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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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즐겨쓰는 언어만 보더라도 그 사람의 존재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언어는 글로도 표현되지만 글보다는 말이 더 대중적이다. 말은 입만 열만 나올 수 있기에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는 언어적 도구이다. 반면 글은 말을 문자로 전환해야 하는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기에 조금 주저하게 된다. 말은 녹음 기능이 있는 도구를 사용해서 오랫동안 보관하거나 재생할 수 있지만 쉽게 잊을 수 있다. 반면 글은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자료화가 되기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오랫동안 신문에 말과 관련하여 800자 이내의 독자들이 가장 가독성이 높다는 글자 수의 범안에서 정선된 글을 실어왔다. 그 중에서 발췌된 글들을 모은 책이 <말끝이 당신이다>라는 책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말끝이 당신이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되었다. 말끝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 친밀도를 알 수 있다고 하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아주 친한 관계일 경우에는 말끝이 짧다. 장황하게 길게 쓰거나 격식을 갖추어 끝내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 어떤 분들은 부모님께 아주 짧게 말한다. 누가 들으면 반말인 듯 한 느낌이 들지만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분 나쁘다거나 당황스러울 경우에는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를 엿들으면 말끝이 아주 짧다는 것이 느껴진다. 세상에 부모-자녀 관계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도 자녀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서로 간의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딸보다는 아들들이 더 그런 것 같다. 직장 안에서도 말끝만 봐도 서로 간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파악이 된다. 물론 공적인 시간 안에서는 상호 간 존중하는 말을 쓰지만 사적인 시간 대에 서로 오고가는 대화 또는 문자 메세지 내용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말끝이 부드럽게 다가가기도 하지만 화살이 되어 상대방에게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위력을 앞세운 막말은 부지불식 간에 서열을 드러낸다. 말끝이 권력이 되는 셈이다. 대중 매체의 발달로 말끝이 정확하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말을 축약해서 쓰기에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축약 된 말도 시간이 흐르면 대중적인 말이 되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끝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 

 

이렇게 말은 탈도 생기게 하지만 말을 통해 연대하고 화합하게 하기도 한다. 특히 정치적 권력을 지닌 지도자의 말은 해석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말에 실리는 무게가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는 말하는 법도 학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어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 같다.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글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한글이 디지털 시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한국 학생이 상당히 뒤쳐진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웹 상에서 긴 장문의 글을 읽지 않거나 읽더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라고 한다. 디지털 문해력이 바닥을 친다고 하니 세종대왕님께서 들으면 크게 노할 일이다. 내 손안에 쏙 들어오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긴 장문의 글을 읽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있다. 대부분 사진과 영상, 제목 글씨만 본다. 

 

이제 손쉽게 모르는 어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가끔 어휘들을 검색해보고 사용해 보는 습관을 가져봄으로써 자신이 사용하는 말끝을 좀 더 유창하게, 시의적절하게 갈고 닦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끝이 당신이다>의 저자 김진해님은 800자 내외의 글을 다듬기 위해 마치 글감옥 갇혀 일주일 동안 살아간다고 한다. 저자의 정제된 글들을 책을 통해 만나보시라.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떤 어휘들을 사용했는지도 유심히 관찰하며 읽어보시면 뼈가 되고 살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창수의 독서 향기> https://www.youtube.com/watch?v=MlxeVb-MYtk&t=44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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