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황병주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원도 삼척, 한국전쟁 당시 38도선 이남에 있었지만 북한의 원산, 함흥처럼 일제강점기 시절 산업 시설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곳이라 노동자 파업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적 운동이 다른 지역보다도 많이 일어났던 곳이다. 한국 전쟁 발발 시에는 인민군 점령하여 인민위원회를 설치할 만큼 북한이 오랫동안 점령했던 곳이기도 하다. 인구로 따져도 강릉 다음으로 삼척이 많을 정도였다고 한다. 인구 10만이 훌쩍 넘을 만큼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찾아온 곳이 삼척이었다.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은 1960년~1970년 삼척에 살다가 월북한 남파공작원 2명이 남쪽으로 왔다가 북한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삼척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그들을 돌봐주었던 이유만으로 간첩단으로 몰려 심한 고문과 폭행, 그 휴유증으로 자살과 사회적 낙인 속에 살아가야했던 피해 사실을 밝혀낸 책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1979년 6월 14일 강원도 삼척군 원덕면 갈남리에 살고 있는 진항식 씨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고한리에 살고 있는 김상회 씨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수사와 고문을 받게 된다. 남파공작원 진현식의 동생이 진항식 씨이고, 북한으로 복귀하던 중 부상당한 진현식을 도와준 이가 김상회 씨다. 간첩 사건 중에는 실체가 분명한 것도 있지만 거의 조작에 가까운 사건도 많았다. 간첩사건은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정치적 반대파를 제압하고 대중을 위협하는 대표적 수단이었다. 1979년 같은 해 일어났던 남민전 사건은 관련자들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인지도가 높았던 반면에 삼척 사건은 강원도 시골의 평범한 주민들의 사건이었다. 공안당국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전체를 이데올로기적 치안의 시각으로 전면 제구성해 간첩사건으로 만들어냈다. 

 

남파공작원이었던 진현식과 그 가족 및 친인척들은 진현식을 숨겨주고 도와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죽은 줄 알았던 피붙이가 살아 돌아왔는데 나 몰라라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경찰은 진현식과 그 가족 및 친인척을 묶어 간첩단을 만든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폭력이었다. 생산적이면서 순종적인 국민을 만들어내려는 리바이어던의 폭력이었던 것이다. 남민전과 삼척 사건은 간첩의 정치학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삼척 사건은 지배권력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사건이다. 정치적 고비마다 맞춤형 공안사건들이 자주 일어났던 것을 반추해 보면 삼척 사건은 1979년 당시 YH노조 신민당사 점거 농성과 부마항쟁과 기묘한 함수 관계를 가진다.

 

남파공작원의 장기 은신으로 두 가족들 모두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과 갈등의 삶을 살았다. 피붙이를 단지 숨겨둔 게 죄라면 죄였던 것이다. 2016년 37년 만에 전원 무죄 판결이 났지만 그동안 입었던 피해는 돈으로도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굵직한 조작 사건들에 가려 잊혀졌던 일반 주민들의 피해 사례가 담긴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 문학의 즐거움 62
제성은 지음, 이승연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던 시절이 생각났다.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의 주인공 이루나처럼. 방문을 닫고 좀 처럼 거실로 나오지 않았다. 더운 여름 날 방문이라도 열어 놓고 지내면 좋을 법 한데 어찌나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지. 밥 차려 놓고 밥 먹으라고 몇 번 씩 불러도 나오지 않다가 기껏 나와서 하는 소리가 왜 국이 다 식었냐면 반찬 투정 밥 투정만 늘어놓기가 일상이었다. 그러다가도 친구한테 전화가 오면 뭐가 재밌는지 까르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방 안에서 새어 나온다. 친구들도 어느 순간 바뀐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 그룹이 어느 날 보면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분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2병을 지나 이제 고딩이 될려고 하니 조금 나아졌다. 제법 말도 재잘재잘 늘어 놓는다. 이제 딸이 아빠를 챙기는 수준이다. 잔소리도 작열한다. 칭얼칭얼 어린 애 같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나기 시작한다. 나중에 아빠를 챙기는 사람은 딸 밖에 없을 것 같다. 두 아들은 나이 차가 나서 그런지 정반대다. 고딩 아들은 사춘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통 말이 없다. 초딩 아들은 사춘기 입문 전이라서 그런지 재잘재잘 집 안 분위기를 들썩거리게 한다. 자녀를 키우는 집안에서는 모두가 겪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춘기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춘기에 접한 초등학교 여학생 친구들을 학교에서 자주 보았다. 담임 선생님들이 무척 힘들어하신다. 특히 남자 담임 선생님께서 사춘기에 돌입한 여자 친구들을 어찌 할 수가 없어 쩔쩔매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남자 얘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해결점을 금방 찾을 수 있다. 반면 여자 친구들과의 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정도로 아주 미묘하다.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 이루나네 학급처럼 말이다. 루나, 지희, 지수. 세 명의 여자 친구들이 삼각관계를 이루며 펼치는 학교 생활이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렇게 씩씩해 보이던 루나가 질투의 화신이 될 줄이야 누가 알겠는가. 지희의 변심은 또 어떻구. 전학 온 지수의 숨겨진 개인사는 완전 반전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 친구들과의 관계가 금방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근데 대부분 쉽게 오해가 풀리지 않아 끝까지 가능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어른이 되어가는 준비 중이라는 신호로 사춘기를 겪는다지만 어른들에게 나타나는 갱년기는 무슨 신호일까? 이루나네 아빠는 실직, 친구의 임종 등으로 급격하게 생활의 패턴이 바뀌면서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보인다거나 아랫배가 유달히 불쑥 튀어나온다거나 자녀의 문제에 유달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면 남자분들 중에서 갱년기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아빠의 갱년기 VS 자녀의 사춘기, 진검승부다!

