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을 막아라! 시간 여행 -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 이 달의 어린이 책(2021년 2월) 튼튼한 나무 40
김경민 지음, 박선하 옮김 / 씨드북(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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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런던에 콜레라가 발병하여 334명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콜레라는 나쁜 공기때문에 생긴 것으로 생각했다. 빈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은 늘 악취가 심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답지 않게 하수처리는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악취를 막기 위해 향수나 담배를 피워 콜레라를 치료하는 방법까지 성행했다. 모두가 콜레라의 오염원을 공기라고 여길 때 유일하게 혼자 아니라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존 스노 박사였다.

 

존 스노 박사는 1849년 콜레라의 전파 방식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콜레라를 소화 기관의 일부인 장과 관련된 질병으로 보았다. 통증과 구토,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는 원인이 장에 있다고 보았다. 존 스노박사는 서더크앤드 복스홀 수도회사가 공급하는 펌프에서 물을 길러 마신 사람들이 대거 죽었다는 사실을 직접 가가호호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구두가 닳을 정도로 많은 곳을 직접 찾아가 묻고 답한 내용을 정리해서 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을 구두 전염병학이라고 말한다. 존 스노 박사의 행적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정확한 통계로 설명해 주어도 사람들은 콜레라의 원인을 오염된 물이 아니라 나쁜 공기, 냄새나는 악취라고 고집부렸다. 당시 콜레라를 일으키는 병균은 비브리오 콜레라균이었다. 한쪽 끝에 꼬리가 달린 바나나처럼 생긴 비브리오 콜레라균은 사람 몸속의 장에 들어가 독소를 뿜어냈다. 세균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시기에 오염원이 물 속에 있는 세균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영어로는 박테리아로 불리는 작은 막대기모양처럼 생긴 세균은 현미경에 의해 발견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가장 작은 미생물인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며 많은 질병을 일으킨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균과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안긴다. 손을 깨끗히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질병을 막을 수 있는 것조차 알지 못했던 당시 런던은 오염된 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야했다.

 

<전염병을 막아라! 시간여행>과 함께 읽어 볼 책으로 <감염도시>를 추천한다. 『감염도시』에는 콜레라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19세기 영국 런던의 상하수도 시설의 상태와 도시 환경이 어땠는지 독자들에게 낱낱히 안내해주고 있다. 불과 150년 전 얘기다. 위대한 전투나 혁명 같은 세계사적인 사건만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존 본능인 마시는 물과 관련된 콜레라 전염병이 어떻게 한 도시의 삶을 바꿔갔는지 친절하게 말해 주고 있다. 영국 런던은 흑사병(1664년~1665년), 대화재(1666년 9월), 콜레라(1854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자그마한 세균이 질병을 퍼뜨린다는 개념을 믿지 않았던 시대에 수 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모르고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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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 초록샘과 함께하는 신나는 교실 이야기 살아있는 교육 41
김정순 지음 / 보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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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조산초등학교 탁동철 선생님처럼 교실에서 계란을 부화해서 병아리를 키워 생명의 탄생을 직접 관찰하고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교사, 나비의 일생을 보여주고자 배추흰나비알을 길러 번데기 과정을 거쳐 나비가 나오기까지의 긴 과정을 교실에서 직접 보게 하는 교사, 봄이면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화전을 직접 부쳐먹으며 도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맛보게 하는 교사, 교과서의 내용을 지식으로 전달하기 보다 직접 경험케 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익히게 하고자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용기내어 시도해 보는 교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현장학습 장소를 미리 사전 답사하여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꼼꼼히 체크하는 교사.... 김정순 교사의 학급 살이의 전부가 담겨 있는 책이다. 

 

얼마전에 우리 학교에 이영근 선생님이 학급운영과 토론의 실제를 강의해 주고자 멀리 삼척까지 오신 적이 있다. 아쉽게도 나는 다른 연수에 참여하는 관계로 직접 만나보지 못해 아쉬웠던 적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영근 선생님의 아내가 바로 <맨날 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의 저자 김정순 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순간 깜짝 놀랐다. 부부의 삶이 이렇게 비슷하다니. 학급에서 만난 아이들의 삶을 위해 정성껏 교사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깊은 도전과 감동을 받는다. 경기도 군포시 둔대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자 부부는 학교 근처 마을로 아예 이사를 온다. 자신이 만날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 교사의 삶이라고 은근히 종용한다. 아이들은 살아온 터전, 아이들이 살아갈 터전, 마을 정서와 아이들의 삶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마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마을에서 사람을 만나고 지내왔으니 아무래도 삶 자체가 마을이 아닐까 싶다. 교사가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거주하면 참 좋은 일이 많다. 학부모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언제든지 교사와 학생은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으니말이다. 

