미끼로 끌려다녀야 했다. 그 와중에 부모가 늘 눈을 감고 외우던 기도문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기도문이 되어버렸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이 있다. 김정숙 장편동화 <정애와 금옥이>는 강화도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동화이지만 강화도에서 일어난 피비린내 나는 사건인 '병인양요'도 다루고 있다. 이경수의 <숙종, 강화를 품다>를 통해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진지를 구축한 강화도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김영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천주교 박해의 과정을 차근차근 읽어낼 수 있는 동화다.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은 워낙 유명해서 모두 잘 앍겠지만 책방에서 심부름 꾼으로 지내는 '장이'라는 아이의 눈으로 정조 시대 이후 서학(천주교)이 급속도록 사람들 사이에 퍼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책 속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도 서학을 필사하면서 새로운 학문에 눈을 뜨게 되었고 결국 박해를 받게 된다.
19세기는 조선에게 있어서 암흑과도 같았던 시대였다. 여러 중심적인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천주교 박해'였으며 그 배경이 되었던 곳이 강화도였다. 정치적으로는 정약용 형제들이 죽거나 유배를 당해야했고 외교적으로는 강화도에서 일본에게 굴욕적인 조약에 서명을 당해야했다. 강화도에 갈 기회가 있다면 켜켜히 쌓인 역사의 흔적들을 살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