 

<사춘기 대 아빠의 갱년기>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약방의 감초처럼 독자들의 배꼽을 잡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름하여 아재개그다. 루나네 아빠가 던지는 아재개그 수준은 '아재' 가 된 나는 정말 책을 손에 놓는 순간까지 언제 또 나올까 궁금해하며 읽었던 부분이다. 물론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루나에게는 왕짜증나는 아재개그였지만. 갱년기 아빠가 던지는 아재개그, 기대해도 좋다!

 

약간 맛보기로 보여드린다면.. 이렇다.(21쪽)

 

베를린 가서 음식 먹으면 안 되는 이유?

 

정답: 베를린. 왜? '독'일 수도.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장에 연연하지 않기 -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성공시키는 법
캐시 헬러 지음, 박성웅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직장에 연연하지 않기란 무엇일까? 

 

직장을 관두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직장을 취미삼아 건성건성 다니라는 얘기도 더더욱 아니다. 저자는 팟캐스트 운영자이자 컨설턴트다. 아무런 의미 없이, 할 수 없이 직장을 기계처럼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자신 안에 있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잠재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유명인들도 게스트로 초대하여 유명이 되기 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다. 그들의 하나같이 공통점은 자신 안에 있는 <본질적인 자아>를 찾았다는 점이다.  본질적인 자아가 가리키는 대로 아무런 미련 없이 몸과 마음을 가두었던 직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자신이 도전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패하더라도 모험하며 도전했다는 점이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가 과연 올까? 

 

완벽하게 준비되었을 때를 기다리다가는 평생 생각만 하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시도해 보라고 권한다. 생각을 가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다. 괜한 욕심 부리지 말라고 이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직장 동료들도 만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데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들을 수 있다. 현재의 안정적인 일을 관두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현재 뚜렷히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과연 먹고 살아갈 수 있을까 두려워진다. 그러다보면 생각은 닫히고, 직장에 연연하며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과정을 저자는 이렇게 비유한다.

 

눈보라가 치는 길에서 그냥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라고. 머릿 속으로 생각만 하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모습이 딱 이런 모습이라고. 

 

사람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라고 한다. 완벽주의는 파괴적이고 중독적인 믿음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죽을 때까지 준비만 하다가 살 것인가? 자신이 즐거워 하는 일을 찾아 사는 인생은 참 행복한 삶이다. 직장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억지로 하는 일보다 신나서, 즐거워서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고, 건강한 삶이 아닐까.

 

나는 학교에서 교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직업이든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는 설레임과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두려움과 호기심, 긴장감이 따라온다. 신규 교감 생활도 그렇다. 아직 1년이 안 되었으니 하루 하루가 새롭다. 그런데 이런 진취적이고 신선한 감을 매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글쎄다. 교사 생활 20년을 뒤돌아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새로 만나는 아이들과의 만남, 학부모의 만남 때문에 설레였던 적이 있었고 새로운 교직원들을 만나는 것도 기대가 되었던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가졌던 생각과 마음가짐이 사라지고 그저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교감 생활도 그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직장에 연연하지 않기= 교감에 연연하지 않기, 즉 일을 좋아해야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 교감 일이 되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가슴 뛰는 일이어야 한다. 당연히 개인적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나는 아내와 정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누군가가 부탁을 할 때 거절하지 않는다. 실력면으로 보았을 때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나에게까지 연락이 왔고, 나에게 부탁까지 했으니 기회라고 생각하고 거절하지 않고 수락을 한다. 지난 6월, 춘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연구학교 공개특강 때문에 나를 강사로 요청했다. 교육과정 연구학교라서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를 해야 되는데 괜찮냐고 물어왔다. 몇 몇 강사들에게 요청했는데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까지 순서가 온 거다. 그 학교 교직원만 대상으로 강의 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전역에 공개 신청을 받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고 하니 왠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주저할 수 밖에 없겠다 싶었다.