 

김정순 교사의 학급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초임교사 시절이 기억이 난다. 초임 발령을 받고 관사에서 5년간 생활했다. 주소도 옮기고 아예 마을 주민으로 정착했다. 토요일, 일요일도 관사를 벗어나지 않고 지내다보니 금방 마을 주민들과 친숙해졌다. 나는 이방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되었고 학교의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점차 잠시 있다가 떠나갈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지낼 이웃으로 맞아주었다. 아이들이 살아왔던 마을이 곧 나와 학생들의 수업 공간이 되었다. 한창 왕건 드라마가 유명했을 때에는 학교 주변 산속을 돌아다니면서 우리만의 드라마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배꼽 시계가 울리면 급식을 먹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던 기억들, 물고기를 잡으로 개울가에 내려가 온종일 놀았던 기억, 하루는 온종일 체육 시간으로 공차고 보냈던 그 시절. 물론 교육과정 재구성은 하지 않았지만 교사의 삶이 곧 아이들의 삶이었고 교과서에 가둬진 수업이 아니라 삶으로 수업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참 좋았다. 아이들도 나도 모두 한몸이었고 우리들의 이야기 자체가 곧 학습이자 수업이었다. 

 

김정순 교사의 학급살이를 읽어보면 우리 말을 오로지 사용하는 것을 본다. 포스트 잇이 아니라 붙임 종이로, 학급 아이들을 '개똥이들'로, 친구 관계를 동무로 호칭한다. 동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면서도 어깨동무처럼 늘 사용하던 말인데 학급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말인 것 같다. 텃밭을 가꾸되 아이들이 씨앗을 심고 모종을 심으며 수확까지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되 학생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길러낼 수 있도록 멀찍히 지켜보는 교사의 마음이 느껴진다. 

 

책 제목처럼 아이들은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인데, 우리네 학급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의외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콘크리트벽 교실에 갇혀 뭔가 바쁘게 학습 활동을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좀처럼 생기가 사라지고 피곤함만 보이는 듯 싶다.  아이들의 삶과 자연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감염병과 미세먼지, 안전 때문에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수업의 장면을 자연으로 가져가서 직접 학생들이 체험하고 고민하고 느끼도록 해야하는 것이 신바람 나는 공부가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들은 가정에서도 고통을 받고 자란다. 상처가 깊다. 곪은 상처가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치료가 된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부모의 역할을 한다. 상처 많은 아이들의 아픔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 교사가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시간에 쫓겨 지내다보면 아이들의 내면을 볼 수 없다. 교사가 재충전할 수 있는 쉼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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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세계사 - 3D 이미지로 완벽히 되살린 생생한 역사
DK 지식백과 편집위원회 지음, 강창훈 옮김, 필립 파커 자문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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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의 세계사 지식은 어떨까?

 

 

 

고리타분한 다른 나라 이야기를 즐겨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과거와 달리 긴 글로 이루어진 세계사를 접하려고 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짤막한 토막글로 전체 맥락을 잡기란 쉽지 않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세계사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3D 이미지로 이해를 도우며 깨알같은 글씨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설명을 도울 자료가 곁들어 있는 책으로 시작하나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 기억으로는 나는 아마 세계사를 대학 입시를 위한 목적으로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입문하지 않았나 싶다. 키가 작은 세계사 선생님이 기억이 난다. 당시 <국사> 지금으로 말하자면 한국 역사다. 국사도 공부해야 할 분량이 많아 쩔쩔 맸었는데 세계사까지 공부하라고 하니 그야말로 시험을 위한 공부였던 것 같다. 외우기에 급급했지 세계사에 담긴 흥미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또 다시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독서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를 손에 잡히든 대로 읽다보니 결국 세계사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부담이 되었다. 책의 분량 뿐만 아니라 방대한 범위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할지 깜깜했다. 무작정 읽어보자고 덤벼 들고 읽었던 것이 로마인의 이야기, 그리스 로마에 등장하는 영웅이야기 등 서양 유럽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전체의 윤곽을 잡아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종교에 얽힌 역사도 읽어내야 하고,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의 이야기도 건너뛸 수 없다보니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고민 하던 중 나만의 살아남기 전략이 있었으니 친숙한 주제로 세계사를 풀어낸 이야기를 읽다보면 언젠가는 퍼즐 조각 맞춰지듯 완성되지 않을까 싶어 호기심 닿는대로 접근해 봤던 적도 있다.