 

어떻게 할까 약간의 망설임이 머릿속에 있었지만 주저하지 않고 괜찮다고,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담당자는 정말 괜찮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전화를 끊고 두려움과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어쪄랴. 이미 강의 한다고 말했으니. 그러고 나서 짬짬히 강의 파일을 만들고 마음을 다스리며 준비해갔다. 역시나 그 학교에서 발송한 공문이 강원도 전체 기관에 뿌려졌다. 이창수 교감이 교육과정에 대해 강의를 하니 신청하라고.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한다고. 헉. 주사위는 던져졌다. 강의는 무사히 잘 마쳤다. 나는 이런 식이다. 내가 유명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군가 부탁할 때 기꺼이 도전하고 본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데까지 준비하면 된다. 강의 평가야 어떻든 말든. 이런 도전을 2019년부터 해 왔다. 2019년 처음 강의하던 날 손발과 심장 모두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같은 내용을 여러 군데에서 하고 나니 정말 내가 전문가가된 듯한 착각이 들었고, 더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 강의 듣는 사람보다 강의 하는 사람이 더 많이 성장한다고 하지 않나. 그게 바로 나다. 물론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 강의하는 날까지의 떨리는 마음, 오만가지 드는 생각 때문에 정신건강에는 그리 좋지 않지만 강의를 마치고 끝나고 내려올 때에는 성취감이 그동안의 피곤함을 싹 사라지게 한다. 그 맛때문에 도전하는 것 같다. 올 여름 8월 5일 저녁에는 JDM 예수가족 수양회 직장트랙 중 한 꼭지를 맡아 온라인 강의를 한다. 제목 자체도 부담스럽다. <나를 따르라, 직장 제자도>. 과연 당당하게 이렇게 산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 될까 싶다. 본부 간사님으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을 때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한 달 내내 부담감이 떠나지 않고 있지만, 이것 또한 즐기리라는 심정으로 강의록을 만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교감 생활, 공문에 따라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낼 수도 있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사안들이 생기면 교감은 바빠진다. 학부모, 학생, 교직원 사안 한 건 한 건이 단시간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미묘한 사슬들 하나 하나를 풀다보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상처도 받고 힘도 소진한다. 그러면서 점점 위축된 생활, 현실에 안주하려는 삶, 마냥 쉬고 싶은 생각과 좀 더 편안한 곳을 찾기 위한 마음이 은근슬쩍 자리잡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교감 역할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가 너무 아깝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나의 성향은 역시,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다. 책 읽는 일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 것도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시대에 뒤떨어지고, 내 고집대로 살 것 같아서다.

 

좋아서 하는 일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현재에 연연해 하지 말아야겠다. 주어진 건강 안에서 도전하고, 감사하자. 맡겨진 역할 안에서 즐겁게 일을 받아들이자.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며. 이게 바로 가슴 뛰게 하는 삶이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를 생각한다 -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임명묵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홍택의 저서 <90년생이 온다>가 2020년 서점가를 강타한 적이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팬데믹 시대에 90년생들은 유감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사회의 주류로 인정받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다. 아마도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님께서도 제1장 90년대생은 누구인가에서 이야기했듯이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며 비대면 상황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들을 어떤 세대들보다도 빠르게 창의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기에 팬데믹 시대에 최적화된 세대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90년생 저자가 90년대생이 누구인지를 서술한 부분은 어른의 시각에서 90년대생이 누구인지를 밝힌 책보다 상당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90년생 저자가 솔직하게 풀어낸 90년생의 특징은 이렇다. 

 

"90년대생이 결혼, 특히 출산을 기피하게 된 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시간과 힘을 너무 많이 쏟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심리적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81쪽)

 

이전 세대가 중요하게 붙잡고 있었던 가치 중의 하나가 '가족'과의 유대감이었다. 가족 안에서 상처도 받지만 위로를 얻기에 가족은 불변의 진리였다. 하지만 90년대생들은 좀 더 다른 시각으로 가족을 바라본다. 가족을 이룰 때 수반되는 제약과 부담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돈의 문제를 떠나 가족 안에서 시간과 힘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비혼, 비출산 경향도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국가에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하여 육아수당, 아동수당을 파격적으로 도입한 것도 실제로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금자리 마련을 비롯한 결혼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90년대생이 느끼는 필요에는 십분 충족되지 않는 모양새다. 저자가 90년생의 시각으로 분석한 '심리적 문제'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묘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K방역에 대해서도 저자는 90년생의 시각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내가 K방역을 둘러싼 논란에서 이해할 수 없던 것은, 비자유의적, 대로는 반자유주의적인 수단을 통해 얻은 성취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성취라고 이야기하는 해석들과 자화자찬이었다." (115쪽)