 

 

 

세계의 역사는 통째로 머리속에 그려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 책이 오히려 개념을 잡고 이해를 그려나가는데 꽤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차원이 다른 세계사>가 그렇다. 백과사전을 보는 듯 하지만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 입체로 표현되어 있기에 한 눈에 쏙 들어오도록 편집되어 있고 내용 설명도 결코 가볍지 않다. 몇 번 잡지 넣기듯 훑어보며 전체의 흐름을 파악한 뒤 관심 가는 영역으로 집중해서 들어가보면 좋을 듯 싶다. 역사는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세계는 그물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이 결국 우리의 역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역사를 둘러보며 우리의 역사에 미친 사건들을 접하게 되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세계사는 통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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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이야기 -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박혜진.심우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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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책이다. 저자들이 발품 팔아 찾아낸 전라남도 구멍가게 이야기다. 작은 학교 앞에 있는 구멍가게, 연산상회, 구판장, 점빵, 수퍼 등으로 남아 있는 유물에 가까운 가게 이야기다. 저자들이 구멍가게를 찾아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맞다. 사람 냄새다.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게다. 자본을 쫓지 않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그 작고 작은 구멍가게에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들고 나갈 수 있는 곳이다. 돈이 없으면 외상으로도 거래가 가능한 곳이다. 아니, 사람이 먼저이기에 돈은 그저 나중의 일이다. 여행자들이 숨은 맛집을 찾아내듯 사람 냄새 나는 곳을 찾아 지도에 고스란히 담아낸 저자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그럼 한 번 우리 마을 구멍가게 지도를 그려볼 일은 바로 여러분, 독자들에게 달려있다.

우리 동네에도 수퍼가 있다. 마트와 편의점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는 추세에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손바닥만한 점빵이 있다. 남산수퍼다. 훤히 보이는 가게 안에는 진열대가 몇 개 없다. 까자(과자), 생필품, 휴지 등 손으로 세도 대충 가름 잡을 수 있을만큼의 물건들이 놓여 있다. 과연 이곳에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외면하는 곳이다. 조금만 걸어가면 번듯한 대형 편의점들이 있으니 말이다. 보기도 좋고 종류도 많은 편의점에 밀려 나들가게들은 이미 폐점한 지도 오래다. 이제 이곳도 머지 않아 생명력을 다하지 않을까 싶지만 끈질기다. 퇴근하고 나서 저녁을 먹은 뒤 가족과 함께 가끔 산책을 다녀온다. 지나는 길목에 그 수퍼가 있다. 해가 지고 저녁 쯤되면 그 구멍가게 수퍼에는 가로등이 커진다. 그리고 하나둘 사람들이 모인다. 하루는 몇 몇 아저씨들이 생선을 다듬고 있다. 누군가가 낚시질로 잡아것이다. 놀래미 비슷한 생선인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군침을 흘리듯 손질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구멍가게 수퍼 밖에 놓인 플라스틱 둥그런 테이블과 의자에는 소주병과 안주로 과자가 놓여 있다. 예전에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렸을 적 마실에 나가면 늘 이런 모습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고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는 지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구멍가게 슈퍼 안에는 가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화투인가 보다. 구멍가게 수퍼는 만남의 장소이자 놀이터가 둔갑해 버렸다. 손님들도 찾지 않는 곳이지만 사람들은 자주 모여 있다. 주인장께서는 뭘 먹고 살지? 손님은 없고 사람들만 모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구멍가게 수퍼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기를 간절히 바라듯 활짝 문을 열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립다. 사람 냄새 맡기 쉽지 않다. 뭐 이리 바쁜지 말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 그렇다. 뭐가 그리 바쁜지 맨날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한다. 교무실 안에 네다섯명이 함께 지내고 있는데 삶을 풀어내놓고 얘기할 시간이 없다. 출근해서 조금 있다보면 점심 먹을 시간이다. 점심 시간도 예전같지 않다. 코로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칸막이를 모두 설치해 놓고 있으니 말이다. 식사 중에는 말도 가급적 삼가해야 한다. 아이들 보고 조용히 하고 밥만 먹으라고 해 놓고 어른들이 얘기하면 말이 아니다. 늘상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미묘한 표정에 나타난 감정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시대, 구멍가게 이야기가 더 정겹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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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란의 아름다운 날 꿈꾸는 문학 5
차오원쉬엔 지음, 양성희 옮김 / 키다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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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소년 문학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때 아빠는 숙청 당하고 엄마는 추운 곳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유배보내고 시골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에서 자란 '란란'의 성장 이야기를 담아냈다. 시간이 흘러 유배간 이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지만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잃어버린 유년기의 부모의 가르침이다. '란란'은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예의 바르게 자랐지만 라란의 친동생 '퉁퉁'은 제멋대로 자랐다. 예의라고는 털끝만큼도 배우지 않아 행동하는 것이 가관이 아니다. 외할머니가 시장님이라는 지위 때문에 더더욱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며 가족의 근심이 된다. 란란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사치와 교만한 삶을 살아간다. 그 엄마의 그 아들이라고 '퉁퉁'의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을 야단치려고 하지 않는다. 