 

국가주의, 민족주의 사고 방식이 짙은 이전세대는 국가가 제시하는 방역수칙에 대해 자유를 손해보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제일순위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90년생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가 정보를 수집하는 부분을 폭력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K방역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위대함을 알릴 만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민족주의와 다문화에 대한 관점도 독특한 면이 있다. 민족주의가 우세했던 이전세대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일에 국가가 나서기 보다 먼저 이웃들이 돌보고 주변에서 관심을 먼저 가졌다. 서구 사회에서 시작하여 한국을 강타한 포퓰리즘으로 이제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일은 국가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이지 개개인이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치매 노인을 케어하는 일도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할일이며 무상복지, 무상교복, 무상급식 등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국가의식과 민족의식이 약화된 현상으로 분석한다. 90년생이 바라보는 난민 현상을 보더라도 뚜렷한 차이점이 보인다. 노동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들과 갑자기 표류되어 제주도로 들어온 이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을 위해 일하러 온 이주민들은 최소한 선별 과정을 거친 이들이고 반면 표류되어 난민 신청을 한 이주민들은 그런 과정이 없기에 분명하게 구분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명 조국 사태로 촉발된 능력주의에 대한 관점도 90년생은 지금의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단지 일회적인 점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것도 능력주의였고 학부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으로 갈망하는 사회적 지위 상승의 수단으로 교육이 일정 부분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한다고 이야기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평등, 행복과 관련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추상적인 용어가 과연 대한민국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90년생인 저자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물론 교육 정책은 어떻게 보완되든 구설수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최상이 정책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늘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 공부는 문해력이 전부다 - 내 아이를 바꾸는 문해력 완성 3단계 프로젝트
김기용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해력은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한다. 초등학생인데 문해력이 필요할까? 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아마 문해력을 성인이 되어서야 갖출 수 있는 능력으로 보는 측면에서는 시기 상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반대로 초등학교 공부를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거나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기초라고 생각해서 문해력을 하나의 기술로 보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문해력은 꼭 나이가 많다고 해서 갖출 수 있는 능력도 아니고 자격증 시험 보듯 어떤 시험을 통과해야 얻을 수 있는 능력도 아니다. 문해력은 독해력을 넘어 고차원적인 고등사고능력이다. 입으로 글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넘어 어휘의 뜻과 문장의 의미, 숨어 있는 내용들을 파악하여 자신의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복합적인 능력이 곧 문해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단시간 안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습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하는 시기별로 그 시기에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놓치게 될 경우 결손된 부분이 누적이 될 것이고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데 힘들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꼭 습득해야 하는 문해력을 3단계로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안내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초등학생 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단계일수록 조력자가 필요하다. 친구일수가 있고 자녀를 든든히 격려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겠다. 자녀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가 조력자가 된다면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그 역할을 감당한다. 다만, 다인수 학급에서는 교사의 손길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체계적인 공부 습관은 학교 보다는 가정에서 부모의 지원으로 자리잡는게 우선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러지 못한 환경이라면 학교에서 공부 습관을 도와 줄 수 있는 다양한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으니 그 방법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당장 평가에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데에 연연해 하기보다 좋은 공부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초등 공부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공부에 자신감을 얻는 이들의 특징을 보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다는 점이 확연히 그렇지 않은 이들과 차이점이 나는 부분이다. 긴 문장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의 특징은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독서는 문해력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그림책, 동화, 수필, 소설 등 자신이 읽어낼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히 읽어내는 습관을 가진다면 독서를 통해 자신이 모르는 어휘도 부지불식간에 확장할 수 있을 것이며 비유적 표현과 더불어 저자가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도 파악하여 자신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독서는 초등공부를 결정하는 문해력을 기르는데 최고의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학습 조력은 문제집을 풀거나 학원으로 자녀들을 내두를 것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실천이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자녀와 독서를 함께? 독서는 환경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대한 스마트폰과 거리두기를 하고 부모부터 책과 가까이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들도 책 읽으라는 부모의 간곡한 부탁을 잔소리로 듣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 자녀와 독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저자가 책에서 구체적으로 제안한 부분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실제적으로 독서 교육을 몸소 실천해 온 교사다. 책에서 보니 가정에서도 아빠로써 자녀와 함께 독서를 교육을 넘어 취미 활동으로 하고 있는 듯 하다. 현장 교사가 말해주는 초등공부의 진짜 핵심이 문해력에 있고, 문해력 습득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고 강조하고 있으니 의심하지 마시고 일단 실천해 보시라. 자녀에게만 시키지 말고 부모부터^^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