 

란란은 굶주렸지만 유년기 할머니와 함께 시골에 살았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 사촌 오빠가 잡아다 주는 오리알을 구워 먹고, 종달새가 종알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책 표지 그림 속 고양이는 란란이의 둘도 없는 친구다. 하얀 털이 있고 부티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시골에서 뒹굴며 털은 까무잡잡하지만 심성이 까다롭지 않은 주인을 닮은 온순한 고양이다. 하지만 란란이와 고양이 모두 친엄마가 살고 있는 도시집으로 오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높게 둘러진 담장 속에 감옥처럼 살아야 하는 집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교양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란란이 시골에서 뛰어놀던 들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조롭다. 란란이의 엄마는 잃어버린 시절을 만회하고자 란란이에게 피아노 교습도 시키고 좋은 옷을 입혀 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이지만 란란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란란이가 가고 싶은 곳은 환경은 불편하지만 자연이 있고 사람 정이 물씬 풍기는 시골이다. 

 

어렸을 때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 '퉁퉁'이 처럼 오냐오냐 하면서 키운 아이들은 자기밖에 모른다. 자기 보다 못 사는 아이들을 만나면 깔본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이 있으면 금방 화를 낸다. 감사함을 모르는거다. 그러니 위아래도 없다. 할머니에게 일을 시키지 않나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어른들을 부려 먹으려고 한다. 이런 아이는 더 크기 전에 따끔하게 훈계해야 한다. 귀엽다고, 어렸을 때 아빠를 잃고 가엾다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된다. 가엷게 생각될 수록 나중을 위해서라도 호되게 훈계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나쁜 습관과 버릇은 눈물 찔끔 흘리더라도 매몰차게 고치도록 해야 한다. 

 

급기야 '란란'은 할머니를 따라 시골로 가 버린다. 도시보다 시골이 불편하지만 마음만큼은 훨씬 편하다. '란란'의 외할머니만 정신이 똑바려 박혀 있다. 시장님이라는 지위가 있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돌볼 줄 알며 손자 손녀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신경을 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양육자인 '란란'의 엄마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물질적으로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교육을 시키면 엄마 노릇을 다 한 것마냥 생각한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물질적으로 풍성히 공급해 주는 것보다 배고픈 것도 가르쳐야 하고 아픈 것도 참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가난이 사람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부유할수록 아이들이 엇나갈 수 있다.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 잘 입히지 못하고 잘 먹이지 못하더라도 괜챦다.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경험한 아이는 스스로 살아갈 힘을 배운다. 교육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자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결핍이 오히려 아이들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풍요한 시대를 살아가기에 결핍을 가르쳐 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 '란란'이 가장 행복하게 자랄 때가 궁핍했던 그 어린 시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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